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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
제레미 해리스 지음, 박병철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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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집사로서 참을 수 없는 고양이의 유혹에 홀라당 넘어갔지만 다 읽고 나니 이 고양이가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도, 표지에 있는 다섯마리 고양이가(앞장에 3, 뒷장에 2)모두 같은 세계에 있는 것인지도 혼란스럽다.
높은 확률로 ‘슈뢰딩거의 고양이’일테니 말이다.
이놈의 파동함수 붕괴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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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은 몰랐겠지만(아셨을수도) 1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있는(그래도 아주 따끈따끈한 물리학에서는 최최최신의 분야다)양자역학은 읽으면 읽을수록 개념이 또렷해지는 듯 하다가도 다시 희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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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않는 파랑새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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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양자역학때문이야 (#제레미해리스 지음 #문학수첩 출판)은 지금까지 발견 또는 개발해 낸 이론 중 가장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하지만 존 폰 노이만 같은 희대의 물리천재조차도 명확하게 그래서 그것이 뭔데?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명쾌하면서도 불명확한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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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공식을 설명한다기 보다는, 양자역학 이라는 이론이 생기게 된 계기부터 증명 해낼 수 없는 양자역학 논리의 빈틈들을 매우기 위해 고군분투한 물리학자들을 소개하며 양자역학 그자체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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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두개의 슬릿에 넓게 비추었더니 스크린에 두개의 길쭉한 빛이 생기는게 아닌 이상한(?)무늬가 보이더라는 실험의 원인을 찾다가 하나의 빛 입자가 두개의 슬릿에 동시에 통과한다라는 결론을 도출해서 양자역학이 출발한다.
그러다보니 전자가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회전하게 되고 그로인해 감지가 켜지거나 작동하지않고 그로인해 총이 발사되거나 발사되지않고 고양이는 총에 맞지 않거나 맞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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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좀비고양이를 우리는 실제로 본적이 없다.
그래서 천재물리학자들이 천재적 두뇌로 제안한 것이 관측 당하는 순간 둘 중 하나(살았거나 죽었거나)만 남고 나머지 가능성은 사라진다는 ‘붕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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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또, 관측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냐 플랑크톤이 보아도 관측이냐, 관측하는 주체도 입자들의 모임일텐데 왜 관측하는 주체는 붕괴되지 않느냐(그래서 그 유명한, 닥터 스트레인지도 식겁하는(?) 다중우주, 멀티버스가 탄생한다) 관측하는 시간은 얼마나 해야되냐 길어야 되냐 짧아야되냐 등 구멍난 냄비를 떼우다가 발견한 또다른 구멍을 떼우듯 100여년동안 양자역학을 떼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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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떼우는 과정에 물리=수학 이라는 이미지에 정반대되는, ’의식‘이 양자역학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해 또다른 국면이 맞이한다. 그러다 빡쳐(?) 아무 이유없이 붕괴는 ’그냥‘일어난다고 생각하기로 해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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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말인지 당황스러운거 다 안다. 나도 그러했으니까.
심지어 책을 읽은 지금도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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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의 개념을 완성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닥치고 계산이나 해”라고 하는게 아니다.
왜때문인지 실제 실험값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값이 양자역학으로 도출되는 상황이라 10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을 하느니 데이터값을 하나라도 더 뽑는게 이 세상에게(자신의 연구실에게)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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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물리학을 전공하다 실리콘밸리로 가서 사업가가 되었기에, 현재는 물리학자가 아니기때문에 한발자국 떨어져서 데이터를 뽑아내야한다는 현실적인 압박감없이 양자역학 그 자체에 집중해서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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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이런 책이 나오게 된 이유는 양자역학이 그만큼 중요하고 효과적인, 우리 인류의 문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할) 학문이기 때문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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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기사나 뉴스에서 높은 확률로 등장할 양자역학이라는 단어를 나와는 관계없는 것, 몰라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말고 어렵고 복잡하고 재미없기만한 뉴스에서 ‘어! 내가 아는거 나왔다!’라고 반길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기를 작가는 바란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가끔 난해하고 진지해질 때(100년동안 그랬듯 책속에서도 꾸준히 난해하다) 이 사람 독일사람인가 라고 궁금증이 드는 농담을 꾸.준.히.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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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이라는 것의 특징과, 작가의 농담 때문에 카이스트에서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30년 동안 교수직을 역임한 #박병철 번역가가 번역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번역가님도 이렇게 웃어보긴 처음이시라니.
전문가가 인증한 양자역학에 대한 확실한 이론과 유머가 담겨있다. 양자역학과 친해지려는 욕망이 있는 예비 물리학자들에게 유쾌한 가이드북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