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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아 - 제8, 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142
채은랑 외 지음 / 사계절 / 2023년 12월
평점 :
사계절 출판사, 사라지지 않아
‘사라져야만 하는 아이가 사라지지 않을 미래를 직접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라는 작가의 말이 자꾸 마음을 맴도는 소설이었다.
휴면 계정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메일이나 메시지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작가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만들었다고 믿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의 플레이어는 현지다. 플레이어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나’는 나에게 붙여진 닉네임이 현지이기에 플레이어의 이름을 현지라고 부른다. 현지는 ‘나’가 있는 우주를 탐험하는 이 게임에 더 이상 접속하지 않는다. 휴면 계정이 길어지자 ‘나’와 내가 있는 행성은 영구 삭제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찰나에 나의 행성에 닉네임이 ‘이상아’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상아의 플레이이어는 자신의 친구인 ‘예지’의 캐릭터를 찾는다.
상아와 예지는 청소년 우주 탐사단 30기에서 만났으나 예지는 우주에서 행방불명되었다. 예지의 흔적을 쫓던 상아는 예지가 ‘나’가 있는 게임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고 예지의 캐릭터를 찾기 위해 게임에 접속했고, ‘나’와 만났다.
‘나’는 고장난 상아의 우주선 정비를 한다. 하지만 근처 행성에 있던 사라 언니가 떠나고 혼자 남겨진 ‘나’는 상아와 있어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이 좋아서 일부러 우주선 정비를 천천히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알게 된다. 이건 작품을 읽으면서 확인해 보길.
<사라지지 않아>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p.23 “무섭지 않아?” / “가야할 곳이 있거든.”
p.26 “여기에 예지의 캐릭터가 남아 있다면, 예지는 어딘가 살아 있다는 거잖아.”
p.35 “알잖아. 우리는 가야할 곳이 있어.”
가야할 곳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에게 이루고 싶은 목표나 하고 싶은 것을 혹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물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예지와 상아의 이야기에서 우정을, 자신의 아바타 그리기와 같은 활동도 떠올랐다.
채은랑 작가의 <하얀 파도>를 읽으면서 이 분은 ‘사라짐’에 대한 사유가 깊으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주제 넘는 발언이었나.. 그렇지만 <하얀 파도> 역시 아이돌이 사라지고, 16일이 사라지고, 크고 작은 빈칸과 공백이 생기는 것에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 ‘유재아’의 시점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사라지지 않아>와 <하얀 파도>를 두 번 읽었는데 확실히 다시 읽으니 복선이 눈에 보였다.
특히 ‘우유갑’이라는 소재가 눈에 다시 들어왔다. (무슨 말인지 궁금해진다면 책을 꼭 읽어 보시길~)
<사라지지 않아>와 <하얀 파도>를 읽으며 ‘코코’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두 작품의 공통적인 키워드를 뽑아 본다면 ‘기억하는 존재들’이 아닐까.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길 바라며 <하얀 파도>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인용해보면
p.56 “네가 나를 기억하면 되겠다.”
p.66 “다들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 “그럼. 나도 언니를 기억하잖아.”
학생들에게 이 소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다.
꼭 기억하고 싶은 순간, 기억을 지우고 싶은 순간을 물어보고 기억을 지우고 싶은 순간이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생각해 봤고
세상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명목하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물어볼 수 있겠다.
<사라지지 않아>와 <하얀 파도> 모두 이야기의 다음을 상상하게 한다. 학생들에게 소설의 다음을 상상하게 해볼 수도 있겠다. 나머지 작품들은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고, 이만 글을 줄인다.
이 책을 조금 빨리 접했더라면 동아리 시간에 읽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그렇지만 내년이 있ᅌᅳ니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이어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가상 현실인 소나 시스템을 통해 학창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의 이야기인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ᅌᅪ 비대면 등교 속에서 학생들의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도입된 <나의 메신저 버씨>도 학생들과 이야기 나눌 부분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줄거리를 짤막하게 정리해서 학생들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읽게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