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시간 - 100곡으로 듣는 위안과 매혹의 역사
수전 톰스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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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시간”은 피아노가 지금의 피아노의 형태가 아니던 시절, 피아노의 원류라고 여겨지는 하프시코드 때 부터 지금 피아노 형식의 초기형태인 포르테피아노를 거쳐 지금의 피아노 시대까지,
18세기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부터 현대작곡가를 넘어 21세기 현재 재즈피아노까지.
그리고 또 다시 현대의 클래식으로 이어지는
말그대로 피아노의 역사 300여년을 단 100곡으로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가 엄청 유명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것이 하프시코드를 위해 작곡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글렌굴드가 바흐의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이유가 최초로 피아노로 골드베르크를 녹음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바흐는 글렌굴드가 최고지~”라며 피아노협주곡을
들어보라고 추천하는 너스레를 떨고다녔으면서.

이런 단편적인 지식의 습득으로 끝났다면
이책도 내가 이전까지 혼자 해보던 잘못된 방향의
시도 중 하나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피아노의 시간”은 다양한(처음들어보는)
작곡가의 곡들을 시대순으로 나열해 준다는것이
내가 기존에 했던 방식과의 차이이자 정답이었다.

QR코드를 찍으면, 수전톰스가 엄선해준 명연주를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어서 수전톰슨이 설명하고있는 곡의 각 악장에 대한 설명을 눈과 귀가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피아노콘체르토같은 긴 곡들이 아니면
눈으로 글을 읽는 속도와 귀로 음악을 듣는 속도가
얼추 맞아떨어진다는게 “피아노의 시간”을 읽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작가가 의도한 즐거움일까)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중구난방으로 습득한
지식들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한계로
인해 왜곡되고, 잊혀진다고.
그러나 지식을 더 오래 더 정확하게 기억 할 수 있는
방법이있단다. 바로 하나의 기준을 잡고 그 커다란
기준안에 하나씩 지식을 나열하여 나가는 것이다.
(이것을 지식의 척추라고 하더라)
이 책은 내가 갈망하던 피아노에 대한 지식들을
시대의 흐름이라는 커다란 기준으로 시간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자연스레 피아노의 발전과정도 기억 할 수 있었고
바흐부터 시작해서 그리그 베토벤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등의 클래식 작곡가들을 거쳐
전공생이 아니면 생각해보지도 못했을 현대작곡가들까지 심지어 클래식만 생각해서 염두해 두지도 못했던
재즈까지 나의 피아노에 대한 지식척추를 굵고,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300여년의 피아노 역사를 설명하기에는,
100곡은 터무니없이 적다.
수전톰스가 책 속에서 말했 듯, 5000여개 이상을
수록해도 부족하겠지만 그런 책은 존재할수도 없고
아무도 선뜻 열어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칼럼니스트가 아니라 수십년동안 피아니스트로
활동해 오면서 자기가 연주하기 즐거웠던,
평론가나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던, 코로나로 인해
연주를 하지 못하면서, 다양한 곡들을 되돌아보면서
의미있었던 곡들을 엄선해서 골라낸 100곡을 들으며
배우다보면 작가가 100곡을 엄선한 것이 얼마나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일인지 새삼 깨닫게된다.

(오히려 연주자라는 전공자가 되면
연주해야하는 곡에 관한 작곡가,시대,배경,악보에서
작곡가가 주문하는 내용들에 매몰되어서
피아노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생각 할 기회가 없다라는
말을 듣고 흠칫 많은 생각을 했다
마치 하나의 학문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밟아나가는 것
같은 느낌인 것 같아 슬프게도 어렴풋이나마
공감 할 수 있었다)

QR코드로 연주를 듣고, 다 듣고나서야 다음 곡으로
넘어가다보니 생각보다 진도가 더디게 나갔지만
“피아노의 시간”을 읽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어릴적 아무생각없이 엄마손에 이끌려 처음 열쇠구멍자리 ‘도’를 두르려 소리내고 바이엘 상권을 처음 열던순간보다 더 뜻깊고, 어찌보면 진정으로 내 삶에서
처음으로 피아노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100곡의 ‘바이엘’을 시작으로,
사이사이에 얼마나 다양한 곡들을 끼워넣을 수 있을지
확실한건 이책을 만나기전에는 막연하고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이었던 것이 이제는 어찌 해야할지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책을 덮은 이제는
내 인생에서 두번째이자 처음으로 의미있는
‘소나티네’ ‘하농’ ‘체르니’들을 만날 시간이다

그 어떤 척추동물들보다 빽빽한,
피아노에 대한 지식의 척추를 가진
척추동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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