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종말
신주희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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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흉흉하면 기다리기라도 한듯(정말 기다렸겠지)득세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신흥종교라 일컬어지는 사이비다.
특히나 종말이 도래했다는 종말론을 전도하는 사이비들이 득달같이 불어나는데, 심취하여 재산을 남김없이 탕진하는 사람들이 제법 나오는 것을 보니 불안으로 인해 벌어진 불안의 틈은 그만큼 취약한가보다.

하지만 종말의 순간에 구원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말, 삶이 끝나는 것 자체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

#친애하는나의종말 (#신주희 지음 #북다 출판)의 주인공인 주하나, 구영진은 자세한 이유는 다르지만 지리멸렬함의 끝이오길, 소설을 써도 이렇게까지는 쓰지않을 것 같은 막장 인생에서 벗어나고픈 이들에게는 이 세상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종말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인 것이다.

혹시나 마냥 기다리다가 종말이 오지않을까 두려워 적극적으로(?)종말을 바라는 자기주도적 종말을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되고, 그 계획의 일환으로 이니셜만을 적어둔 오늘의 유서를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교내신문에 실는다.

그들이 쓰는 유서는 생의 마무리의 순간을 정리하는 글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간절히 바라며 무너질 것 같은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려고 애쓴 분투가 담겨있다.

이 분투를, 고통을 그나마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주인공들 간의 유대인데 그것마저 오해로 인해 균열이 일어나서 이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트린다.

이들은 과연 그들이 바라는 대로 고통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인 종말을 맞이 하게 될까? 그래서 그들은 마침내 평안을 얻었을까? <친애하는 나의 종말>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참으로 열심히 능동적으로 살아간다라는 아이러니함이었다.

고통과 무료함뿐인 삶에서는 대부분 무기력해지기 마련인데 이들은 주저앉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종말을 얻기위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행동으로 옮김에 주저함이 없다.

누가 인생의 마지막을 바라면서 이렇게 한다는 말인가.
이들 스스로도 종말을 기다리는 것 보다 끝이자 시작인 종말을 스스로 결정지으려 애쓰는 자기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갓생아닌가?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것을 이룰 것이라는 강력한 자기암시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시작하는 추진력과 결단력,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필수소양이다. 이 책 속의 인물들도 이런 모습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성공의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그 어떤 구루들못지않게.

그들은 자신이 바라는 삶으로 최선을 다해 자신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바라는 삶이 종말이라는 모순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나는 <친애하는 나의 종말>을 읽으면서, 예전에 티비에서 보았던 심리치료 방식으로 유서를 작성하고 실제 사용되는 좁은 나무관에 몸을 뉘어(심지어 관뚜껑도 닫아보는)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끝을 생생히 체험한 그들은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자신의 끝에 다다랐을 때 후회없는 삶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책 밖에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종말이라는 것은 핵전쟁이 발생하거나 공룡시대처럼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는 정도의 극적인 사건이 요구된다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러니 책 속의 인물들이 바라는 종말이라 불리어질 엔딩은 높은 확률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면 종말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갔던 이들은 실패하고 주저앉을까? 아마 일시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탈력감이 밀려 올 것이지만, 이들은 종말보다 새로운 삶에 더 필요한 것을 이미 얻었다.
바로 끈기와 실행력, 그리고 열정이다. 이미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것을 불태운 ‘경험’은 도저히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열쇠이다.

한번 최선을 다했던 경험이 있다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우리는 이미 너무 잘 알고있다.

이들은 이미, 마냥 종말만을 기다리던 어둡던 인생과 찬란하게 결별하며 종말을 고했다.
이제 종말은 사라지고 찬란함만 남았다.
그들의 앞에 찬란한 인생과 친애하는 끝이 함께 하기를.

좋은 기회로 #청맥살롱 에서 작가님의 서명이 들어간 도서를 제공받아 읽게 되었다.
작가님이 적어주신것처럼 유한한 존재라 특별하고, 그래서 사라지지않는 의지, 마음이 더 중요함을 모두 이 책을 읽고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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