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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 - 소란한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는 가장 고귀한 방법
나태주 지음, 보담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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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항상 낯간지럽다.
경상도 남자라서 그럴까? 항상 그 이유가 궁금했다.
비교 대조할만한 친구놈들도 없다
기껏해야 만화책이나 판타지소설이나 공유하면서 볼 정도이니
(이 글을 보지못하겠지만 녀석들아 책 좀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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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적으로도 학창시절에 누구나 그랬듯
글쓰기로 교내에서 상장 몇개 받었었지만(a.k.a 백일장)
그때도 꾸역꾸역 산문을 써냈다. 도저히 운문은 분량도 주제도 글투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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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이가 먹고 앞자리가 몇 번 바뀔 세월이 지나고나서야 시를 읽는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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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권의 시를 읽는데에 성공했고, 그 시인님의 산문집까지 읽으면서 사와 시가 태어나는 순간들을 훔쳐보았다.
훔쳐보았기 때문일까. 썩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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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다른 시를 찾아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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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어른이되는순간 (#나태주 지음 #보담 그림 #북로그컴퍼니 출판)은 그런 나를 한단계 더 나아가게 해주었다.
시 필사를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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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에 출연은 물론 꽃, 풀꽃 등 시 자체가 이미 너무나 유명한 시인이시지만 나는 당당하게도 한번도 펼쳐보지 않았었다. 유퀴즈에 나와 화사하고 다정해 보이는 인상이 참 보기좋았던 기억만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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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을 책으로 만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은 따사로운 디자인의 <필사,어른이 되는 시간>은 나태주 시인의 시와 함께 짧은 코맨트가 달려있다. 시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데 편지같은 다정한 글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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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필사가 들어가있듯이, 시 옆장은 필사를 할 수 있게 비워져있는데 그냥 백지가 아니라 #보람 작가의 일러스트가 소담하게 그려져있어, 초등학교 때 방학숙제로 만들었던 시 포스터가 생각났다(시 한편 베껴쓰고 남은 종이 여백을 시와 어울리는 그림으로 채우는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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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훌륭하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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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를 읽고, 옮겨쓰면서 또 읽고, 쓰기까지.
하나의 시를 한번에 세번 씹고, 뜯고, 맛보고, 느끼면서
내가 왜 나이먹고 나서 요즘 시에 관심이 생기고 좋아진 것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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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배려가 넘쳤다.
내용이 격려가 아니더라고 갈갈이 찢고 생채기가 날 것 같은 내용이라도 너무 아프지않기를, 좋은 내용이면 햇살아래 널려있는 빨래들 처럼 포근하게 어린아이 머리 쓰다듬듯 살살, 다정하게 들려준다. 그래서 받아들이는데에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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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를 하면서 시의 언어에 익숙해져간다.
그럴 수록 진의(일지도 모를)시의 의미를 깨닫고, 나의 경험과 소견으로 체화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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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으면 성경특유의 성경투에 익숙해지듯,
‘시투’에 익숙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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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시인님이 직접 시를 필사한 ‘시인의 필사’섹션을 보고 있노라면 시인님이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쓰셨는지가 어렴춧하게 느껴진다. 필체는 그 사람의 마음을 유형화 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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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시인에게 익숙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시와 친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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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친근해지는데에 어찌 보면 동시와도 같이 쉬운 말들로 쉽게 써놓은 나태주 시인의 시가 큰 역할을 한다.
물론 그 속에 담긴 의미는 하루종일 자꾸만 곱씹어질 만큼 깊어서 시의 반전매력까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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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쉽고 따뜻하고 다정하게
아마도 현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일 나태주 시인의 글로 필사까지 곁들여 입문하기에 최고의 책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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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필사에 재미를 붙였다.
필사 챌린지도 크게 개최한다는 것 같은데
많이들 참여하시고 시와 친해진 다정하고 포근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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