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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지미 라이 지음, 이지은 옮김 / 모모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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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되면 해보고싶었던 것이 기차여행이었다.
‘내일로’라는 청년들(나이제한의 푸릇한 표현)에게만 주어지는 자유로운 기차여행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무엇이 그렇게 해야만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많았는지 기차여행이라는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떠난 시간에 나의 경쟁자들은 저만치 앞서 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가지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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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라이 가 쓴 #청춘너에게로이어지는길 (#오팬하우스 모모 출판)의 주인공 지미짱 아니 ‘지미’는 오랜세월동안 자기가 마음에드는 곡을 쓰지못하는 실패한 작곡가다. 그리고 지미는 나랑은 다르게(비슷하다 믿고싶다)일본의 ‘내일로’와 비슷한 ‘청춘18티켓’(실존한다)을 이용해 5일간의 목적지없는 여행을 떠난다. (대만사람인데 청춘18을 위해 일본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미 뭐라도 될놈 아니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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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미의 X이자 인기 냉미녀 가수 ‘안치’가 말도 없이 떠난 지미를 찾아 지미의 할머니댁에 갔다가 지미의 오래된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그곳엔 20살 즈음의 지미와 전 세계를 여행하던 일본인 ‘아미’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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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없는 여행이라 하지만 실은 지미는 아미를 만나러 간 것이다. 아미에 대해 알고있는 것은 고향이 아키타라는 것뿐.
청춘18티켓이 준 5일이라는 기회동안, 지미의 다이어리를 읽는 안치와 다이어리 속 그 시절과, 지미의 기차여행으로 장면이 전환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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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5일이라는 기회동안 지미는 안나를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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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이 상견니의 허광한을 주인공으로 하여 일본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라는 것을 알았어서 그런지 이 장면은 영화로 이렇게 표현하고 장면 전환은 이렇게.. 같은 생각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이미지적으로 굉장히 생생한 소설이었다. 자그마하고 이쁘고 당찬 안나의 덧니가 드러나는 귀여운 미소와, 그녀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궁시렁거리는 지미의 모습까지. 영화촬영이 완성되고 나서야 소설이 완성되었어서 영화와 소설의 스토리 진행이 다르다고 하던데 얼른 영화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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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청춘18 티켓에 비워져있는 5칸이 얼른 채우고 싶운 것일 수도 있고, 한칸한칸 채워져가는 것에 아쉬움과 조바심이 느껴질 수도 있다. 분명 극 중 지미는 이 두마음을 5일동안 여러번 겪었을 것이다. 지미의 그때 그때의 마음을 상상해보며 책을 읽는 것도 이 책의 좋은 독서법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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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미 라이 는 여섯편 정도의 작품을 발표했던 전력이 있는 절필한 작가였다. 절필한 이유는 완벽주의자였어서다. 그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지못하게 된 것이다. 글 속 지미도 첫 데뷔곡 이후로 마음에 드는 곡을 쓰지못해 작곡가를 그만두겠다며 욱하는 심정으로 여행을 떠난다.
작가와 주인공 둘의 이름이 같은 것은 작가가 글 속 주인공에게 스스로를 투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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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와 교육업계에서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미국으로 이주도 하고 완전 달라진 인생을 살고있다가 우연한 계기들이 맞물려 다시 글을 쓴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원래 직감을 믿고 글을 쓰기전에 세밀한 설정을 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8번의 각색을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이 작품은 작가의 여행에세이를 소설로 각색한 작품이다)그러다 우연히 한 작가가 미리 세밀하게 계획을 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때는 왜인지 모르게 나도 한번 해볼까? 해서 9번째 각색한 글이 책으로 나온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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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것이란 세상에 없다. 실패를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않으면 결국 인생은 바뀌지않고 그냥 그렇게 가만히 있다. 가만히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떠밀려 뒤로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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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실패를 해야면서 그 실패에서 무언가를 얻고 그것을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당당히 실패하고 그 실패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시기. 그 푸른 찬란한 시기가 청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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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에서 너에게로는 아미일까, 청춘이었던 그시절의 지미일까, 아님 다른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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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청춘인지, 나이들어버린 것은 아닌지, 지난 세월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면 이 책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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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시든 줄 알았던 앙상한 가지에 불쑥 작은 연두색 가지가 뻗어져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