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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 하서출판사 / 1991년 8월
평점 :
절판


많은 소설을 남겼던 레마르크를 우리는 거장이라기보다 과거의 유명작가쯤으로 알고 있는 경향이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소설엔 과연 어떤 마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번 책을 들면 점점 갈수록 손을 놓게 만들수 없는. 그리고 작품성이라면 거의 고급영화의 대본을 읽는 것과 같다. 전후의 폐허, 안개, 스산함이 감도는 유럽풍의 영화. 그래서 그랬는지 그의 소설의 히트작들은 거의 영화화됐다. <개선문>은 영화를 봤을 때와는 다른 면이 있다. 그것은 빼어난, 섬세한 심리묘사라는 것이다. 이것은 책을 보지않고서 불가능할 것이다. 원작보다 나은 영화가 있지만 이 작품은 소설이 더욱 작품성이 있다. 빨려들어갈 듯한 문체로 인해 몇페이지만 읽다보면 작품성있는 책들의 오만함의 티인 '지루함'같은 것도 없다.

나찌즘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피난온 불법외과의 라빅의 불안한 생활의 단면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개성있는 여자, 여자중의 여자인 카페의 여자가수 '조앙마두'와의 만남이 이 소설의 하일라이트다. 라빅은 이미 전쟁으로인해 헝클어진 마음으로 이 여자의, 병적으로 의존적이며, 사랑없이는 못살고, 무책임한 이 여자에 대해서 끊임없이 사랑할까, 말까하는 불안함에 시달린다. 라빅은 영원한, 일시적인 것이 아닌, 자기만의 무언가를 원했지만 반면 여자는 즉흥적이며 아무래도 좋다는 그때그때의 쾌락에 몸을 던지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자지만 라빅을 사랑한 것만은 사실이다. 라빅의 허무를 어둠을..... 그러나 여자는 라빅의 익명의 불안한, 잡을 수 없는 점을 사랑한 것이지 라빅이 모든 것을 던지고 그녀의 포로가 됐다면 분명 무책임해졌을 것이다. 마치 영화<빠리에서 마지막 탱고를>의 여주인공처럼.

라빅은 영리하게도 그 최후의 허무를 간파한 듯 싶다. 두 사람의 옥신각신하는 심리적 싸움이 전후의 폐허와 스산한 풍경, 유럽적 풍경 속에서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는 소설 <개선문>! 또다른 명작<서부전선 이상없다>와 함께 레마르크의 뛰어난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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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외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 집문당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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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가 그렇게까지 염세적이었는지는 이해가 가지않는다. 세상에 대한 긍정과 낙천성, 의지의 강인함, 성실성 등 온갖 도덕성에 물든 사람들은 그의 사상 속에서 하나의 '염세'밖에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위대한, 미친 철학자이며 문학가였던 '니이체'도 그에 열광했다. 그리고 많은 인생의 온화한, 기만적 진리에 노여워했던 사람들은 한번쯤 지독하게그의 철학에 도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사실 사는데 뭐하나 문제가 없었지만 따뜻한 사랑이 결핍된 가정에서 자라났다. 그것이 그의 고통에, 그의 열등감에 특이한 철학을 잉태시킨 하나의 쓰라린 계기였을까. 그가 만일 온화한 사랑 속에서 컸다면 분명 일개의 선량한 <학자><교수>에 불과했겠지. 그의 사상이 만일 염세주의 에 그쳤다면 나 또한 그의 글에 결국 돌아섰을 것이다.

<의지와 표상...> 이 책을 끝까지 탐독해보라. 지루하며 때로는 난해하며.....모든 것을 읽고 덮었을 때, 결국 그에 대한 오해가 풀릴 것이다. 그의 철학이 놀랍게도 동양적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나는 다른 것은 하나도 이해 못한다. 그러나 그의 사상에는 일관되게 흐르는 것이 있으니 '의지의 고통과 그것의 종식'이라는 점이다. 그는 삶을 하나의 '의지의 충동'이며 이 의지의 충동이 거부당할때 인간의 모든 고통이 비롯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의지를 종식시킨 사람들...이 자들은 바로 성인이며 이것은 내가 보기엔 바로 동양의 禪 그것이었다. 가장 엄숙하며 논리적이기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의 말로 이것을 표현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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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가는 길 황석영 중단편전집 2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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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로 작가 '황석영'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그의 소설류도 너무 칙칙하고 어둡고 거칠고,사상을 주입하는 듯해서 싫다. 솔직히 말한다면 끝까지 읽은 책이 없다. 특히 장편일 경우엔 더욱. 단편소설에 관해서도 별로 후한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한국의 30대 단편소설이니 어쩌니, ...얼마나 내 감식안을 지치게 만들었던지. 반면 내가 유일하게, 떨리면서 읽었던 단편소설은 다름아닌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이다. 내가 알고 있는한, 또 내 견해에 의하자면 아직까지 이 보다 뛰어난 단편소설을 찾아보지 못했다.

