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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겨 독립된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누군가의 속국으로 살아가야하는 삶을 살아야했던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온갖 부정이 판치고 살기 퍽퍽하다 하더라도 내 나라의 일이었지만 어느순간 내 나라가 아닌 어떤 나라의 식민지인(2등국민)으로, 더이상 술안주삼아 욕할 나라가 없음을 느꼈던 사람들은 참으로 허탈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울분을 잊지않고 기억하고 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이 목숨을 거는 사람들도 사람인지라 응당 포기하고싶은 순간이 있었을 것인데 그때마다 눈에 밟히는 존재들이 있었을 것이다. 바로 아이들이다.
나라가 없는 세상에 태어나 나면서부터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심지어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조차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바로잡겠다는 마음을 포기하지않고 다잡을 수 있었다.
그런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고 직접 느낀, 그 시대가 고스란히 담긴 글들이 #제국의어린이들 (#이영은 씀 #을유문화사 출판)에 담겨 세상에 나왔다. 1938년에 열린 ‘조선총독상 글짓기 경연대회‘의 수상작들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군국주의 체제의 국가에서 자라난 식민지인 어린이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교육받는 일본인 어린이의 글까지 볼 수 있다.
같은 땅위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신분, 재력의 차이가 여실히 담겨있는 글들이 참 안타까웠다. 누군가는 수업료를 빌리기 위해 20킬로미터 넘게 떨어져있는 친척집까지 하루종일 걸어갔고 누군가는 아버지의 새차를 타고 경성 나들이를 나간다.
누군가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기위해 닭, 돼지를 키우지만 누군가는 귀여운 고양이를 동생처럼 아끼며 살들이 돌본다.
이런 생활의 차이도 흥미로운 반면 안타까웠지만 일본의 아이들이라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 마냥 어른들의 가르침을 흡수한다. 심지어 어릴적 ‘왜?’라는 질문이 필요없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들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무언가를 배워나가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군국주의, 전쟁이 제 1의 가치였던 시절에, 나라에서 자라다보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빼앗고 힘의 논리가 은연중에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는다. 우리 때도 있었던 부모님 직업을 소개하는 시간에 최고로 인기있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직업이 군인이라니 말 다 하지 않았나. 저 시절의 일본군인, 특히나 육군이면 한반도에서는 무법자나 다름없었다.
그런 시절에 그런 부모밑에서 ‘조센징’이라는 것을 밥먹듯 숨쉬듯 들어오면 옳고 그름은 파악할 필요도 없는 스스로의 인격에서 기준이 되는 무의식속에 각인되어버린다.
그 무의식을 가지고 평생동안 알게되고 배우게 되는 것을 판단하게 되는데 참 무서운 일이다.
결국 패망하게 되지만 권선징악으로 여긴 그시절 일본 어린이는 몇명이나 있을까. 원자폭탄를 투하한 미국에 대한 원망만, 패망하기전 모든 것이 행복했던 그 순간을 그리워하는 그런 어른이 되는 것이 안타깝지만 자명한 일이다.
해맑은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어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하얀 도화지에 기본이 되는 데셍을 그려놓는 것은 부모를 포함한 어른이다. 그 데셍과 비슷하게 앞으로 자신이 직접 그려나가야할 빈 공간에 그림을 그린다. 그 밑그림과 다르면 내 그림이 잘 못되었다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그림의 흠부터 찾으려한다. 나는 평생을 이렇게 알았으니 상대방 것이 잘못되었다 생각할 것이고 그 생각을 고치기는 매우 어렵다. 워낙 어릴때부터 진리처럼 알고있던 것인데 바꾸는 것이 쉽겠나.
그래서 어릴때 무언가를 배우느냐가 참으로 주요하다.
이 그림도 저 그림도 다양하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항상 ‘왜?’ ‘이게 맞나?’ ‘왜 나는 지금 기분이 나쁘지(좋지)?’에 대해 생각하고 함께 토론하고 다양한 것들을 골고루 받아들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줘야한다.
그래야 그 아이의 평생을 가장 본인답게, 아무런 편견없이 자기만의 기준으로 명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독립을 위해 피흘려가며 싸운 어른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애국심이 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무한경쟁의 새대를 보고자란 우리들은 애국심과 거리가 멀어졌다. 올림픽도 나와는 관계없다며 응원도 하지않을 정도라니.
어느덧 어른이 되어버린 나 스스로에게 책임감 있는 행동과 말을 하라고. 그렇게 새싹들에게 본보기가 되어라고 꾸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