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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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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 라는 말이 있다.
덕후라도 불리어도 좋을만큼 좋아하는 특별한 일을 업으로 삼는 행운을 누리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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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를 이루었다라는 것도 부럽지만,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했다라는 것이 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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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사랑한예술가들 (#디자인하우스 출판)을 쓴 #마이클페피엇 이 덕업일치의 정수가 아닐까 싶다.
제목에서 부터 ‘내가 좋아하는’이라는 말을 숨김없이 그대로 적은 의도 처럼, 자신의 60여년의 미술평론가 인생에서 가장 사모하고, 직접만나 우정을 나눴던 작가들을 자기만의 신전에 모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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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전시회를 구상한 듯한 구조이다.
전시회의 제목은 ‘지극히 개인적인 예술가들을 위한 신전’이며 전시실은 총 다섯개이며 전시실의 이름은 없다.
많은 작가들의 표현을 차용하자면 ‘무제(Untitled)'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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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각의 전시실에는 누가봐도 예술사를 말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화가들이 빽빽하게 전시되어있다.
작가의 그림에 집중했다기 보다 화가 그 자체에 집중되어 있어 그림에 대한 기억은 희미할 수 있지만, 화가에 대한 이해도는 내가 옆에서 지켜봐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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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서문에서 화가의 신전이 있듯 문학가들을 모셔놓은 신전도 마음속에 구비해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화가들의 편지나, 메모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에 유난히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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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인생이 온통 ‘고통’뿐이었던 고흐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동생 테오와의 편지, 고갱이 남긴 일기 등을 통해 고흐의 심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읽는 내내 입꼬리가 아래로 쳐지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위대한 그린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궁금했던 내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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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숙하여 잡히지 않은 내 스스로의 취향이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한 화가들로 잡아먹힐 정도로 말이다.
페피엇의 신전을 고대로 모셔와 평신도로 숭배할 뻔 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안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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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인정욕이 그의 패션에도 담겨있다며, 베래모로 대표되는 그의 갖춰입은 패션은 그림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점차 옷이 검소해져가는 과정도 인상깊었고, 화려하면서도 절제되어 있다는 지극히 모순되는, 불가능해 보이는 화풍을 90이 넘도록 열정적으로 그려온 멀티링구얼 천재소녀 출신 소냐 들로네, 이름만으로도 20세기 실존주의 그 자체의 상징이 되어버린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처절한 실패로 가득한 그의 인생에 절로 박수를 보내며 팬이 될 수 밖게 없는 서사성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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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화 그것에만 집중해도 평생이 걸릴텐데 존재자체의 본연성에 몰두하여 실패의 고통에서도 포기않고 끝까지 마주친 그의 예술은 가히 하나의 사상을 대신하는 대명사가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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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망할때 까지, 아니 어쩌면 인류가 사라지고 다음 생명체가 과거에 있었던 인류의 문명을 찾아내더라도 고도로 심화된 사상과 문화를 가졌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할 예술가들을 막연히 상상할 때는 천재, 특출난 재능, 오롯이 자기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반대인 것에 또한번 충격을 받았다.
고통과 결핍으로 예술이 이루어진다던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사실이었다. 문학에서도 우리가 재미있어하고 열광하는 이야기의 특징은 주인공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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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감명깊은 이야기들은 결핍과 고통에 대한 공감으로 살아남아 우리의 마음에 박혀서 영원을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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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예술 뒤에서 결핍과 고통을 피하지 않고 평생을 고통스럽게 마주해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화가들이 진정한 예술이며 그들이 만들어낸 창조물의 진정한 뜻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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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위대한 예술가들 만큼은 아니지만 버티고 열심히 살아낸다면 누군가가 기억해줄 무언가 하나쯤은 남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삶을 살아가는데에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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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예술은 불멸인가보다.
우리의 삶도 예술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