꼭 일본 소설의 백미<설국>을 압축시켜놓은 듯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런데 그 소설에 조차 찾아보기 힘든 무엇이 또 있다. 시린 듯한 아름다움, 시린듯한 슬픔, 허무, .... 그것은 고뇌조차 초탈해버린 투명한 면이 있다. 떠돌이, 인부들의 방황하는 삶... 그리고 그 속에 잠깐 끼어든 창부<백화>의 거침없는 인간성.....

황석영의 소설 중에 가장 색채가 투명한 것은 바로 <삼포가는 길>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그 특유의 '남성적 야성, 고독' 이런 것들이 간간히 배어나온다. 우연이었을까. 너무도 아름다운, 슬픈, 허무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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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2
스탕달 지음, 김붕구 옮김 / 범우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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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엔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도리어 오늘날 현대인에게 익숙한 소설, 적과흑 심리소설이니 정치소설이니 하는 거창한 수식의 타이틀은 둘째치고, 확실히 빈번하지만 그 재밌는 애정소설이란 점에서 무엇보다도 재밌었던 작품. 그리고 책을 덮기가 무섭게 나는 가슴을 들썩이며 울어 버렸다. 그것은 바로 산만했던 우리들 젊음의 사랑, 젊음의 계산성, 그 자화상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누구나다 자신의 추억을 회상하는데서, 고귀한 느낌이 들고 그 고귀함은 눈물이란 아픔으로 축복을 받는다.

스땅달의 재치있는 문체, 조소적인 어투로 재창조된 세명의 인물- 줄리앙, 레날부인, 마띨드- , 그들의 각각 다른 개성은 곧 인간 성격의 다른 세가지 전형이랄까. 위선적이며 정열적이고 조심스럽게 때론 냉정한 줄리앙, 경건하고 신앙적이며 성실한 사람들이 종종 그렇듯 극단적으로 순수하고 헌신적인, 지고지순한 애정을 가진 레날부인, 그리고 허영적이고 변덕스럽고 당돌하고 소녀들처럼 자유분방하고 까탈스럽고 환상에 빠지기 쉬운, 마띨드. 이 온갖 심리가 교차하는 한편의 길고 숨가쁜 드라마!

마띨드의 줄리앙에 대한 사랑은 그녀의 몽상을 자극시킨,자기애, 자기 공상 속의 사랑, 뭔가 비범한 것에 매혹당한 사랑이었다. 또한 뜻대로 될 수 없는 만만치않는 상대에 대한 하나의 오기처럼'. 반면 레날 부인의 사랑은 줄리앙의 단점에서 장점까지 그 모든 것을 그대로 사랑한 맹목적 사랑이었다. 위선적이고 조심스럽고 반항적인, 처세술가 줄리앙도 결국 레날부인의 죽음과 자신이 죽음에 연루돼 어느 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알 게 되었지만 이런 결말은 어딘가 고전적 냄새를 풍기는, 이 책의 옥의 티랄까.

스땅달은 못생긴 얼굴, 어떤 열등감, 사회적 야심으로 평생을 일관한 사람이다. 자신의 내면을 고발하면서도 그 사심많은 감정은 적과 흑 곳곳에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어떤 사랑에 대한 환상에서 못 벗어난 , 고귀한 사랑의 소설을 지음으로써, 현실에서의 자신의 편력적이며 애착의 사랑에 대한 정화, 보복이랄까. 그렇게해서 탄생한 작품' 적과 흑'을 통해 우리는 적나라한 인간의 허위, 욕망, 모순을 접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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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 범우문고 90
이상 지음 / 범우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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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희귀한 천재 문학가, 이상! 모방과 점잖거나 사실주의 일색인 우리 문학에 이상은 하나의 빨간 빛이었던 것 같다. <권태>는 그의 신변잡화적 수필인 셈인데 몽환적이고 난해하기만 했던 그의 일련의 문학작품들과는 이상의 인간성, 그의 일상의 진솔한 면을 엿볼 수 있는 면이 있어서 좋다. 이 책을 읽노라면 그의 지적 문체, 재기넘치는 표현력, 몽환적 어투 등에 몇번이나 웃음이 툭툭 나왔던지.... 그는 정말 언어의 마법사이다. 정교하고 다듬어진 것이 아닌 우리를 희롱하는 듯한.

이 책의 표제로 붙었던 <권태>란 글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의 무기력, 권태, 사색, 어휘의 능수능란함에 완전히 매혹당하고 말 것이다. <권태>는 가장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그리고 신선하게 이상, 그의 문학적 천재성, 문체의 탁월함을 맛볼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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