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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3년 9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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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주의에 억압받고 스스로가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천재지변 앞에 무기력한 존재임을, 스스로에 자신을 잃은 사람들의 두려움과 분노로 야기된 폭력성은 어디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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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 지방에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강력한 여진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통에 건물이 무너져내리고 여기저기에 불이 붙어 말그대로 아비규환인 상황이었다.
그때 조센징, 불량선인들이 뭉쳐서 돌아다니며 각 집 우물에 독을 풀고있다, 물을 마시지마라. 불이 나는 것은 이것들이 불을 지르고 다녀서 그렇다같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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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본인들은 조선인, 조센징(심지어 아침‘조’자를 빼서 센징이라고 부른다. 좋아보이는건 다 가져간다)을 보면 무차별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다. 자경단의 활동이라며 조선인들을 마구잡이로 잡아 가두고 죽여나갔다.
아이러니한 것은 조선인으로 구분 짓는 방법이 특정 일본어의 발음 또는 칙령이나 천황의 연대를 외우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는데 다른 지방 사투리가 있거나 안타깝게도 외우지 못한 내국민(일본인)들도 잡아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명백한 기준도 없는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러한 학살은 한달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그나마 한달이 지나서야 보도가 되고 학살이 멈출 수 있었던 것은 외국에 알려지면서 부터이니 반성의 기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없다. ’독립신문‘에서 추정한 간토대지진, 아니 간토대진재(천재지변이 아닌 혐오와 국가폭력이 만든 인재라는 뜻을 담은 표현)의 희생자는 자그마치 6000여명에 육박한다.
실종자도 포함한 수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독립신문이 희생자를 집계하기전까진 어디에서도 집계하지 않았다.
그 다음에 총독부 등 여기저기에서 집계했지만 그 수는 현저히 줄어들어 집계되었다. 어느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은 오히려 국가가 나서면 문제가 되니 자경단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도구를 지원하고 뒤에 숨었던 9월1일을 경각심을 가지자는 취자로 기리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조선인 학살은 한글자도 한마디도 뱉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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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가장 먼 나라이지 않을까 일본이.
매년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반대로 우리 한국을 방문하기는 하지만 근100년의 원수같은 역사로 인해 둘만의 경쟁은 무조건 이겨야한다. 그래서 각종 스포츠 경기의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하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도 일본에게 졌다면 죄인처럼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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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동안의증언 (#김응교 씀 #책읽는고양이 출판)은 100년전에 일어난 끔찍한 대학살의 흔적들을 저자가 틈틈히 현장을 찾아가 조사하고 연구한 것들을 토대로 있었던 일을 있었던 그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세상에 나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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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옛 것을 들추어내서 또다시 분쟁을 유발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몸에 남은 흉터가 지워지면 가장 좋겠지만 세월이 지나도 남아있다면 그 이유는 그 흉터를 보고 그때를 잊지않고 떠올려 다시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타산지석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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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대진재도 그렇게 백년의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큰 흉터이다. 우리의 아픔이 더 크겠지만(아픔은 비교하면 안되지만 희생자의 수가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선인들과 함께 묶여 탄압받았던 사회주의자들과 애매한 기준으로 조선인으로 오해(?)받아 죽은 사람들, 그리고 그런 일을 했던 선조들, 그런 일을 가능하게 용인하고 그런 시대를 만들었던 국가까지 모두가 지금까지도 지니고 있는 흉터인 것이다.
비록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잊혀졌지만 눈에 보이지않을 뿐 그 흉터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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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흉터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인정하고 양심과 정의를 좇아 사과하고 해야할 행동을 해야만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사과받고 응어리를 풀어야 멀지 않은 진짜 이웃이 될 수 있다. 매듭이 단단히 묶여 풀 수 없다면 그 시작점을 찾아 찬찬히 풀어나가야 한다.
다행히도 일본 내에서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고 군인 위안부 문제나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시정하려는 일본 시민 단체들이 있다. 이들과 적극 협력하고 왜곡을 진실처럼 외치는 정치인들을 묵시하지말고 비판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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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들’이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옛 유적에서 발견된 700년 전의 연꽃 씨앗을 각고의 노력끝에 ‘아라홍련‘으로 우리에게 전해졌듯, 이 책이 그때와 지금의 ’우리‘를 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