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나인경 지음 / 허블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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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해리포터에서 기억을 뽑아내 다른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마법도구 ‘펜시브’가 있었다. 관자놀이에서 하얀빛으로 형상화된 기억을 뽑아내는 것이 낭만적으로 보였는지 어릴적부터 20년정도 해리포터를 보고있지만 한번도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인경 작가가 쓴 #도시의소문과영원한말 (#허블 출판사)에서 기억이 데이터화 되어서 클라우드에 올려두고 실제 머릿속에서는 지워버린 첨단 사회의 모습은 왜이렇게 디스토피아 그자체로 느껴지는지. 이토록 과학기술이라는 분야는 어쩔 수 없이 철덩어리의 차가움과 삭막함이 담겨지는가보다.

왜 많은 SF소설들이 디스토피아를 그리고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AI가 주도하는 첨단과학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의 방향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다.

김영하 작가가 알쓸인잡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있다.
우리 인간의 삶 속 모든 순간에는 모두 다른 내가 있는 것이라고. 그 여러 군상들을 잘 정리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 낭만적인 단어도 소설 속에서는 한 인간에게 여러명의 기억을 담는 실험을 해버리는 것으로 낭만은 또한번 난자당한다.

기억을 잊으려는 자와 기억을 되찾으려는 자. 서로를 모르는 둘은 기억은 없지만, 왠지모를 그리움이 서로에게 이끈다.
기억이라는 것이 굳이 필요없는 것들은 거세해도 된다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라면 그로인한 감정또한 사소한 것일까?

똑같은 경험을 한다고 모두가 알고리즘처럼 똑같은 감정으로 유도될까? 또다른 디스토피아 영화 ‘이퀼리브리엄‘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크리스찬 베일이 열연한 이 작품에서도 무의미한 특이점으로 인해 질서가 어지럽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물로 감정을 통제당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사회를 반대하며, 감정을 지우지않고 강아지를 키우고 레오나르도의 그림을 소유하고 감상하는 반동세력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찾아 검거하는 역할을 크리스찬 베일이 맡았다.
베일이 너무 바쁜 나머지 감정조절제를 투약하지 못하고, 무채색의 콘크리트 벽과 그 벽을 적시는 음침한 빗줄기가 더할나위없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반동세력에서 압수(?)한 강아지와 눈이마주쳐 죽이지못하고 몰래 데려오기도 한다.
(관심있으시면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

우리에게 기억과 그에 따른 감정을 필요없는 것일까?
효율적이지 못하고, 돌발적인 상황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거세당해야할 정도로 의미없는 것일까?
그럼 우리는 AI와 무엇이 다른가? AI는 먹고 재우지도 않아도 되는데 그럼 오히려 AI보다 못하지않은가?
아마 이런 생각들 때문에 첨단과학의 시대가 다가올수록 희망적이지않은 미래를 그리는 것일테다.

효율성 관리성증진 이것들만이 사회에서 제일의 가치인가?
그렇다면 예술이나 창의력따위는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럼 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은 수십 수백, 수천억까지의 값어치로 팔려나가는가.

그저 화학반응일 뿐이라 한다면 기억이 지워지고도 화상자국처럼 남아있는 감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무엇을 위해 고효율을 꿈꾸는가.

인간이 AI의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으로 남아있으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이 AI를 만들어내고 지금까지 살아남고, 여러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음악 미술 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사랑같은 감정들이 원동력이었다.

첨단 AI시대에서 기계같은 서늘한 감촉의 인간들의 모습을 <더시의 소문과 영원한 말>에서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이러한 따뜻함으로 대표되는 사랑과 인류애적 감정들이 제1의 가치라는 것을 더 잘 보여주기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게 나를 당당하게 보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자기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자기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고, 세상 누구와 맞붙어도 비교하며 스스로를 까내리고 앞날을 걱정하며 불행속에 스스로를 두려하지 않을 것이다.
첨단사회 속 인간의 바람직한 모습도 이러한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나 인간이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요즘인가.

굳이 기술과 나를 비교하여 스스로의 존엄성을 까내릴 필요가 있을까. 기억과 감정은 인간의 정체성임을 계속해서 SF소설들이 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처럼 소중한 것을 잊지말고 잘 유지하라는 뜻일테다.
우리가 우리로 오롯이 서있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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