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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다.
그럼에도 동시에 강인한 존재이다.
나약함을 알고 본능적으로 서로의 나약함을 보완해 완벽한 우리를 만들어 줄 사람을 만나 평생을 함께한다.
‘사랑’이란 인간의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모든 만화, 소설에서 이야기하듯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뒤따르는 법. 사랑이라는 큰 힘에는 실연으로 발생하는 크나큰 아픔이 뒤따른다.
그래서 노래에서도 사랑이야기보다는 이별이야기가 많고 보내줄게, 밥만 잘 먹더라 같은 이별이 너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술한잔 털어넘기면 잊혀지는 무언가로 이또한 지나가리라는 바램이 이 세상에는 더 많다.
모두가 실연이 가져다주는 아픔이 얼마나 큰 지를 잘 아는 것이다. 여기에 그 실연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색다른 방법이 있다. 시간이 일곱시로 매우 이르긴 하지만 정성스럽게 차려진 내일을 희망하는 정갈한 아침식사를 하고, 이별관련 영화를 몇편 내리 감상한 뒤에, 조식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가져왔던 사랑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맞바꾸어 들고 떠나간다.
#실연당한사람들을위한일곱시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김영사 출판)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여섯시 조금 지난 시간부터 모임장소 앞에 찬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고 있는 사강과 지훈의 시각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아침식사 때부터 울음을 참지못하고 끝내 식사를 마치지못하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있지만 식사를 하며, 주변에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자신이 가져온 실연의 물건을 매만지며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실연을 겪기 전 사랑을 하던 자신의 모습이다. 유부남과의 사랑도, 대학동기와 이어진 10년남짓한 사랑도 제각각의 위기기 순간들이 있었다.
그 위기의 순간들에 대해 외면하거나 실연을 ‘당하거나’ 결국 스스로 ‘헤어지자’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게 만든 나쁜 사람 등 저마다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 실연직전까지의 온갖 사랑들을 따뜻한 온기가 담긴 식사와 함께 곱씹는다.
그 식사와 영화관람, 모든 것들을 진행하면 오후 7시.
12시간의 시간차. 그 시간이 지나면 그 이상의 격차가 참가자의 인생에서 벌어진다.
신작인 줄 알았더니 2012년에 나온 책을 13년만에 전면개정한 개정판이란다. 내년에 영화로도 나온다고 하니, 사랑의 또다른 잔인한 모습인 실연을 13년 이라는 시간차를 조율하여 책 속의 12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더 유의미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개정판일 것이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책의 마지막 챕터의 이름이 ‘슬픔이여 안녕’인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우연처럼 이 책을 읽기 전의 마지막 독서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었다. 열여섯 세실이 한달이 채 되지 않는 여름동안 앞으로의 인생에 함께할 슬픔을 기꺼이 껴안아 안녕이라는 작은 첫 인사를 시작하는 책이다.
그래서 farewell이 아닌 bonjour.
이 책에서도 슬픔은 결국 뛰어넘어야 할 극복해 나가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도 모두 알고있다. 당장 죽을 것 같고 숨쉬어지지 않고 그 어떤 동기부여도 되지않을뿐. 그 12시간의 시차가 앞으로 걸어나가야 겠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그럴 수 있다고 의지의 씨앗이 발아하는 시간이 되어준다.
모든 연애에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끝이 있을 수 있다고,
그 끝에 도달하였을 때는 반드시 잘 갈무리해야한다고. 그래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 년 이상의 연애를 하다 끝이 나면 다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한다는(누군가를 만나고 마음을 키우고 고백하고 특별한 사이가 되는 등)것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가진다. 하지만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유명 노래 제목처럼, 끝난 사랑을 교훈삼아 또 다른 사랑을 해야만 한다.
사랑이 우리 인간을 더욱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니까.
다만 시간을 들여 나와, 나에게 들이는 시간만큼 상대방에게도 시간을 들여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만은 깨달아야 한다.
결국 사랑이 끝난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이 나에게 들리자않고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니까.(상대방에게도 마찬가지로)
결국 사랑은 들리지않고 보이지 않던 것을 듣고 보는 것이다.
얼마나 들으려고 보려고,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는 것이다.
사랑을 겪다 미완의 어른이로 남겨져있는 사람들, 이제 완성된 한명의 어른이 될 시간이다.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