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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그리스도
틱낫한 지음, 오강남 옮김 / 한민사(=동쪽나라)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우연히 사찰 객실에서 토마스 머튼의 <고독속의 명상>이란 책을 즉석에서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진리에 대한 경외감이 최초로 나를 진실한 삶에의 열망을 불러 일으킨 경험이었다. 수도사 머튼의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완전히 자기자신에게서 벗어나 있으므로 하나님께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더불어 '주여 그러므로 나로하여금 눈에 보이는 보답을 신뢰하지 말게 하소서'란 간곡한 기도의 독백이 생생하다. 바로 이 책<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그리스도>에서도 틱냩한 스님은 구원자로서 부처님을 염원하기 보다 자신을 비우고 삶을 충실히 사는 것에서 부처님의 현현이 있다고 말한다.
내 심금을 울리는 이 한결같은 원칙 - 계시에서 나는 다시한번 신의 존재 앞에 전적으로
흡수된 존재자의 삶을 직감한다. 다만 내가 세상에 대해 아무 요망없이 관망하며 주어진 삶에 투신할 때 마찬가지로 그 어떤 굉장한 누가 그처럼 간섭없이 오로지 포용하고 있다면 때때로 느껴지는 그 존재자의 응시를, 그 신을 나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때로 '하느님'이라고 불러도 좋다.
틱냩한 스님은 명명을 종교적으로 꼭 필요한 요건이라고 보지 않았다. 종교는 관념적 작업을 요구하는 관념적 상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실천의 문제라는 것이다 아직은 종교에 관한 버리지 못하는 단점- 그 신, 그 신에 대한 교리, 교단 등에 대해 선택하고 규정하려는 태도-에 그분은 적절한 해답을 제시해주었다. 그는 이 책에서 조심스럽게 종교인의 편협성-각자의 종교를 절대 불변의 진리로 인식-을 지적하면서 끝으로 참된 이해와 사랑의 실천을 바탕으로한 평화의 경지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끊이지 않는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갈등 앞에 스님의 종교관은 가장 궁극적이고 현실적인 화해의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한마디로 마음을 다해 사는 것! 숨쉬고, 먹고, 일하고, 자는 등의 일상생활 하나하낭 성심으로 몰입하는 것을 그는 '마음을 다함'의 자세라고 보았다. 또 이 순간이야말로 신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종교적 경지라고 그는 직시했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그토록 귀의하고 싶은 종교는 고통을 회피하고 어떤 쾌적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빠져 일상을 도외시해야 할 만큼 그렇게 가벼운 길이 아닐 것이다.
종교가 특별한 형식과 강요를 하지 않는 것이라면 나는 마음을 다해 삶을 사는 이 사소한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