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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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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무질서도.
모든일은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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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김필산 씀 #허블 출판)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가장먼저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증가까지는 아니어도 무질서한 세상이라는 뜻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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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제국의 장군이 선지자를 찾아가 조국을 지킬 방법을 묻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장면에서 선지자가 나이 지긋한 노인이 아니라 열살정도의 어린아이 모습이다. 이 괴의한 장면만큼 괴의한 선지자의 말로 세개의 이야기가 각각의 시간선을 굴러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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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경험하고 느끼기에, 죽음에서부터 일어났고 태어남으로 가는 중이네. 정확히 말씀 드리자면 나는 미래로부터 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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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정도의 미래서울에서 노인으로 죽음에서 부터 일어나 고대 로마시대까지 1800년동안 이어진 선지자의 시간을 따라가며 세 가지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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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부터 시간을 거꾸로 걸어온 선지자에게는 미래는 이미 정해진 일인 것이고 과거가 오히려 모르는 의문투성이인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도, 자신의 기원인 부모를 만나게될 자신의 시작이자 생의 마지막일 과거로 향해 나아가는 선지자도 모두 무질서하고 불안한 곳으로 나아가는 ‘엔트로피아’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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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지혜의 책1’에 얽힌 두번째 이야기의 진행과정도 참 기억에 남는다. 레오와 네메시우스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두 인물의 시간선이 다르다.
책을 발견한 ‘현재’와 책을 만드는 ‘과거’로 다른 시간선이나, 스스로 책이 된 네메시우스와 책과의 대화가 가능한 열쇠를 손에 쥔 레오의 대화(대화라기엔 양자 컴퓨터가 필요해 보이는 대화이긴 했지만)가 작가의 물리학전공 이력을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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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서울에서 시작된 선지자의 일생에서, 미래는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이며 시간열차로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이 가능한 상황으로 묘사된다. 시간선으로 지역이 과거서울, 미래서울로 나뉘어져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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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독립적인, 책 앞쪽에 위치한 도표를 사진으로 찍어놓고 찾아가며 봐야할 정도로 복잡한 시간선을 따라가며 벌어지는 세개의 이야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다른 사람듵과 다른 어떤 행동을 통해 새로운 ‘결과’(미래인지 과거인지 모를)가 가능하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면서 ‘고정된 미래는 과연 바뀔 수 있는가’라는 거대한 물음의 답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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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지가 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시작이었던 미래서울에서의 사회화가 각인시킨 미래는 정해져있다는 시선이 1800년동안이나 지속되어 온만큼(인간에겐 자유로운 의지가 없다고 이해할만큼) 실제의 우리도 과거는 바꿀수 없다는 것을 사회화를 통해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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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거에 미련을 가지듯, 미래에 미련이 가득할 것이다.
바꾸지 못한다는 것은 많으나 적으나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니 말이다.
하지만 인류의 자유의지는 정말 존재하지 않을까?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소설처럼 시간여행이 가능해 과거 현재로 다니며 다른 시간선의 ‘나’를 만나는게 가능한 정도가 되어도 불가능한 것일까?
시간을 거꾸로 달리고 있는 선지자나, 미래가 고정되어 있다는 SF적 요소보다,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는 것, 자유로운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언하고 살아간다라는 것이 더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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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미래로 바꾸었을 뿐인데, 이 책을 읽는 우리는 미래라면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책을 여는 순간부터 든다. 그렇다면 과거는 고정되어 있으니 그냥 묻어둬야 하는 것일까? 과거에는 자유의지가 쓰일 곳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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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라는 고정된 값에서 도출되는 여러가지 현재의 모습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자유의지가 실제의 우리 세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과거로 인해 야기되는 현상은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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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무기력하게 있으면서 과거에 미련만 가득 담아두고 있는 우리 현실을 새롭게 낯설게 느끼게 해서 우리 스스로, 우리 삶에 의문이 들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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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현재사회가 겪고있는 문제를 미래의 가상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경각심과 해결책을 모색하게 해주는 장르라 생각한다. 이 책도 SF소설이니 하고픈 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꾸역꾸역 생각해 낸 나만의 답이다.
여러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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