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련님 - 시사일본명작시리즈 3
시사일본어사 편집부 엮음 / 시사일본어사 / 1994년 4월
평점 :
절판
어둠 고뇌가 동반되지 않은 사람, 특히 단순 우직하기만 한 사람을 문학도로 그것도 천재성으로 만난 다는 것은 희귀하다. 어떻게 문학과 예술을 하는 사람이 우둔하고 순진할 수있을까. 나쓰메 소세키는 아마도 천성이 그랬던 것 같다. 하나도 구김살이 없는 명쾌학 절도있는 문체. 세상에 대해 날카로운 풍자보다는 해학적인 풍자쪽으로 기우는 묘사법은 도무지 이런 성품이 아니고선 표현해낼 수 없을 것이다. 문학은 곡 불행한 사람, 고뇌하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님을 명백히 입증하는 작가는 얼마든지 있다. 아니 그런 태평한 사람의 예술을 우리는 어쩌면 천재라 명명할른지도 모른다.
어둠의 예술은 칙칙한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니만큼 난해하고 복잡한 구석이 있어 다가가기 힘들지만 그 천재의 예술은 번뜩이는 예지는 금새 광채를 띠고 일쑤다. 우리는 천재를 알아보는 눈에는 기가막히니까. 또 그 천재성의 댓가로 신은 그 사람의 목숨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기도 한다. 아무튼 나쓰메 소세키식 문체는 언어의 천재라불러도 좋을 만큼 명쾌하고 소박하다. 전혀 날카롭지도 섬세하지도 않고 전혀 예상 밖으로 소박한 문체가, 사랑스런 문체가 있을 수도 있다니.
그는 별 고생없이 평생 엘리트이자 정직하고 벽창호같은 고지식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작품 곳곳에 자기자신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거의 긍정적이리만큼 객관적이고 무사태평한 묘사를 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은 <나는 고양이다>지만 그 소설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는 단연코 <도련님><그후>를 꼽고 싶다. 시골학교로 갓 발령난 우직하고 단순하고 고지식한 선생이 그 학교선생과 학생들 사이서 묘한 이용을 당하지만 결국 그 성품으로 인해 도리어 그들을 이겨내는 통쾌한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작가는 아주 소박한 문체로 주인공의 속기쉽고 어리숙한 성격의 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다.
<그후>는 나쓰메의 또다른 명작이다. <도련님>의 해학미에 비한다면 색다르게 슬픔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이 예전의 사랑하던 여자의 불행을 지켜보며 도와주는 과정에서 점점 다시 사랑에 빠져가는 내용.. 어찌나 담담하고 온후하게 그리고 있던지....그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순하고 투명하다는데 인간적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순진하기에 불안함마저 주는 그 어린이같은 어른의 주인공들, 만나지 않아도, 창조의 인물도 아닌, 전혀 무겁지 않은, 정열적이지도, 섬세하지도 않은 그 주인공들, 곧 작가의 분식들,,, 그 친근감을 느껴보시라.
글이 구지 묵직한 사상을 반영하고 비극을 담아야 불후의 명작이 되는 것만이 아니라면
진솔함과 군더더기없는 신변잡기적인 깔금한 내용으로도 얼마든지 광채를 띤다면 그것은 아마 그의 작품이 아닐까. 더군다나 우리의 근대소설과의 수준을 가늠해보면 그 시대 일본 작가의 문학적 현대성은 지금의 문학에 견주어도 전혀, 아니 그 이상을 압도하는 탁월함이 있어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