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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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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상도, 그것도 대구출신이다.
박정희 박근혜 모녀의 정치요충지라 그런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세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투표결과는 항상 시뻘겠다(빨갛다의 사투리:그냥 빨강보다 더 빨감을 강조하고싶었다)대통령 선거가 되면 할아버지가 항상 다른 생각말고 누구후보 찍으라고 전화가 걸려왔었다. 그게 매년 딱 한번 할아버지와의 통화다. 그래서 정치라는거에 질렸던 걸까. 정치는 나의 관심사였던 적이 한번도 없다. 궁금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정치인이 되고싶지도 않았다. 아무리 다른 색을 골라도 결국은 정치적 결단이라는 이름으로 색이 비슷해져 가는 것을 보고 선거도 고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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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서 다시한번 정상의 자리가 비어있는 지금, 여전히 선거는 관심이 도통 생기질 않지만 올바른 정치란 무엇일까라는 정치에 대한 환상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는 관심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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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작년 말부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는 없어야 할 일들에 대한 책들을 읽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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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누군가와 겹쳐보이게 만들었고, 제목자체가 ‘계엄령’인 카뮈의 책도 읽었고, 프랑스혁명이 반쪽짜리 성공이었다라는 책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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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전에 벌어졌던, 이제는 소설 속에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지금 이 세상에는 엄청난 것 보단 사소한 선들이 모여야 할때임을(레베카 라인하르트의 선의 평범성)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일이 21세기, 그것도 나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라는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2002년 4강 신화는 이거에 비하면 신화도 아닌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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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이니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길 바랬던 마음이 은연중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매화도 피기 전 올바른 정치, 올바른 관리인의 모습을 수십년의 세월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수십번 고쳐나간, 하지만 귀양살이로 마음속에만 담아 둘 수 없었던 애절함을 ‘심서’라는 단어로 남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찾아보게 되었었다. 그 책에서 참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아니라 저 위의 분들이 봐야하지않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하려면(중립) 적어도 어느정도는 알고 뜻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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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선거에는 많은 관심을 두고있는데, 뜻을 두고 보아도 오래보기가 힘든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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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옳은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표본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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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조가묻고다산이답하다 (#판미동 출판사 출판 #신창호 지음)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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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론 소론으로 (지금이랑 비슷하네 그러고보니)나뉘어져 정치는 뒷전이고 파벌싸움에 급급한 조정대신들을 규합하여 정치를 해야했던 정조는 붕당정치 신분제를 넘어선, 출신에 국한되지않는 능력위주의 사람을 뽑아내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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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실학자 정약용을 만날 수 있었고, 그 당시 정조는 40대, 정약용은 30대 혈기왕성한 나이였다.
그래서 올바른 일처리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였다.
정조 자체가 끊임없는 독서로 지식을 쌓고 그것들을 이용하여 올바른 정치를 하려했고 그것에 대한 모색방안을 정약용에게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빼곡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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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끈끈한 군신간의 관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동료애가 모든 질문과 답속에 녹아들어있다. 심지어 질문은 정조만이 하는게 아니다. 역으로 다산이 정약용이 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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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신과 벗의 관계에 스승과 제자의 모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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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의 사회모습과 다르다 보니 구체적인 방법들은 다르나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나라의 대표와 관료들의 이상적인 모습이 머리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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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잘 맞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 비록 직급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권력과 이해관계 속에서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그런 ‘정치’적 행위말고, 아니 그래도 그건 아니지!라고 할말은 하고 그렇게나 매번 외치는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실천하기위해 1순위는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과 이 나라 대한민국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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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통령에게 충언을 하는 국민들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야 이 나라가 올바른 길로 나아간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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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면, 진짜 올바른 정치의 모습의 대조군을 설정하고 싶다면,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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