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이미영 옮김 / 책깃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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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실버힙Silver Hip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있는가?
아마도 힙한 노년층을 일컷는 말일 것이다. 자기관리가 잘되어 배도 나오지않고, 멋지게 백발을 관리해 단정하게 포마드를 발라 넘기고 멋진 핏으로 모직재킷을 소화하거나, 하얀 정장바지에 뾰족한 힐을 신고 멋진 미소를 보이고 있는 나도 저렇게 늙고싶다라는, 늙는 것도 나쁘지않다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모습들이 떠오를 것이다.

#웬만해선죽을수없는최고령사교클럽 (#창비교육 출판 #클레어풀리 지음)은 기본적으로 70은 가뿐히 넘는 실버힙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비주얼은 위와는 사뭇다르다.
오히려 머리색이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등등 사람머리가 저런 색을 머금을 수도 있구나를 깨닫게하고, 전동 휠체어를 멋진 운전실력으로 몰고다니는 우리 주변의 분들과 비슷하다.

저기는 영국이고 여기는 한국인데, 이래서 사람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다 라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힙하다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기본 설정을 빼고 대프니, 아트, 윌리엄이라는 인물만 주욱 보고있으면 과연 이 사람들이 노인이 맞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중간중간 나오는 십대 미혼부와 칠십대 노인들 앞에서 저도 이제 쉰 셋이에요!라며 나이자랑을 하는 사교클럽 관리자가 나오는 것도 나이가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지않는다.

이것이 아마 이렇게 여러세대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아닐까한다.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라고 곡해하고있는 것들을 수긍하는)받아들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살아간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그 사람이야 말로 진정 ‘늙은’것일테다.

실제로 극중 등장인물 대프니(힙하다못해 시크하다 멋져)는 20여년동안 다른사람들과 소통하지않고 자기의 정체성과도 같은 멋진 아파트속에서 혼자 살아왔다. 시작할 때는 영락없는 꼬장꼬장한 할머니였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기전에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는 비관적 생각을 과감히 벗어던져 버리고 모르는 것은 배우고, 데이트앱도 설치해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면서부터는 나이는 생각도 나지않게 활기차게 나아간다.

스토리도 재미있다.
전업주부로 수십년의 경단녀 리디아는 오랜만에 시작하는 사회생활로 노인 사교클럽을 오픈하고, 다양한 노인들(물론 리디아가 생각했던 모범적인? 노인들의 모습은 아니다)이 사교클럽을 각자의 이유로 방문한다. 하지만 낡은 사교클럽 건물 천정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의원들은 보수할 생각은 하지않고 땅을 비싸게 팔아먹을 생각뿐이다. 각자의 큰 결심으로 겨우 시작한 사교클럽을 문닫게 하지않게 하기위해, 같은 건물에서 같은 위기에 처한 유아원의 아이들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연극을 열어 의원들의 관심을 끌도록, 그로인해 건물이 유지되도록 작전을 짜고 각자의 몫을 수행해 나간다.

어찌나 생생하게 인물들이 묘사되어있는지, 읽음과 동시에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영화화가 될 수 밖에 없는, 명절이나 크리스마스를 노려 영화배급사의 그해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그런 대작의 냄새가 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영화가 개봉만 하면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것이 당연시되던 영화관의 황금기가 지나갔다지만 명절날 모든 나이대의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마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영화애호가인 나는 참 아쉬웠다.

이제 우리집엔 어린 아이가 없어 엄마 모시고 오붓하게 ‘완벽한 타인’을 같이 보긴 하지만 아무생각없이 끝까지 불편함 하나없이 “아 재밌었다”라며 밥먹으면서도 반찬이 되는 그런 영화가 여전히 그립다.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그런 가족영화같은 책이다. 글의 처음에 이야기 했듯이 사람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14개국에서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이미 판권이 팔려나갔고, 영화화 요청도 제법 들어온단다.

분명 어딘가에서 영화화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엄마랑 둘이서봐도 웬만한 식당 밥값이지만 같이 극장에서 간식먹으며 관람하고 그거보다 더 비싼 저녁을 함께 먹으며 내용에 대해 낄낄 거릴것이다.

멋지게 나이듦이란?, 세상이 배척하지 않는 노인이란? 이라는 질문의 답과 가족간의 따뜻한 저녁식사가 생각나게하는 알콜프리 칵테일 같은, 멋지고 무해한 책이다.

책을 덮을 때 따뜻함이 느껴지길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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