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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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글이지만 리뷰 대회 참여합니다:)

디아스포라diaspora. 흩어짐을 뜻하는 단어로, 원래는 팔레스타인 이외의 지역에 살면서 유대적 종교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뜻한다고 한다.

#벌집과꿀 (#폴윤 지음 #엘리 출판)에서는 이 단어 앞에 한국계를 붙여 ‘한국계 디아스포라’라는 말을 주제로 삼아 7개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각각의 사정과 사연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에 정착하여 살아가는자들. 한국인 디아스포라.

막 출소해 미국 낯선 동네에 정착하려는 한국계 청년, 탈북한 뒤 흘러흘러 스페인에서 청소 일을 하는 나이 든 여성, 조선인 고아 소년의 고국 송환 길을 호위하는 에도시대 사무라이, 탈북 한국인 2세로 런던 외곽 한인타운에서 살아가는 한 부부, 러시아 극동 지방의 척박한 고려인 이주지에 배정받은 러시아인 초임 장교, 사할린섬에 있는 교도소에서 일하는 고려인 아버지를 찾으려 나선 십 대 소년, 한국전쟁이 남긴 상처를 간직하고 외진 산골 고향으로 내려온 남자.

어린 나이에 고국이 아닌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뿌리가 뽑히고, 낯선 땅에서 마음붙일 이유를 만들기위해 치열하게 집을 짓고, 부모가 탈북해 자연스레 런던에서 태어난 교포2세,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섬으로 끌려온 할아버지이후로 3대 째 타국에서 살면서 한국인이 아닌 고려인으로 불리는 사람. 등등 분명 한국과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님에도 한국에는 이들을 그리워 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

가지고 있을 때 보다 가지지 못했을 때가 더 아름다워 보이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리다 했던가.
자기의 의지도 아님에도 이런 시린 마음을 지고, 고국에서도 타국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당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무슨 낙으로 고된 삶을 살아가는지 궁금하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스스로에 놀랐다.
국내에 살고 해외에 살고의 차이 밖에 없는데 왜 무슨 낙으로 사는지를 걱정할까. 나도 낙없이 사는건😂똑같지 않나?

가만히 돌이켜 보니 이들은 상실 과 결여를 나보다 하나씩은 더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고국일수도, 심지어 고국을 고국이라 말할 수도 없는 경우도 있다.

자기가 원해서 된 결핍이 아니라 더욱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큰 맘 먹고 떠날 수 있는 이유는 돌아올 ‘집’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행지가 좋고 여기서 살고 싶다 하더라도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아 그래도 역시 집이 최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있기에 언제든 안심하고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벌집과 꿀>의 인물들도 물론 home 과 house의 관점에서 봤을 때 모두 house는 가지고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하지만 아직 모두가 제대로 house가 있는 곳에 뿌리를 깊숙하게 내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집에 있어도 단단히 뿌리내리지 못해 ‘여행하는 와중’인 것이다. 심지어 돌아갈 마음의 ‘집’도 없다.
그러니 삶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식물들이 쉽게 흔들리고 뽑히듯.

하지만 이 책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곁은 내어주는 이들이 한번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이들에게 신기하도록 아무렇지 않게 곁을 내주고 마음을 써주는 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나눈 따뜻함은 그것만으로 삶을 구원할 만큼은 아니지만, 한 번의, 한순간의 유대가 이들에게 ‘집’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그들은 조그마한 집을 마음에 담고 또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도 주위를 둘러보면 고향을 떠나 여러가지 이유로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나처럼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취업을 위해 대부분 상경하는 세상이니. 인생의 전부를 살아온 곳을 떠나 어딘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참으로 쉽지않다.
아는 사람도 없고, 혼자 불켜고 불끄는 온기없는 단칸방도 휴식에 도움이 되지않는다. 그렇게 원동력을 잃어간다.
그럴 때 누군가가 전해준 사소한 마음하나가 보일러 못지않은 뜨거운 온정으로 다가온다. 우리모두 겪어봤을 것이다.
이방인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법이다. 보이지 않을 수 없다. 하고자하는 마음만 있으면 이 세상 어디에서도 이방인은 자취를 감출 수 있다.

내몸을 누일 곳에 마음붙일 수 있는 살아갈 이유, 기꺼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달콤한 꿀을 서로서로 챙겨줄 수 있는 그런 달콤한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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