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란 미래의 문학 11
데이비드 R. 번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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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어떤 장르에나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있다.
적어도 반세기, 크게는 백여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내어 현시대인들에게 고전이라 불리고 감상되는 것들은 ‘명작’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고전’이면서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은 인종이나 국가를 넘어서 널리 보여져야 하고 그렇게 만들 의무가 현시대인에게는 있다고 생각한다.

#모데란 (#데이비드R번치 저 / #현대문학 출판)이 그런 고전이자 명작인 작품이었다.

니체와 함께 책을 썼을 것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심오하고(어쩌면 난해한) 유토피아가 결국 디스토피아였다는 철학적인 SF소설을 썼던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한 작가들중에서도 아웃사이더였던 괴짜중의 괴짜 데이비드 R. 번치는 일생을 ‘모데란’단편을 애정을 갖고 수십년동안 수십편을 작성하며 모데란의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이미 이 스토리만으로도 전설이라 불릴만하다.
거대한 세계관을 오류없이 수십년 동안 확장 시켜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판타지와 이세계물 같은 거대한 세계관을 지닌 소설들이 흔히 말하는 떡밥회수에 실패해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고 있는가.
자신이 창조한 신금속 인간의 절묘한 신체구조처럼 세세한 설정들이 하나의 어그러짐도 없이 맞물려 돌아간다.

도례하지않는 일들을 상상력으로 쓰면서 또 그 내용들을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것으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만큼 설정하고 창조해 내야하는 SF장르 특유의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집념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부분임은 분명하다.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대지, 플라스틱 대지에서는 스위치만 올리면 금속 나무와 꽃이 튀어나온다. 인공 하늘에는 증기방어막이 계절에 맞춰 형형색색의 빛이 쉼없이 흐르고, 엔진을 부착한 금속 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전쟁으로 인해 모든 환경이 독으로 변하고 지구상의 생명이 멸종 위기에 처하자 사람들은 모든 생명의 자리를 기계로 대체하고, 자신들의 피와 근육과 살점마저도 금속으로 교체하며 ‘신금속 인간’으로 ‘진화’한다. 그 중애서도 혈육의 금속 교체율이 가장 높은 (오직) 젊은 남성만이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사나이의 목표와 사나이의 관점을 가진 사나이의 나라” 모데란 성채의 주인이 된다.

성채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은 ‘올데란’에 모여 살아가는 가는데, 특히 출산을 연상케하는 아홉 달의 끔찍한 금속 교체 수술을 견딜만큼 강하지 않은 잔소리만 늘어놓는 여성들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하얀 마녀의 계곡’으로 이주 및 감금되어 살아간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모데란의 신금속 인간들에게 삶의 목표란 오직 전쟁과 그에 따른 쾌락뿐. 어쩌면 전쟁도 쾌락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전쟁을 벌이지 않는 동안에는 전쟁의 계획을 세우거나 신금속 인형과의 일상의 쾌락을 즐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초월적 존재로 여기면서도 그들은 전쟁이 중단될 때마다 찾아오는 권태와 공포에 몸서리친다.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군인들의 사회 부적응이 이런 것일까.
심지어 신금속인형이 보이는 열정마저도 두려움으로 느낀다.
무엇이 그들을 여전히 의심케 하고 증오하게 하며 두렵게 하는 것일까.
그들이 그렇게까지 자신의 몸을 재련하고 진화시키고 전쟁을 일으키며 얻고다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것이 스포일러를 배제한 ‘모데란’의 커다란 설정이다.

반세기 전의 그것이라 칭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하고 몰입감 있지 않은가? 너무나 공상같지 않고 SF적 설정을 제외하면 현시대의 우리 사회가 겪고있는 여러가지 모습(문제들)과 거의 대부분 상응하고 있다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누구나 초등학교때 미래의 세상을 그려라 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 해외여행가듯이 가볍게 떠나는 우주여행을 수십년동안 그려내도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의 인간의 공상은 여기에 머물러있다) 그 시대는 오지않았는데, 수십년 전 한사람의 공상은 오늘날의 현실에도 머물러 현실이 되었다.

작품이 어둡고 시적이고 읽는데에 많은 심력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시대적인 세계관설정과 시적 철학적인 지배자의 독백들은 책을 읽지않는 일상 보편의 시간에서 뜬금없이 나도 모르게 곱씹고 사유하게 만든다.
그 사유의 시간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사유와 공상 할 거리를 주는 것이 SF소설의 맛이 아닌가.

씹고 뜯고 맛볼거리가 충분한 <모데란> 많이들 잡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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