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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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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라는 개념은 수백년간 생물학에서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우리가 알다시피 우리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를 구별짓는 뚜렷한 특징들, 발현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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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렇게 발현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가 생물학에서는 당연히 근간이 되고 중요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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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진화해서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위해 이런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 형태의 이유에서 첫번째, 진화론이다.
이것말고 또 있냐고? 당연하다. 바로 신이 완전무결하게 만들어주셨다라는 창조론이다. 아니 이건 예전에 교황의 권력이 한 국가의 왕의 그것을 넘어섰을 때 주장한 것이 아니야 라고 하겠지만 놀랍게도 사회과학이 아닌 자연과학에서,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는 아직까지 창조론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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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죽지도 않고 좀비같은 상태로 존재하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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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러한 진화론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인식되게 한 사람은 누구일까? 종의 기원으로 진화라는 개념을 착안해낸 찰스 다윈이 제일 먼저 떠오를테지만, 종의 기원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찾아보기 쉽지않다. 그러면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 중 가장 성공하고 널리 읽혀진 것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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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다.
물론 진화론의 입장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진보적 성향이 있는 학자이지만 (생명체를 유전자를 전달해 주는 ‘탈 것’에 불과하다는 유전자 만능주의를 신봉하는 것을 넘어 당연한 보편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그럼에도 자연의 생존에 의해 선택된 유전자들만이 살아남아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는 자연선택설을 가장 잘 , 그리고 널리 알린 학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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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도킨스 의 신작 #불멸의유전자 (#을유문화사 출판)은 작가의 신념은 더 굳건해졌으나 조금 더 유순해 졌다 해야할까. ‘탈 것’이라는 단어와 견해가 다른 학자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작가는 온데간데없고 수도원에서 필사를 하며 수련한 수도승처럼 뾰족하지도 않고 흥분하지도 않고 차분히 정돈된 자신의 생각을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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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유전자. genetic book of the dead. 사자의 유전서 로 생물체를 여기면서 ‘탈 것’으로 폄하했던 생물의 가치를 스스로 끌어올렸다. 유전자를 전달해 줄뿐만 아니라, 계주 육상 선수가 어떻게 해서든 다음 주자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바통처럼, 과거의 존재들의 환경이 생물체의 온몸에 고스란히 새겨져있다고 그래서 이전 세대의 환경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과거를 유추하는 것을 과거 비싼 양피지를 아껴쓰는 방식으로 여러번 겹쳐쓰기를 뜻하는 ‘팰림프세스트‘에 비유한다. 물론 눈으로는 잘 보이지않아 첨단 과학장비들을 동원해야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한 노력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바로 과거의 것들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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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자들의 입장에서는 진화라는 과정은 어떤 특정세대에서 갑자기 일어나기보다는 매 세대 거의 일정한 정도로 일어난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매우 혁신적이기 보다는 보수적으로.
그래서 과거의 진화 양상을 알아내면 높은 정확성으로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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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도킨스의 논리를 지금보다 미래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과학자도 이용가능한 유의미한 것이라는 것을 가상의 미래과학자 Scientist Of the Future, SOF를 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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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프에게는 지금 우리의 현재 생물체의 모습이 ‘사자의 유전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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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서 과거와 미래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누군가에게 과거도, 미래도 될 수 있는 현실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해 전해줄 것들을 내가 아닌 타인(후손)을 위해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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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으며 공동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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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진화나, 학습의 진화 가능성까지. 진화론자의 끝없는 진화에 대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여러 시간대가 켜켜이 쌓여있는 퇴적층에 뿌리내린 한그루의 식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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썪어 토양이되어 다음세대를 키워낸 과거를 잊지말고 발판삼아 내가 맺은 열매와 후에 썪어문들어질 몸체도 또 하나의 시간대를 의미하는 퇴적층이 되어 다음세대를 살릴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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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현재가 더없이 귀하고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누군가에게 전해질 나의 이야기를 소중히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