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권력에의 의지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수남 옮김 / 청하 / 1988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너의 지배적 사상을 듣고 싶지, 네가 멍에를 벗어났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독자적 생활영역, 미, 용기, 문화, 커다란 사치, 턱이 없는 힘, 부유, 선과 악의 초월, 이것이 신들이요, 초인이다. 이들은 언제나 가볍다. 아! 이 이르지 못한 것들 때문에 나는 얼마나 지쳐있는가.....
이 니이체의 열정적, 신들린 듯한, 다가와서 멱살을 붙잡으며 다그치는 듯한 말을 들어보라. 그의 어휘는, 그의 사상은 이처럼 사정없이 밀려드는 파도같이, 덤벼드는 야수같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운 에너지로, 그리하여 광기어린 것처럼 우리의 머리에, 적어도 세상의 진리를 한번쯤 생각해보았고, 그 세상에 한번쯤 지쳐있는자의 머리를 번쩍 들어올릴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허무한 자에겐 거의 매혹적일만큼 거칠고 야수적이다.
야스퍼스는 니이체는 가장 병든자, 자기모순, 불안, 좌절 때문에 무에의 강한 정열을 가졌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이데거는 단지 허무주의자라고 비평했다.. 뢰비트는 <그는 위대한 사상가인가, 장애받은 시인인가>라고 물었다. 때로는 영원한 회귀의 철학자라고 했다. 베르그송은< 무한한 충동으로서 삶의 약동을 긍정하고 삶의 창의성, 존재의 생명, 그것으로 충분하다,>라고 했다.
니이체는 따라잡을 수 없는 강자의 세계이며 초인의 세계에 대한 심한 질투심을 느낀 것일까? 약자를 사정없이 깎아내리면서도 실은 그는 누구보다도 약자였던 니이체....나의 그에 대한 견해는 그렇다. 이 책 <권력에의 의지>에서만큼 니이체의 격렬한 개성, 거침없는 반항정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책도 없을 것이다. 시종일관 강자에의 예찬과 불만족한, 가식의, 거짓의 표피적 도덕적 현실에 대한 반항, 언어적 폭력을 휘둘러댄다. 무엇이 그를 결국 광인으로 몰아간 걸까? 그는 그가 쓴 언어대로 초인이었는가, 초인, 강자를 향한 우상숭배자였는가, 진정한 의미에서 복종하고 싶은 초인이 없어서 마침내 지치고 돌아버린 약자였는가.
그는 왜 그처럼 불안하게 그처럼 변덕스럽게 사상과 주관을 초지일관하지 못한걸까. 젊은날 바그너를 신봉했다가, 격심한 모멸을 느낀 예만 봐도 그렇고.
그의 사상은 병적 사상의 유물인가, 아니면 병적 인간이 만들어낸 우발적 진리인가. 아, 나는 그를, 그 광인의 매력에 사로잡혀 도대체 어떻게 그를 바라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흔히 그의 철학에 지칭하는 '허무주의''영원회귀' 등의 거창한 말뜻에 진의조차 난 잘 모르겠다. 나는 단지 그의 철학에, 그의 철학적 매력, 폭풍과 같은 그 언어의 반항에 몇번이고 몇번이고 매혹당했다는 것 뿐. 그의 말에 따르자면 나란 인간이 완전 약자임에.....
나를 사장없이 모욕했음에도 불구하고....일종의 메저키스트처럼. 나는 흥분과 희열을 감추지 못한 채 그의 철학에 두어달 동안 꼼짝없이 갇혀 포로가 된 적도 있었던 것이다.
니이체의 초기작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보면 그의 아직 개성없는 철학, 평범한 철학에 놀랄 것이다. 그가 광인이 되기 직전 마지막 작품인 <권력에의 의지>는 그의 혼, 정상적인 혼을 앗아가버린 역작이다. 영혼을 담보로 혼신의 역작을 쓴 니이체, 그는 진정한 철학가며 예술가며 학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