[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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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하늘아래 같은 그림은 없다던가.
하늘 아래 같은 글은 없다라는 것을 #키메라의땅 (#베르나르베르베르 씀 #열린책들 출판)을 보며 느꼈다.
가제본으로 읽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식 출간본으로 다시 읽게 되었는데 내가 느끼는 부분이 전혀 달랐다.

저번에는 신인류 3종이 기존의 인류의 모습을 답습해 나가는 모습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할 수 있다면’라며 한번의 기회를 더 원하는 우리들의 모순을(높은 확률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겠지)느꼈다면 이번에는 신인류가 세상에 등장하기 전 까지의 인간들의 모습들에 더 눈이 가고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하나의 종으로 인식될 정도로 유전자가 비슷한 여러개체들이 각자의 환경에 적응하며 생명체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생명체들이 경이롭기도, 단 하나의 종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인간이 신기하기도 했으며, 스스로에게 ‘현명한’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였다라는 것이 참 인간은 오만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신인류의 선조 격인 원숭이와 돌고래, 박쥐, 두더지와의 혼종을 무단으로 침입해서 발견한 기자는 오히려 유명세를 타고, 저 실험은 인류의 존엄성을 위협한다며 격한 시위도 모자라 연구자인 카메러를 죽이려고 총을 쏘기까지 한다.
불쾌한 골짜기라고, 자신과의 유사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호감이 사라지고 불쾌함을 느낀다고. 내가 본 격한 시위자들의 그럴싸만 말들은 모두 ’불쾌한 골짜기‘를 숨기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실험을 완성하기위해, 연구자의 안전을 위해 실험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도)들을 안락사시키고, 연구자를 지구 밖으로 보내는 상황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우주 정거장에서도 박사의 연구를 막기위해 총을 쏘고, 아무 관련없는 사람을 우주로 날려버려 늦은 죽음을 맞이하게 해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현기증이 일었다.

그러면서도 인류를 위해 신인류를 만들어내겠다는 카메러 박사의 순수한 열정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스스로의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작가의 말대로라면 이러한 일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지금부터 오년 뒤에 벌어지는 일이라니, 당장 내일 이러한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라고 여겨질만큼 인간의 이중성은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다.

저런 윤리에 어긋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실험이라며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히잡 밖으로 머리카락이 보였다는 이유로 시작된 핵전쟁으로 대부분의 지구를 날려버리는 것을 보며 무엇이 윤리인지 한참을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멍하게 있게 만들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대재앙 이후 파괴된 곳에서 살아남은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을 이야기 하지만 <키메라의 땅>에서 과연 어디가 아포칼립스 지점인지, 책을 덮고나서 명징하게 이야기 할 수 없었다.

나는 윤리란, 사람이라면 응당 해야함이(생각으로든, 행동으로든)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수 있다. 그럴 때는 대화를 해야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어느 지점도 대화로 해결하려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침입하고 훔치고 파괴하고 과격한 시위를 하고 총구를 겨누고, 폭행하고 강간하고 핵무기를 날려댄다.

어쩌면 아포칼립스는 어떤 한 순간이 아니라, 결코 짧지않은 기기를 뜻할 수도 있겠구나, 문명이 끝장난 것이 아포칼립스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한 순간이 아포칼립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던 폭력, 핵무기, 전쟁들도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한, 비윤리적인 행동 중의 하나기도 하고.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며 찬란하게 이룩한 생물학적, 천문학적, 물리학적 지식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이 책에서 자신의 악함과 못남을 숨기기 위해 비싸고 좋은 것들로 자신을 치장한 모습을 한 사람이 떠올랐다.

모든 것을 다 떠나, 인간다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위대한 작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저의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읽었다.

개미에서 부터 이어지는 그의 과학적 상상력은 여전히 놀라웠고 식상하지 않았다. 화를 참지못하는 인간과는 달리 그의 책은 겉도 속도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우리는 그러한 것을 예술이라 부르고 기꺼이 돈과 시간을 지불한다. 어느 것 하나 아깝지 않았다. 예술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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