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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방 ㅣ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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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보자 20살이 되던 해에 이사를 시작한 이후, 21살에 한번, 26살에 또 한번, 그다음부터 2년이 될 때마다 동생과 이사를 했다. 그때는 보증금도 부족해서 월세를 제법내면서 아둥바둥 살때라 미니투룸이라 불리는 방 하나에 작은 거실이 있는 곳에 살면서 방은 동생을 주고 나는 거실에서 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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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의 이십대에는 나의 방이란 없었다.
문을 닫으면 오롯이 내 공간이 되는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문을 닫아야 방문 밖으로 남아있는 공간과 함께 나도 남겨져야 나의 공간이 생겼다. 물론 화장실이슈등으로 수없이 공간이 침범되었지만 말이다. 이제는 내가 사는 지역을 옮겨서 동생과 같이 살지않으면서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떠돌이 인생인 것은 똑같은데 그래도 내 것이 갖고 싶었다. 그래서 욕심으로 모듈쇼파도 사고 그 옆에 둘 커다란 스탠드도 해외직구로 하나 사고, 매트리스 받침이 수납장인 퀸사이즈 침대도 사고, 티비와 모니터를 겸하려 42인치 티비도 샀다. 그렇게 욕심을 내다보니 로망이었던 모션데스트는 사지 못했지만🤣 이사할때마다 큰짐이 없어서 박스에 짐을 다 때려넣고 용달을 불러 아저씨 한분과 내가 함께 낑낑거리며 짐을 옮기는 나름 간소한 이사를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이사를 하지 못한다 쇼파도, 침대도 생겼으니.
이제 다음이사부터는 돈 좀 쓰고 몸이 덜 힘든 이사를 하게 되려나 ㅎ 그렇게 내가 지금 조명 아래에서 #우리같은방 (#서윤후 #최다정 씀 #열린책들 출판)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 이곳에 이사한지 벌써 두달이 다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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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첫번째, 두번째 책을 연달아 함께한 편집자가, 세번째 책에는 논문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던 공동저자로 쓴 <우리 같은 방>은 작가들이 살아오며 살았던, 또는 여행을 가서 지냈던 방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있다. 심지어 방안에 있는 의자나 장 따위의 가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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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가 많은 물건들을 샀지만 옵션에 포함되어 있어서 그냥 쓰던 것 말고 처음으로 열심히 서칭해서 마련한 의자가 참 애착이 가는데 이 책에도 첫 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더 반가웠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쓴 일기를 오랜만에 펼쳐보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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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의자에 앉아 앞에 펼쳐진 방을 훑어본다.
이사할 때 가구배치를 고민하던 초기를 제외하고는 또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이렇게 가만히 방을 둘러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매일 청소도 하고 물건 정리도 잘 했었는데, 바닥도 여기저기 놓여있는 물건들이 아무도 없음에도 참 낯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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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치되어 있다.
쇼파와 책상 사이의 공간에 이동가능하게 설치해둔 삼탠바이미와 선풍기가 놓여져있고, 쇼파와 책상 곁에는 테무에서 구매한 스마트 전구가 끼워져있는 크고 작은 스탠드들이, 쇼파옆에는 새로 마련한 4단짜리 책장이, 그 책장을 넘어 번져나 책상을 뒤덮은 책이, 이전 집에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꾸역꾸역 들고와 쓰지도 못하고 구석에 방치되어있는 이케아 안락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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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확장을 한 집이라 아주 마음에 드는 큰 창, 그 앞에 놓여있는 용케 죽지않고 살아주는 기특한 아보카도와 커피나무까지. 나의 취향과 생활, 생각들이 너무나 숨김없이 방 하나에 빼곡히 담겨있다. 그래서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집이 좋던 나쁘던 항상 긴장되고 수줍은 마음이 드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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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방을 심지어 인생에서 거쳐온 방을 전부 고백하듯 꺼내놓은 작가, 심지어 서로의 방을 공유노트를 적듯 공유한 그 용기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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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방에 대해 보여주는 것을 넘어 들려주기까지 하는 것을 보니 엄청나게 특별한 사이임은 분명하다. 적어도 책을 쓴 그시점부터라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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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열때는 글을 공유한다는 것도, 내가 이 둘의 집에 거실로 들어가면 어색할 것 같아서 쭈뼛거렸는데, 책을 덮은 지금은 나도 이 두사람의 방을 공유받은 특별한 사람이 되었고, 보지는 않겠지만 나도 나름대로 방을 공유해서 당당하게 둘의 집에, 거실에, 방에 편안하게 있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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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친근함을 형성하는 일인지를 더시한번 깨달았다. 그만큼 은밀하고 사적인 나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공간은. 그러고 보니 참으로 공간과 글은 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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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글을 보이는 것이 그렇게 부끄러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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