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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아프리카누스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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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모로코, 사하라, 카이로, 메카, 콘스탄티노플, 그리고 로마까지. 무슬림에서 기독교, 해적에게 납치, 교황의 양자, 그 메디치가의 일원.
대체 이것은 몇 명의 이야기일까?
적어도 대여섯명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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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석하게도 저 많은 것들이 오직 단 한사람 안에 모두 담겨있었다. #레오아프리카누스 (#아민말루프 지음 #교양인 @ 출판)의 주인공 ‘알라산 이븐 무함마드 알와잔‘ 이자 책의
제목인 ’레오 아프리카누스‘로 널리 알려진 그가 바로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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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의 40년의 역사를 추적하는 과정이다 보니 내용이 방대한 것은 이해가 된다. 높은 학식으로 외교관이자 사업가, 그리고 여행가로 살아왔기에 많은 지역을 둘러본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그럼에도 교통이 원활하지 않던 15세기에 저렇게 여행을 다니다니 대단한 이력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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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도 문자 그대로 피튀기는 대학살이 벌어지는 전쟁이 벌어지는 종교에서 마저도 다양성을 가져버리니, 특히나 가톨릭 왕국들이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축출했던 700년 넘게 지속 된 레콩키스타의 시대에서 저런 상황이 가능하다니, 현기증이 일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와 천주교도 화합하기 쉽지않은데 저 두종교 사이에 한 인물이 서 있었다니.
심지어 라마단까지 지켜내던 신실한 집안에서 태어난 인물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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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으면 혼란스러운 마음과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인의 삶을 사는 현실에 몸과 마음도 지쳤을 법 한데, 레오 아프리카누스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인이었기에 어디로든 마음먹은대로 미련없이 나아갈 수 있었고, 주변인이었기에 어느쪽으로도 편향되지 않은 유연한 사고는 전쟁으로 인한 유혈이 낭자하던 그 시절을, 언어와 지식 등 수준높은 학술적 성향의 것들로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손도 피로 물들이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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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우리’로 인식되지 않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최근에 우연히 몇권 더 읽었었다. 그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였다. 어느 한군데에서 인연이 만들어지면 그 인연을 지키기위해 낯선 곳에 터를 잡아 험난한 세월을 한 곳에서 버텨내거나, 자기집에 있는 화분을 부탁하고 여행을 떠났다가 한번 씩 돌아오고 또 더 멀리 여행을 가는 부메랑처럼 훌훌 떠나서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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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아프리카누스는 후자를 선택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나는 전자를 선택했을 것 같다.
어디에든 ‘적’을 두고 내 ‘집’이라고 할만한 곳을 만들어서 소속감으로 마음을 달래려 했을 것 같은데 주인공은 계속해서 여행을 다녔고 종교전쟁의 한가운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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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생각하기에는 주인공은 종교와 환경을 이미 초월하여 자기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모습이건, 어디에 속해있던, 누구를 믿던간에 그 모든 것이 진실된 나를 이루는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던 것이다.
그러니 너도, 또다른 너도 모두 맞다며 허허 거리던 황희정승처럼 어떤 모습의 나라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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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는 아프리카누스로 불리지만 아프리카 사람도, 유럽 사람도, 아랍 사람도 아닌 나는 길의 아들이며, 내 나라는 카라반이고, 내 인생은 종착지를 알 수 없는 항해였다라는 말로 자기 인생을 정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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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아민 말루프도 주인공 레오 아프리카누스처럼 여러것들의 사이에 끼여있던 존재였다.
저자는 레바논이 고향이나, 내전 때문에 조국을 떠나 프랑스인이 된 이력을 가지고있다.
마찬가지로 자기 정체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한 주변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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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작가가 내린 정체성에 대한 답이 바로 래오 아프리카누스의 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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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주변인의 고민거리는 어떻게 하면 주변인이 되지않을까 같은, 주변인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와 주인공은, 주변인이라는 자체를 하나의 특성으로 한, 여러 모습이 담긴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으로 모든 경계선 밖에 있는 스스로를 위한 영역을 구축했다. 자기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 사랑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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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포용과 확신, 사랑과 상실, 무슬림과 기독교인의 삶을 책 한권으로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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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물을 따라 스스로를 정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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