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사람들 - 위대한 예술가들의 사랑, 우정, 스캔들에 관하여
최연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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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예술품들을 좋아하다보면 자연스레 그 예술품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에 대해 궁금해진다. 대체 어떤 삶을, 어떤 아름다운 것들을보며 사는 삶이었길래 이런 찬란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는지.
작품을 넘어 화가 그 자체에 대한 경의로 넘어가게 하는 이와같은 마음은 화가들의 삶을 작품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울 것이라 멋대로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겠지만 화가들의 삶은 대부분 그렇게 밝지못했다라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당황스럽게 한다.

삶의 고통 속에서 스스로의 귀를 잘라버린 화가, 어쩌면 화가의 모든 것일지도 모를 캔버스와 스케치북을 태워 난방을 했던 화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느꼈던 당혹스러움과 함께 뜻하지않은 거부감이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그럼에도 그 화가의 팬이 됨을 멈추지 않는다. 나도 그러한 경험이 몇 번 있는데 그것에 대한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로였다.

그러다 고갱을 모티프로 쓴 서머싯 몸의 <달과6펜스>를 읽으면 찰스 스트릭랜드에 대한 내 감정의 변화로 어렴풋하게나마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내와 아이 둘을 단번에 버려버리고 떠난 시점부터 죄의식 하나없이 떳떳하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그를 보면서 화가 치밀고 그를 이해할리는 절대 없겠다 했었는데 타히티에 도착하여 그가 불멸의 화가로 나아가는 처절한 과정은 읽는 동안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나를 감화 시켰다.
그리고 인간 스트릭랜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화가 스트릭랜드는 끝내 나에게 받아들여졌다.

그 처절함과 고통을 고스란히 품어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그들의 삶의 태도가 나에게는 숭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화가 혼자 있었다면 그런 작품들은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내를 버리고 나왔지만 주인공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지극정성이었던 친구의 아내를 뺐어 누드화를 그리고 그를 한단계 위로 이끌었으나 그에게 버림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블란치, 타히티에서 아무말 않고 그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던 어린신부 아타까지. 그 모든 만남에서 그의 그림은 나아갔고 결국 완성 된 것이다.

#화가의사람들 (#최연욱 지음 #온더페이지 출판)도 이러한 화가를 오롯이 화가 스스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었던 강렬한 인연들을 소개한다.
누가 그렸냐만큼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려나갔느냐라는 것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는 전문화가인 저자의 다정하면서도 차분한 일화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아름다운 사랑과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랑이었던 것들과 친구이자 라이벌, 그리고 화가에게 중요한 후원자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차분하게, 하지만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쉽고 간결한 문체가 화가들의 아름다운 작품들과 함께 수록되어있다.

후원자들의 관계는 지금까지 화가들의 작품이 전해지는데에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라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이 많았다(내가 알고있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히려 숭고한 사랑과 스캔들로 표현하기엔 부족하지만 그래도 부도덕한, 그래도 사랑이었던 그런 이야기들에 관심이 더 많이 갔다.
아내가 죽어가는 와중에 무의식적으로 시시각각변하는 아내의 얼굴색을 관찰하는 스스로를 혐오하면서도 그 순간 아내의 초상을 그려내 자신만의 애도를 나타낸 모네,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상상으로 하녀와의 스캔들, 그림의 가치를 모르고 물질적인 것에만 집착하게 그려진 볼네스가 실은 베르메르와 평생을 찐사랑하며 지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며 그래도 볼네스는 자기 이미지가 나빠져도 베르메르의 그림이 네덜란드의 국보취급을 받게된 것을 보고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참으로 듣기좋았다.

서로를 마음에 품었으나 정치적, 상황적(타이밍이라고 일컫는 그것들)로 결국 함께 하지못한 인상주의 화가 드가와 카사트를 읽을 때는 참 이들도 예술혼을 빼면 우리와 다름 없는 좋아하는 사람앞에서는 삐걱거리는 평범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런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 것이 바로 다른 사람과의 교류였고, 그 교류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고 느낌 감정의 기록이 바로 불멸의 작품으로 남겨진다는 것을 흥미롭게 몰입하여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득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고맙다는 인사와, 잘지내는 안부를 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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