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아이의 장례식은 옳지 못하다. 아이의 죽음은 부당하다. 아이는 죽어서는 안 된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어른이 되어 살아야 한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 오래 살아서 노인이 되어야 한다.

이 한 단락으로 #아이들의집 (#열림원 출판)을 쓴 #정보라 작가의 의도는 다 설명되는 것 같다.

<너의 유토피아>로 대한민국 SF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우리나라에서도 SF소설의 붐을 일으켰던 정보라 작가의 신작, <아이들의 집>은 역시나 SF적 요소가 담겨있다. 앨리스라는 이름이 있지만 깡통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로봇이 아이들의 양육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나라의 국가 양육시설 ‘아이들의 집’에서 아이들의 전반적인 케어를 담당한다. 사이비 집단의 침입에 박살이 났다가 약간은 삐걱거리는 상태로 수리되어 다시 아이들을 돌본다. “로-봇은 일-관성 있습-니다. 사람-만 변덕-입니다.”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작가이기 이전에 스스로를 데모꾼이라 자처하는 작가인지라 그의 작품에는 현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꼬집음이 있다.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함이 SF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디스토피아적 성향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SF소설은 디스토피아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세상을 기반으로 상상하는데 더 좋은 세상은 없을 것만 같은 현실이니까.

하지만 <아이들의 집>은 유토피아적 요소가 담겨져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한 때의 불장난으로 부모도 준비가 필요하다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태어나 버림받거나(버림 받으면 주로 백인들의 나라로 입양된다) 방치, 폭력 등의 학대를 겪으며 법이 보장하는 친권의 강력함아래 나라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처벌뿐인 현실을 아득히 넘어선 미래를 보여준다.

온 나라가 돌봄과 양육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으며 아이에게 부모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가족이 있는지조차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집도, 교육도 필요하다면 국가가 지원한다. 모든 국민들이 한달에 한번 돌봄 의무를 이행하며, 의무를 이행하는 국민들도 높은 확률로 양육시설 ’아이들의 집‘에서 성장해왔다(부모와 가족이 있음에도 아이를 맡길 수도 있고, 아이가 직접 찾아올 수도 있으며, 언제든 집으로 돌아가도 좋고, 머물러도 좋다) 우리의 사회에서의 보육원과는 사회적 위치도, 인식도 천지차이이다.

모든 사람들이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 관심을 제공하는 것이 대기중 질소처럼 당연하고 팽배한 것으로 여기는, 모두가 육아앞에서 평등한 세상. 끔찍한 어른들이 작품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책 속의 사회는 현실보다 더 이상적이다.

뉴스에서 양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주먹을 부르는 소식이 많이 들려오지만 아동학대의 80퍼센트가 친부모에 의해 자행된다는 것이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아동학대 정황이 있다고 신고를 해도 아동학대를 자행한 친권자가 아니라고 하면 돌려보낼 수 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에도 너무나 큰 실망을 하였다. 친권이라는 권한이 그렇게 강하다면, 그에따른 책임이나 처벌도 그만큼 강력해야 하지않나.

아이들은 무엇 하나 스스로 선택된 것이 거의 없는 상태로 사회화된다. 그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첫번째 장소이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가정'이 세상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학대와 그에따른 고통으로 가득차 있는 세상이 전부인 아이들은 그것이 학대인 것을 알까?

그런데 어떻게 아이들의 증언만이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대부분의 법적 분쟁에서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소의 제기로 인해 이득이 있는 자가 적극적으로 하게 되어있다. 그럼 학대에서 벗어나는 소에서는 아이에게 이득이 있다고 여기는 것인가. 정녕 그렇게 생각하는가?

육아뿐만 아니라 현 사회가 직면한 것들이 나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책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이 가루, 사각형, 색종이 등 사람이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다. 책을 덮고 글을 쓰고 나니, 문득 애기들 태명 지을 때 개똥이 같은 사람같지않은? 이름을 지어주지않나? 그 이유가 귀신들이 사람이라 알아채지 못하게, 그래서 해코치 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출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알고있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 오래 살아서 노인이 되어야 한다.”라던 문장과 맞물리는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

유토피아적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유익한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