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 내일의 고전
신종원 지음, 한규현 그림 / 소전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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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이른바 명작(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책의 첫 경험이라면 떠오르는 것이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전쟁>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겨울 외삼촌이 서점에 날 데리고 가서 직접 골라준 책이다. 심지어 앞장에 움베르트 에코에 대해, 장미의 이름이라는 작품에 대해,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지가 담겨있는 편지까지 써서 주었다.

자취를 일찍 시작해 여러번의 이사를 하면서 무게 및 공간 이슈로 인해 많은 책들을 처분했지만(많이 아깝다 지금 생각하면)삼촌이 선물해준 장미의 이름 상,하권은 아직까지 생존해있다.

이런 특별함이 담긴 책이라 열심히 읽었다.
말 그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읽어야 겨우겨우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책이었다. 라틴어부터 시작해 많은 기호학적 해석들과 수도원이라는 공간에서 오는 종교적 언어와 문체들, 수백년 전의 문화 등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정말 읽기 힘들었다.
그때는 페이지를 온전히 이해해야 넘기는 못된(?)버릇이 있었어서 더 걸렸다 정말 3개월은 걸린 듯 하다 두권 읽는데🤣

하지만 이 노력(?)과 선물받은 추억으로 인해 움베르트 에코는 나의 최애 작가가 되었고, 왠지 참고문헌을 보지않고 머리속에서 바로 꺼내 옮겨놓았음직하게 보이는 하나의 문장에 여러개의 여러학문의 지식이 동시에 담겨있는 그런 문장을 좋아하게 되었다. (실제로 그렇게 글을 써보기도 했지만 엄청난 재능의 영역임을 여실히 깨달았다)

#신종원 작가 의 #불새 (#소전서가 출판)을 읽고 떠올랐던 책이 바로 <장미의 이름>이었다.
종교적 사상과 문체가 가득담겨있고, 이천년이라는 천주교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득 담겨있는 팩트들이 <불새>가 페이지터너가 아님을 말해주지만 그래도 소설을 팩트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아마 현실같아 더 페이지는 넘기기 힘들었던 것도 같다)

적절한 순간에 수록되어있는 삽화가 페이지를 넘기는데 도움이 된다. 마치 마라톤대회 곳곳에 위치한 급수터 같은 역할이랄까.
<불새>에서는 삽화가 아주 중요하니 꼭 자세히 보는 것을 추천한다.

종교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신부, 바오로는 그의 아버지 신부 베드로의 추천으로 인해 그만두기전에 최후의 만찬에 쓰인 성배를 보고나서 결정하기로 하며 길을 떠난다.

성배가 있다는 스페인에 도착하였으나 성배는 도난당하고
성배를 찾아 나서는 광신도와 유력용의자, 전직 테러리스트 페트리와 만나게 되면서 이천년이라는 종교의 모든 역사에서 성배의 역사를 마주하면서 ‘최초의 신학자’바오로라는 이름을 가진 것처럼 진실을 깨닫고 탐구해나간다.

대의에 의한 소수의 희생.
세상이 바뀌어도 소수=사회적약자=등한시 여겨지는 것=희생될 수 밖에 없는 존재 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양 존재해왔다.

그와 나란히 공존해온 권력과 힘에대한 동경으로 인한 힘싸움, 전쟁도 함께 역사에 남아있다.

신종원 작가의 <불새>에는 이 두가지 모두가 담겨있다.

성배를 둘러싼 전쟁과, 종교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신도를 팽개치는 아이러니함, 반복되는 역사에서 항상 불새가 나타났다.
그 불새는 현실일 수 도있고 환각 일 수 도 있다.

현실이라면 세상을 수호하는 가디언, 영웅일테고
환각이라면 옳은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믿음, 신념일테다.

삶은 모습만 다를뿐, 인류가 정해놓은 문명의 시작과 끝이 있을뿐 끝없는 소멸과 탄생의 반복이다.

0과 1 그 무한의 반복 속에서 각 시대의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성배들을 주인공과 함께 찾아나서면서 독자인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 신과 종교를 수천년의 세월동안 만들고 지키고 유지해온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자기도 모르게 계속 상기시키면서 책을 읽어 나간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더뎌지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나면 후련한 스스로를 발견하게된다.
머리속에서 계속 따라다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린 순간의 후련함. 그것이 <불새>를 읽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참고서’도 존재한다

신종원 작가의 인터뷰와 평론가들의 <불새>에 대한 서평이 실린 <불새 : 인터뷰와 서평들>이 함께 증정되어 스스로가 간구해낸 답이 공감할만한 것인가 정답인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런 근원적 물음을 던지는 <불새>같은 책은
읽어본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해보는 것이 책을 정리하기에도 오롯이 기억하기에도 좋은 방법이다.

얇은 검은책이 좋은 말벗이 되어 줄것이다.
깊은 사유와 그에 대한 대화를 좋아한다면, <불새>를 봐보길.
다음 원소시리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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