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원전대로 읽는 세계문학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영귀 옮김 / 새움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그레고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한 마리 거대한 해충으로 변해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마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글 시작이 아닌가 싶다. 기출 지문으로 고등학교 때 많이 봤던 글이었는데 돌이켜보니 해충으로 변했다는 것만 알았지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도 못했고 생각해보려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저 작품이 의미하는 것,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애만 썼을 뿐이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 처음으로 오롯이 마주한 #프란츠카프카 의 #변신 (#새움 출판)은 얇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쉽지않았다. 함의적인 문장도 사용되지 않고 절대적 분량도 적었는데 문장 하나하나를 읽어나는 것이 과장을 조금 더해 괴로웠다. 그러면서도 끝을 향해 다가갈 때 글 속 인물들의 갈등은 커져감에도 오히려 글을 읽는 내 마음은 편안해뎌갔다. 책을 덮고 나서야 어느정도 내 마음이 그랬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레고어가 겪고있는 상황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레고어는 부모님과 어린 여동생을 넓은 집에서 부족함없이 보살피기 위해 기꺼이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종일 외부로 돌아다녀야 하는 출장 영업사원을 수년동안 계속 해왔다.
집에서 돈을 벌고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사업을 말아먹은 아버지가 아니라 그레고어였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그레고어가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니 해충으로 변해있었다는 설정보다, 벌레가 되었음에도 출근해야한다며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모습과 결국 달라진 그를 보았을 때 가족들의 반응이 참 가슴아팠다.

벌레가 된 자신을 보고 당황스러워하고 두려워해야하는 것이 정상인데 아무렇지않게 일어나 출근하려고 하는 그레고어에서 가족을 부양해야한다는 짐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달았고, 유일하게 날 어떻게 볼까 걱정하는 것도 가족 뿐이었다.

그레고어만 바라보며 돈을 벌 수 없을거라 여겼던 나머지 세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돈을 벌어오기 시작하면서, 그레고어의 소외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유일하게 해충이 된 그레고어를 살뜰히 챙기던 여동생도 점점 오빠의 케어에 시큰둥해져간다.

그러다 결국 그레고어는 없는 무언가로 인식되고, 그의 방은 당장 버릴 수도 없고 쓸 수도 없는 무언가들을 쳐박아두는 곳으로 바뀌고 그레고어가 바닥과 벽 천장을 기어다니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된 방의 먼지를 뒤집어 쓰고, 아버지가 그에게 던진 사과가 박혀있는 등은 썩어가는 모습에 화가났다.

그럼에도 그레고어는 끝까지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여동생의 바이올린 소리를 사랑했다. 결국 그레고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지못하는 ‘저것’이 되어버렸고, 잠과 같은 마지막 숨을 뱉어냈지만, 그레고어가 살아있을 때의 문장과 그레고어가 죽은 뒤 문장의 서술자가 여전히 그레고어인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큰 차이가 없다. 이미 그레고어는 인간의 형상, 해충의 형상 무엇이든 상관없는 해탈의 경지에 올라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죽어서야 비로소 세 가족이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희망찬 미래를 그려나가는 모습을 그레고어는 어떤 심정으로 보았을까.

왜인지 모르겠으나 젊은 그레고어를 보면서 퇴직 후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하던 아버지 세대들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평생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제2의 인생을 기대해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
집에서 밥 세끼 다먹으면 삼식이 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던데, 그 희생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결국 그 희생의 무게는 점점 바래져간다. 그것이 희생의 덕을 본 사람들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아니겠나 싶기도 하고. 그레고어만큼의 큰 짐을 떠안고 있지는 않지만 K장남의 입장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록 해충이 되어버렸지만 그렇게 되어서야 비로소 그레고어는 모든 짐에서 벗어나 본능에 따라 여기저기 기어다니며 하고싶은대로 했고 그때서야 스스로를 조망했다라는 사실도 씁슬했다.

이렇게 다들 오롯이 자기만을 위해 살아가기는 힘든 세상이다.
책임지는 이도, 책임져지는 이도 살기퍽퍽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필요없는 해충같은 존재는 없다.
모두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어의 특징인 수많은 쉼표를 최대한 살리면서 원문의 뉘앙스를 최대한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한 새움 출판사 버전으로 나의 첫 <변신>을 경험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카프카의 복잡한 심정이, 알다가도 모를 인간군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