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있었다 - 그리고 다시 한 사람...
김종선 지음 / 해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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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이런류의 책을 읽으면서도 가슴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아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이렇게 사랑을 했고 저렇게 이별을 하고 결국엔 또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고작해야 그 정도의 느낌으로 남아 있었으며 많은 사랑, 이별 이야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았으니.  또 예전엔 노래를 들을때도 친구들이 모두 자기 이야기 같다고 할땐 난 옆에서 그저 웃으며 그래, 이 한마디 밖에 하지 못했으며, 그들의 그런 이야기를 흘려 듣기 일쑤였다. 경험. 모든 것에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겪으면서 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누구보다 이 책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으니.
 

그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 설레하고, 밤 잠 이루지 못하고, 초기의 그 셀레이던 감정들로 행복해 하던 나날들이 있었다. 온 세상을 얻은 듯한 그 기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리 말해도 알지 못하겠지. 하지만 한번이라도 사랑을 해 본 사람들은 느 기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그 사람 하나로 인해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사람이 변화시킨 세상은 다시 그사람으로 인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사람의 부재로 인한 아픔과 슬픔.


함께 했던 시절엔 모든것이 좋았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와 함께 했던 모든 것이 다 아픔으로 변한다. 그와 함께 갔던 카페, 함께 걷던 산책길, 함께 보던 영화, 함께 듣던 노래. 나의 일상 소소한 부분에까지 침투해 있던 그의 흔적들을 보노라면 나만의 것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다. 하지만 추억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비록 그는 여기에 없지만 함께 했었단 사실만으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같은 것을 공유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래서 더 슬플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아프지 않아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예전의 내가 그랬듯이.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야기라고, 너의 이야기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테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고 그저 소설책을 읽듯이 읽어내려가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책의 소개에서 그러했듯이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든, 이별을 하고 한창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읽어 보면 좋을 듯한 책인 것 같다. 너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 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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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의 러브레터
윤도현의 러브레터 제작진 지음, 박경희 사진 / 넥서스BOOKS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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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노래를 들을 때 가사 보다는 멜로디나 그 노래 자체를 느끼는 편이였다. 친구들이 노래를 들으면서 '아 이 노래는 정말 내 노래 같아. 어쩜 내 마음과 이리 똑같니.' 이런 말들을 할 때마다 노래가 거기서 거기지 뭐. 이런 생각으로 넘기곤 했었다. 모든 것에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얼마 가지 않아 사랑에 쓰디쓴 아픔을 맛 보았던 나는 예전의 그 친구들처럼 노래 하나를 무한 반복하며, 이 노래에서 나의 마음을 위로받으며 그렇게 아픔을 치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세상에서 나만 아픈게 아니었구나. 나만 이런게 아니었구나.

세상에는 수 많은 노래가 존재하고 수만은 사랑과 이별이 존재한다. 사랑하고 있을때는 세상이 한 없이 예뻐보이고 모든것이 사랑스러워 보이게 마련이다. 길을 가다가도 괜시리 웃음이 나오고, 모든 사물들을 봐도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그것이 사랑의 묘약인 것이다. 하지만 이별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온 세상에서 자신보다 아픈 사람은 없어 보인다. 나만 이렇게 아프고 나만 이렇게 힘들고.

노래는 큰 힘을 지녔다. 미안한 마음을 대신 전달해 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고백해주기도 하고, 이별의 아픔을 치유해주기도 하고, 서로의 마음을 표현해주기도 하고. 우리가 말로 전하지 못한 감정들을 노래는 품고 있다. 자신에게 특별한 노래 한 두곡 쯤은 모두 있을 것이다. 그 사람과 함께 들었던 노래가 나오면 괜시리 서글퍼 지기도 하고, 앗 이건 내 노래잖아 하는 노래도 있을 것이다. 예쁜 그림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사랑, 이별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나의 이야기는 어떻게 쓰여질 것인지 생각해 본다. 나는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그는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읽으면서 모든 사람들도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동질감을 느끼면서 어쩌면 그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다른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거란다- 아픔뒤엔 성숙함이 찾아 올꺼야. 사람들이 이별을 겪은 이들에게 흔히 해 주는 위로이다. 아픔뒤에 찾아오는 성숙.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하지만 결국 사랑은 사랑으로 잊혀진다고 하지 않던가. 떠나 보낼건 떠나 보내고 받아들일건 새롭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도 어딘가에선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 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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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마지막 의식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엮음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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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마지막 의식. 제목만 보고 연애소설 즈음으로 생각하고 책을 집어드는 사람도 있으리라. 왠지 첫사랑 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애틋함이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들었던 느낌은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안도의 한숨까지 쉬기도 했다. 표지에 나와있던 책을 소개하고 있는 '외로움은 폴력을, 호기심은 강간을, 무료함은 살인을 낳는다'라는 문구. 이 책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정말 잘 나타내고 있는 문구이다.

