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2
스탕달 지음, 김붕구 옮김 / 범우사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시대엔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도리어 오늘날 현대인에게 익숙한 소설, 적과흑 심리소설이니 정치소설이니 하는 거창한 수식의 타이틀은 둘째치고, 확실히 빈번하지만 그 재밌는 애정소설이란 점에서 무엇보다도 재밌었던 작품. 그리고 책을 덮기가 무섭게 나는 가슴을 들썩이며 울어 버렸다. 그것은 바로 산만했던 우리들 젊음의 사랑, 젊음의 계산성, 그 자화상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누구나다 자신의 추억을 회상하는데서, 고귀한 느낌이 들고 그 고귀함은 눈물이란 아픔으로 축복을 받는다.

스땅달의 재치있는 문체, 조소적인 어투로 재창조된 세명의 인물- 줄리앙, 레날부인, 마띨드- , 그들의 각각 다른 개성은 곧 인간 성격의 다른 세가지 전형이랄까. 위선적이며 정열적이고 조심스럽게 때론 냉정한 줄리앙, 경건하고 신앙적이며 성실한 사람들이 종종 그렇듯 극단적으로 순수하고 헌신적인, 지고지순한 애정을 가진 레날부인, 그리고 허영적이고 변덕스럽고 당돌하고 소녀들처럼 자유분방하고 까탈스럽고 환상에 빠지기 쉬운, 마띨드. 이 온갖 심리가 교차하는 한편의 길고 숨가쁜 드라마!

마띨드의 줄리앙에 대한 사랑은 그녀의 몽상을 자극시킨,자기애, 자기 공상 속의 사랑, 뭔가 비범한 것에 매혹당한 사랑이었다. 또한 뜻대로 될 수 없는 만만치않는 상대에 대한 하나의 오기처럼'. 반면 레날 부인의 사랑은 줄리앙의 단점에서 장점까지 그 모든 것을 그대로 사랑한 맹목적 사랑이었다. 위선적이고 조심스럽고 반항적인, 처세술가 줄리앙도 결국 레날부인의 죽음과 자신이 죽음에 연루돼 어느 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알 게 되었지만 이런 결말은 어딘가 고전적 냄새를 풍기는, 이 책의 옥의 티랄까.

스땅달은 못생긴 얼굴, 어떤 열등감, 사회적 야심으로 평생을 일관한 사람이다. 자신의 내면을 고발하면서도 그 사심많은 감정은 적과 흑 곳곳에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어떤 사랑에 대한 환상에서 못 벗어난 , 고귀한 사랑의 소설을 지음으로써, 현실에서의 자신의 편력적이며 애착의 사랑에 대한 정화, 보복이랄까. 그렇게해서 탄생한 작품' 적과 흑'을 통해 우리는 적나라한 인간의 허위, 욕망, 모순을 접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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