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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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 가정을 이룬 남녀는 아이가 생기면 자기 이상으로 그 작은 아이를 평생토록 사랑한다.
빨리 크는 것이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그리고 그 아까운 아이가 또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되어 자기의 목숨같은 아이를 그의 부모에게 내민다.

너무나 빨리커서 아쉬웠던 자식의 어릴 적을 쏙 빼닮은 그 작은 생명체를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고 부모가 되었지만 여전히 수십년 전 그때로 두 눈의 수정체에 맺혀있는 자기 자식을 힘들게만 하지않는다면, 어떨때는 부모보다 더 든든한 뒷배가 되어 줄 위대한 사랑꾼이 되길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존재가 10살이라는 나이 밖에 되지않는 그 아이가 한시간 동안 시력이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채.

손녀에게 일어난 세상의 암전이 언제 또 일어날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할아버지 ‘하비’는 만약 세상을 그 예쁜 두 눈에 담을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다면 암흑 속에서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피워낼 수 있도록 진정한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하여 프랑스 3대 미술관 루브르, 오르세, 보부르를 일주일에 한번씩 데려가기 시작한다. 딸이 부탁한 정신과의사에게 데려가 진료를 보게하는 대신에 말이다.

하비만의 규칙, 한 주에 딱 하나의 작품만. 처음엔 아무 말 없이 최대한 작품에 집중하기. 자신을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버텨내던 감상시간은 점점 작품에 감화하면서 모나의 마음에 변화들을 일으킨다.

얼마전 ‘심미안’에 관련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의 작가는 중년이 되어서 눈에 문제가 생겼었는데(물론 실명이 되지는 않았다)그 때 든 생각이 그 전에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아놓아서 다행이다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해지는 시력 대신에 청각과 같은 다른 감각들이 더 예민해져서 몰랐던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굉장히 긍정적인 작가의 마인드에 놀라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본다라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된다면 앞으로 어떤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상상해야할 때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알지못한 채로 세상을 살게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더욱 더 앞으로 보지못한다는 현실에 좌절하고 새로운 것에 기꺼이 손을 뻗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손녀 ‘모나’를 보고 조바심을 느낀 ‘하비’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기준이 바뀔지언정 세상은 계속해서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고 만들어 낼 것인데 그에 상응하는, 아니 인류에서 다시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불멸의 것들을 보고 느끼고 오롯이 마음에 새겨두는 것이 상상도 하기 싫지만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하고 암흑 속에서 더듬거리며 살아가야하는 순간을 가장 잘 대비하는 방법인 것 같았다. 너무나 어려 평생의 미의 기준이 되기에는 부족한 만화 캐릭터용품과 유아를 위한 디자인의 벽지를 바른 모나의 방이 앞으로의 모나 인생에서 기준이 되어버린다면 정말 무서운 일일 것이다.

둘만의 52주간의 미술관 나들이는 관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꼭 두눈에, 그로인해 마음 속에 눈을 감아도 자기안의 회랑에서 생생히 보여야 할 미의 기준뿐만 아니라, 그 작품에 관련된 이야기들로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가치관들을, 응원을, 진심을 전한다.

말 그대로 인생수업이었다.
점점 작품에 빠져들고 기억하고 비교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모나를 보고 하비도 새로운 인생을 배운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는 그 시간은, 어른스러운 것이 아닌 유아에서의 탈피와 진정한 하나의 인격체로의 성숙을 보여준다.

하비와 같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모나와 같은 인격체가 될 수 있을까?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 차가 있는 이 둘은, 그 사이의 인생을 복에 겨운줄 모르고 세상을 두 눈에 담던 나에게 과분한 스승이 되어주었다.

고뇌, 고통의 삶을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묵묵히 살아냄으로 자기의 철학을 루틴이라는 태도로 담아낸 것이 예술이라 생각한다.
수십년을 담금질한 하비도, 이제 태도를 담금질하기 시작한 모나의 삶도 멋진 예술이다.
이 예술을 두 눈 으로 내 마음에 담을 수 있어 #모나의눈 (#토마슐레세 씀 #문학동네 출판)은 평생 기억될, 또 오고싶은 미술관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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