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제인 오스틴 - 최초의 문학이 된 여자들
홍수민 지음 / 들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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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독서를 나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여성작가, 여성문학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여성들만이 할 수 있는 생각과 표현, 감정들이 담겨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큰 이유는 무지로 부터 야기된 충격이었다.
제인 오스틴이나 에밀리 브론테 같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작가 최고의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여류작가들이 실상은 굉장히 차별적이고 무시당해왔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여성은 직업을 가질 수 없고, 남자 노예보다 못한 부분도 존재했으며, 글쓰기를 인정받지 못하고 잘써서 널리 읽히다가도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불매에 출판도 되지않는 그런 시대에 살았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당연히 경제적이나 가정적 어려움은 대부분 예술가들의 안타까운 공통된 특성이라 그정도일 것이라 생각했지 여성이라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여성 참정권 등 개선이 현대에 들어와서야 조금씩 바뀌었다라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호기심과 미안함,송구스러움으로 작가들의 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또 충격적인 책이 하나 나왔다.
#비포제인오스틴 (#홍수민 지음 #들녘 출판)이 그것인데 부제가 ‘최초의 문학이 된 여자들’이다.

난 또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비슷한 실수를 한 것이다.
당연히 제인오스틴이 여성문학의 시초라 생각했던 것이다.
왜 의심하고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는 심지어 근대소설 태동기에는 남성 소설가는 30명 여성소설가는 백명 이상이었다고 말한다. 근대 소설의 아버지라며 몇명을 뽑아내는 이런 남성위주의 기술이 후대의 눈과 귀를 가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누가봐도 여성들이 근대소설에 영향을 미친게 더 많지 않았겠나.

역사는 역사가에 의한 주관적인 기록물이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해도 그 객관성이라는 성질 자체도 시대에 따라 상대적이며 주관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다른 주관적인 무언가일 수도 있지만, 기존과 다른 ‘이러한 것도 있다’라는 것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알아야 생각할 수 있고 비평을 할 수 있고 또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서 후대에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포 제인 오스틴>은 내가 몰랐던 또다른 역사를 들려준다. 여성 문학의 기원이 11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것이 서양이 아닌 동양, 일본에서 기원되는 것이 놀라웠다. 그시대의 여성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며 심지어 문밖을 나가는 일도 거의 없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얼굴을 직접 마주보지 않으며 발을 쳤어야만 했던 시대다.
그럴 때 글을 적어 남기다니, 우리나라에 여성문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 한글이라는 어렵고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한자의 대체제가 있었다는 것인데 일본의 ‘가나’도 그런 역할을 한 것이 한 몫하였고, 오히려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붓을 쥐어 적는 글쓰기에 진심일 수 박에 없었던 것이다. 일기형식의 글이었지만, 모노가타리에서 나오는 것과 실제는 다름을 알리기위함이라는 글의 목적까지 남기는 ‘서문’이 존재했다라는 것이 문학이라 인정할 만하다.
일본의 헤이안을 필두로 수필의 시초라 여겨지는 세이쇼나곤의 ‘베갯머리 서책’, 사후에 출간되는 서간집(편지)로 인해 작가로 널리 인정받는 셰비녜등을 포함한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여성들의 문학을 소개하는 이 책을 따라가다보니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오늘날 처럼 당연하게 되는데에는 수많은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전해지는 고통의 과정이 필요했구나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했다.

지금보다 더 이전에도 여성이 있었고, 그 여성들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외쳤으며, 이 세상의 근간을 자신만의 글로 탐닉했다.

두껍지 않은 책에 켜켜이 쌓인 역사 속 여성들의 투지, 울분, 인내 등으로 표출되는 강렬한 생명력이 가득 담겨있다.

우리가 몰랐던 역사에 담긴 우리 시대 이전의 사람들의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고 내 안에도 있을 열정을 다시 꿈틀거리게 하고픈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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