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1년, 열세 살 봉애 ㅣ 마음으로 읽는 역사동화
김정옥 지음, 강화경 그림 / 머스트비 / 2021년 10월
평점 :

우리에게는 가슴 아픈 역사가 많이 있지요. 지금은 한류의 거센 바람으로 우리나라가 문화강대국이며 국방력과 경제력 모두 세계 순위권 안에 있는 등 선진국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불과 100년도 안되었던 때에 우리도 참 힘든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린 역사를 열세 살 봉애라는 주인공은 온몸으로 맞이합니다. 1951년 추운 겨울, 전쟁을 피해 남하하는 봉애의 고된 피란길이 그려진 머스트비의 <열세 살 봉애>를 읽으며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배우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 되었어요.
6.25전쟁 중 일 때문에 남쪽으로 가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엄마와 봉애 순득이는 함께 피란을 떠납니다. 하지만 엄마는 남하하던 중 돌아가시게 되고 아빠가 계신 서울 주소가 적힌 종이와 돌아가신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긴 가락지를 들고 봉애는 동생 순득이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 길을 나서게 됩니다.
열세살이니까 지금으로 따지만 초등학교 6학년이 되겠네요. 저희 딸과 비슷한 나이에 슬픔을 참으며 동생을 돌보는 봉애의 모습에 괜스레 눈시울이 붉혀졌습니다.
사람들을 따라 남하하는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으며 군산 피란민 수용소까지 오게 되는 봉애. 살아남기 위해 달리고 도망가고 숨고.
인간의 가장 추악한 밑바닥까지 드러내는 사람들과 위험과 고통 속에서도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 사람들까지.
작가는 전쟁 속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제시하며 독자들이 봉애의 피란길을 응원하게 합니다. 저도 속으로 얼마나 바랐던지요. 이 길 끝에 참 평안이 있기를 말이죠.
이 책을 먼저 읽은 제 딸아이는 울면서 너무 슬퍼서 힘들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다 읽고 나서도 30분간 멍하니 있었어요. : ) 엄마가 죽는 장면이 너무 힘들었다고 저더러 자기 두고 먼저 죽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그런 딸아이를 안아주며 토닥여 주었지요.
우리가 이런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힘을 길러야 한다고도 이야기해 주었고요.
힘든 여정 속에 결국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봉애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그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더 있을까 궁금해하며 마지막 책장을 넘겼습니다. 분명 가슴 아프고 시린 전쟁 속에서도 희망은 살아있었고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참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도덕 시간에 이런 주제로 많이 이야기 나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열세 살 봉애의 삶을 살펴보며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한 감상을 적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