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달리기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면 끝까지 읽기가 솔직히 부담스럽다. 달리기에 관한 책이다 보니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가 적혀있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뭐랄까 너무나 예찬 가득하달까? 뛰다 안뛰다를 반복해온 내 입장에서는 읽을수록, 아니 신앙고백같은 예찬을 보는 것이 쉽지않았다.⠀그래서 #벨라매키 의 #달리기의기쁨 (#웅진지식하우스 갤리온 출판)을 받아들었을때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제목부터 달리기에 대한 신앙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작가가 저널리스트 출신이라 그런지 담백했다.일종의 성과보고서 같달까? 너무 예찬하지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털어놓기 힘든 개인사를 고백하며 처절하게 달린 지난날을 한걸음 물어난 시선으로 있는그대로 전달한다.오히려 너무나 처절해서 처음에는 웃지못할, (적응하면 피식거리게되는)자학적으로도 보이는 농담들로 글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만들려 노력한다.⠀달리기를 예찬한다기 보다는 새뮤얼 존슨의 수필 속 표현을 빌려와 정신의 깊은 병을 치유하는 ’육신의 혹사‘라 표현한다.오랫동안 불안장애를 겪어왔던 작가는 불안장애를 방지하기위해 자기를 불안하게 했던 장소들은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하며 살아왔고, 결국엔 런던의 대부분이 금지구역이 될 정도까지 이른다. 그렇게 집밖을 위험해하며 회사생활을 괜찮은 척 이악물고 살아가는 와중 결혼 한지 1년도 되지않아 파경에 이르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심지어 엑스남편은 회사동료 허허😇) 그렇게 하루에도 몇번이나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숨기기 위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살던 와중 무턱대고 뛰쳐나간다.⠀여기서 포인트는 자기도 왜 그랬는지 왜 하필 달리기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밖의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처음은 3분을 달렸다는데(작가 인생 최고기록)심지어 그것도 한번에 3분이 아니다 쉬다 달리다를 반복해서 달성한(?)기록이다. 종아리가 아프고(아마 씬스프린트가 아닐까)숨이 미칠듯 헐떡였지만 왜일까 그녀는 계속 달리러 나간다.⠀그녀를 뛰게 한 것은 단 하나.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슬픔과 분노가 달리는 와중에는 멈추었다는 것이다. 달려야만 좋은 것이 아니라 ‘평범’해지는 것이다.⠀하지만 무너져내린 것과 진배없는 그녀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다(그녀 스스로도 처음엔 몰랐던 것 같다)그렇게 괴롭지 않기 위해 꾸준히 달렸던 그녀는 결국 극복해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불안증 초고수 러닝 초보임을 자처하는 그녀는 인생이 바뀌고 달리기에 대해 글을 쓰고 직접 쓴 소설로 등단을 한 지금에도 러너로 산다고 항상 인생에 햇살이 비치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명언이 난무하지는 않더라며, 그런 명언따위 불쏘시개나 되라며 끝까지 시니컬하게 달리기를 예찬하지 않는다.⠀오히려 이런 점이 책을 읽는 동안 미친듯이 달리고 싶게 만들었다. 달리다가 멈춰선 지금의 나는 모든 인간이 그렇듯 달리기라는 행위가 굉장히 미화되어 있다(인간은 지나간 것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그래서 달리고 나면 너무나 좋고 마냥 행복한 너무나 위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중간하게 뛸거면 시작도 하지못하게 부담을 지운다.벨라매키가 이러한 환상을 와장창 깨부숴 나에게 달리기를 현실로 돌려놓았다. 뛰러 나갈때마다 아 귀찮아 나가기 싫어를 연발하고 나가서 겨우 뛰기 시작했음에도 아 이걸 내가 왜 대체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있지?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40분 뛰기로 한 것을 35분만, 30분만 이라며 끝없이 유혹하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심지어 다 뛰고 나서도 내가 다시는 뛰나봐라 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씻고나면 아 그래도 개운하다 라는 착각을 한다(실은 샤워가 개운한 것일 수도 있는데)⠀그래 매순간 번뇌에 들게하던 것이 달리기였지! 잊었던 현실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달리고 싶어진다.아니 달리려한다.(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그냥 달려야 할 것만 같다)⠀책 속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감정은 그당시에는 모두 필요해서 드는 감정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감정처럼 왜인지 모르게 달려야겠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테다. 그러니 나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작가의 말대로 일단 석달은 뛰어보고 그때 생각하자.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