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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우리 사람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94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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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이야기를 보고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웃기다고 느끼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그 ‘재미난’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한없이 진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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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이야기임에도 시치미떼고(웃긴줄 모른다)한없이 진지한 그들을 보며, 서해의 조수간만 차만큼 커다란 괴리감이 폭소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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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우리사람 (#그레이엄그린 지음 #열린책들 출판)을 읽는동안 그 어떤 진지하고 긴박한 상황에도 몰입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왔다. 그만큼 책 속의 세계는, 그들의 목숨을 건 긴박한 첩보활동은 희극적일만큼 비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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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서평단 에 선정되어 여러 권의 좋은 책들을 감사하게도 읽어왔지만 #우주클럽_문학방 처럼 여러사람과 함께 같은 책을 읽고 드는 의문과 생각을 발제문으로 공유하고 감사하게도 친절한 탐험대들이 자기만의 생각들을 댓글로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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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의 발제문에 쓸모있는 답변을, 나 스스로도 유의미한 발제문을 작성해야한다라는 부담감(positive)에 그냥 텍스트를 읽어왔던 기존의 독서와는 전혀 다른,강구하는 참된 독서를 할 수 있는 색다른 기회였다.
압박감, 부담감(positive!!)이 있지만 이것이 올바른 독서구나를 배워서, 기회가 있다면 이런 온라인 독서모임을 자주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이 글을 다 쓸때까지라도 이 각오가 유지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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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우리사람>은 헤밍웨이의 바나 번쩍번쩍 빛나며 길위를 달리는 클래식카가 떠오르는 쿠바의 내전시대즈음의 영국의 첩보활동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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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의문들이 떠오른다.
왜 이토록 평범한 사람을 첩보요원으로 선택했으며,(보통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약점이 없는 사람을 선택하는데 아내없이 홀로 키우는 딸이 있는 사람을 고르다니, 정말 캐스팅이 스포 그 자체) 정말 이런 사람이 하는 보고가 사실이라고 그 제임스본드의 그 MI6가 맞는지 의심스러울만큼 보고를 체크해보지도 않고, 최후의 순간에 정말, 이런 선택을 할 줄 몰랐는지와 같은 너무나 허술한 구멍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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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이 책을 읽었다면 이런 표면적인 질문과 답으로 끝냈겠지만 함께 읽으니 독서구력이 남다른 분들의 남다른 질문으로 본문보다 더 많은 분량들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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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우리’‘도덕’‘충성’이라고 믿는 가치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장소와 시간에 따라 가차없이 바뀔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것이 책 속의 사회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모든 문제들과 갈등의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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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라는 것은 내가 참이라고 믿거나 내가 속한 사회에서 ‘진짜’라는 이름으로 학습된 ‘룰’이고, ‘우리’도 누군가가(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기득권세대)가 입맛대로 규정한 ‘도덕’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룰’속에서 그 ‘룰’을 지키도록 ‘충성심’이라는 이름으로 가스라이팅 되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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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를 떼고 말을 할 수 있는 시기즈음부터 가르치는 사람들도 ‘진짜’‘도덕’이라고 배워온 것들을 절대적 ‘진짜’라 믿는 것들로 사회화 시키고, 사회화 되어버리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응당 지니고 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와 정답들이 이드Id 속에서 거세되어 영원히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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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마지막에 국가를 선택하지않고 개인적 안위를 선택하는 것에 충성심이 없다고 왜 이런사람을 첩보원으로 뽑았냐고 답답해 할 수 있지만, 나는 응당 당연히 십수년을 떠나온 고국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딸의 안위를 선택하는 것이 더 고귀하고 응당 그래야하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이 잠들어있던 이드가 깨어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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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수많은 이데올로기가 절대적인 것처럼 포장되어 녹아들어 구성원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사유하여 꽤뚫어보는 진리의 눈을 부릅뜨고 모든 것들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들었다. 그 판단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명의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여 정의내리는 것이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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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깊은 사유를 하기위해, 글을 읽는데 드는 심력을 줄읻기위해 희극적인 분위기로 글을 쓰지않았나싶다.
삶은 코미디다. 멀리서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가끔 한걸음 물러나서 볼 줄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