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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프레임
조성환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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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콘티북 같은, 독특한 그림체의 컷만화가 아니 그래픽 노블이 두편 담겨있다.
성경의 창세기 같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의 천지창조, <제네시스> 지구를 위해 인간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사신들의 이야기 <무명사신> 시작과 끝을 담은 이야기는 각각 독립되어 진행 되지만 시작과 끝이라는, 그 사이 어디즈음을 겪고있는 우리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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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아래에서 프레임을 잡아서 거인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는 <제네시스>는 세상의 절대자와 같은 위상으로 군림하지만 세상에서 유일하나 혼자였던 생명체의 이야기이다.
어느날 산의 꼭대기에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사우론 같은 눈깔 아니 빛에 쏘여 유체이탈 처럼 남자 거인의 몸에서 스르륵 여성 거인이 태어난다. 여성거인은 심지어 말도 가능하다.
같은 ‘종’이라 이것 저것들을 알려주려 하였으나 종만 같을 뿐 식성도 흥미를 끄는 것도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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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몰라서 그렇겠지만 남자 거인의 거침도 서로의 오해가 쌓이는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거침보다는 폭력성이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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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엑스트라 같았던 촉수괴물이 둘이 더해지자 거인들을 앚도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데 남성거인이 여성거인을 지켜주려다 당하게 되고 살고자 하는 본능이었을까.
사우론의 눈으로 향하는데.
사우론 같은 흰 빛은 더 사우론 처럼 붉어져 지구의 운석 충돌처럼 지상의 종들이 한번 리셋된다.
그렇게 바다의 젠틀맨 혹등고래를 떠오르게 했던 거인보다 더 큰 고래가 바다에서 구해준 여성거인의 몸에서 또 스으윽 유체이탈처럼 무언가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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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그리고 하나보다는 둘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가장 온전한 존재임을 말하려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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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사신>에서는
인간의 기대수명과 현대의학의 힘으로 명부의 수명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기적’의 발생 빈도가 많아지자 사신들이 직접 수명에 관여하는 ‘강제사’팀이 운영된다.
악인이어서 같은 이유 없이 그냥 명부에 적혀있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게 ‘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다양한 방법으로 실적을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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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처럼 실적으로 신분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실적이 부족하면 100년이라는 시간 대부분을 불행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 강등된다는 압박감도 있다) 사신들의 강제집행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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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혼자 아들을 키우는 엄마처럼 감정이입이 되는 사람들의 강제집행을 자꾸만 유예한다.
그로 인해 후배 사신과 한판 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생각은 바뀌지않는다. 인간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사신에게는 검은색 감정에 휩쓸리는 사신에게는 무지개색으로 보이는 안감의 우산을 ‘알록달록’든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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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사신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이 균등하길, 선한자는 복을 받고 악인은 벌을 받기를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길 바라는, 사신 같은 수퍼파워가 없어도 아무도 모르게 이 세상을 지키고 있는 보통의 익명의 사람들을 떠올르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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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습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에서도, 우리와 비슷하지만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어지지 않는 것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아마 우리는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을 우리가 익히 인식하고 있는 것들과 대조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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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당황스러웠어도 받아들여진다면 분명 우리의 지금 모습과 닮아있는 것이, 받아들여질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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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세포가 분열되어 몸이 회복되고 자라고 성장하고 살아가며, 그 경험을 후손에게 전한다. 그리고 열심히 사회인으로 살아가다 당연하단 듯 세상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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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마음에서든, 이타적인 마음에서든 이 세상이 정의롭게,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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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프레임 (#조성환 지음 #열린책들 #미메시스 출판사)의 작은 한컷한컷이 모여 전체의 이야기가 되듯, 이 세상에 우리 하나하나도 모여 그렇게 세상이 됨을, 더불어 살아가야됨을, 그렇게 ‘알록달록’살아간다는 것을 아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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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제본으로 쫙쫙펴지는 책 처럼 알게모르게 구겨져있던 스스로가 펴지는 경험을 하고 싶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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