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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여름이 돌아왔구나를 언제 강하게 느끼는가?
뜨거운 태양, 연두를 넘어 초록이 짙어지는 풍경, 장미, 능소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나는 공포, 스릴러, 미스테리 장르의 영화나 책이 서점과 영화관을 장악하는 것을 보면서 강하게 느낀다.
어릴적 화면을 보는 시간보다 눈을 감거나 이불을 뒤집어 쓴(심지어 소리도 듣기싫어 귀도 막은)전설의 고향같은 납량특집의 여파 때문일까. 아마 링과 같은 공포물 소설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닭살이 소름이 오소소소 올라오는 그런 이야기들. 링을 지나 가장 유명한 일본 공포 작품으로는 아마 13계단 과 제노사이드가 아닌가 싶다. 미스터리의 오싹함과 기이함, 한동안 일상생활이 불편한 강력한 여운까지, 그럼에도 신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수많은 팬들을 양성하기에 부족함이 전혀없다. 오히려 과할 정도이다.
그런 작가가 단편집 #죽은자에게입이있다 ( #다카노가즈아키 지음 #황금가지 출판)을 경력 20년만의 첫 단편소설집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미스터리에서 공포와 SF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가의 넘치는 상상력과 정확한 기획력을 부족함없이 선보이고 있으며 여섯 편의 수록작 중 네 편은 일본을 포함해 어디에서도 공개된 적이 없는 미발표작이란다.
초자연적 소재는 인간의 역사가 쌓이고, 문명의 기술력이 발달할수록, 빛이 밝으면 그림자가 짙어지듯이 그렇게 존재감이 더 해지고 있다.
아마 발전한 문명에서도 뭔가 속시원히 있다 없다가 증명되지 않아서이지않을까(과학에서는 증거를 찾지못해 없다고 말하지만 미스테리한 일을 겪은 사람은 꾸준히 나와서 그런걸지도)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작품에서는 초자연적인 것들로 주로 죽은자의 혼, 유령이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유령의 존재는 인간과 인간사이에서 속고 속이는 지지부진한 모습들에 긴장감과 변화를 주는 변곡점의 역할을 수행한다. 원래 인간들끼리 존쟁을 벌였다면 결정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이상 진척도 일어나지 않고,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악의 승리가 당연하게 일어났을텐데 유령의 존재로 문제가 해결되어 진실이 드러나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게 되고, 실제로 해결되기까지 한다. 유령이 어디있어 라고 믿는 우리의 세상과 대부분의 모습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기시감을 느낄 수 없을만큼 평행우주론 속 또다른 가능성의 어디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작가특유의 섬세한 묘사가 현실성을 부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딱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유령이라는 존재도 섬세한 묘사로 응당 세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는 것이다.
점점 커지는 발소리, 눈에 보이는 영혼, 교수의 집념, 낯선남자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의문의 존재들이 장르에 걸맞는공포감과 으스스함을 선사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이 세상에 버젓이 살아 활보하고 다니는 악인들을 징벌하고, 그와 동시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연민까지 생각하게 하는 겉모습과는 다른 우리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일 수 있도록 필수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이것은 필수적인 무언가가 결여된 채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러한 악인들이 교묘히 법위에 잠을자고, 반성하지 않고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이 세상이 올바른 모습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장르물이긴 하지만 상상력과 소재가 장르를 탈 뿐, 그 안에 섬세한 관찰력과 눈부신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흡사하다.
결국 해결되는 책 속의 세상처럼, 우리의 세상도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래본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이 고장난 사람, 유령이라는 존재를 잊고 있었던 사람, 냉방비가 아까운 사람, 더워서 집에서 시원하게 있고 싶은 사람들에게 <죽은자에게 입이 있다>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