책은 총 8편의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증조부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거기에 소개되었던 입체기하학으로 자신의 부인을 사라져버리게 한 주인공, 자신의 여동생과 엄마 아빠 놀이를 하면서 성적으로 깨어나는 주인공, 어린소녀를 꾀어내어 성추행 한뒤 그녀를 죽음으로까지 내몬 주인공, 사회화를 포기하고 벽장속에서만 숨어 지내고자 하는 어른이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주인공, 이모와 조카의 비 정상적인 관계를 다루고 있는 가장무도회 등 각기 8편의 단편들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각각의 단편들은 하나 같이 암울하고 우울한 기색이다. 읽고나면 온 몸에 힘이 빠지는. 우리가 지극히 정상적이라면 결코 실행에 옮기지 못할 일들이 여기서는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일들을 벌이면서도 자신들의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 일말의 죄책감이나 책임에 대해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내가 심심해서, 무료해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러했던 것 뿐이라며 사건의 중심에서 빠져 나가려고만 할 뿐이다. 자신의 욕구만 충족된다면 다른 이들의 삶이 어찌 되든 상관 없다는 식의 행동들에 눈쌀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외설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였고, 실제로 일어난다면 큰 스캔들을 몰고 올 정도의 소재들이 많았다.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이를 읽고 카타르시스를 느껴 마음을 정화하거나, 여가 시간을 활용해 재미를 얻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엇을 느끼게 됐나? 세상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들도 있구나. 저런 세상이 되면 안될텐데. 이런 식의 무서운 교훈을 얻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언제 책이 다 끝나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후련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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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사진관
최창수 사진.글 / 북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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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본지가 언제였더라? 항상 마음으로는 지구 한바퀴를 이미 돌았지만 실상 지금까지 살면서 제대로 된 여행을 떠본적이 별로 없다.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아 이번엔 이런일때문에, 다음엔 또 저런일 때문에 항상 미뤄지기가 일쑤였고 나는 다시 일상속에 치여서 살아야 했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지구별 사진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끔 혼자서 여행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내가 하지 못한 일들을 그들은 이뤄내고 있어서 일까. 아니면 나는 이렇게 힘든 일상을 살고 있는데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곳들을 다니면서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것에 내심 질투를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힘들때면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한다. 자연속에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대는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람들은 제마다의 그 무엇을 찾아온다.  

흔히들 여행에 대해선 환상을 품고 있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내가 아닌 내가 되어 보는 것. 이것이 내가 여행에 대해 품고 있는 환상이다. 일상속에서 나는 주변에서 바라는 내가 되기 위해 무던히 애써야 했고 이는 알게 모르게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나의 본 모습을 보여주며 지내는 그런 여행을 한번쯤 해보고 싶다. 

지구별 사진관. 저자는 말한다. 모든게 풍요롭고 잘 사는 유럽보다 가난하더라도 사람의 정과 끈끈함이 느껴지는 나라들이 좋다고. 그가 간 곳은 이름도 낯선 나라들이 많았고,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탁월했는지도 모른다. 항상 판에 밖힌 여행지와, 여행을 온건지 사람구경을 하러 온건지 분간이 안되는 관광지에서 사람구경만 하다 오기 일쑤인 유명 관광지보다 알려지지 않은 오지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 좋아보였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비록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그들과 소통하는 저자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사진을 통해 보여지는 따스한 눈빛. 말이 안 통한 듯 어찌하리. 눈과 눈을 마주보고 미소 한번이면 모든것이 통하는 것을. 나는 언제쯤이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볍게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아직은 해야 할 일도, 떠날 준비도 안 된 나임을 알기에 이렇게 책으로 나마 아쉬움을 달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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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초콜릿
황경신 지음, 권신아 그림 / 북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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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의 달콤쌉싸름한 맛. 어릴때는 그저 초콜렛이라고 하면 달짝지근 하기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치 초콜렛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달짝찌근한 맛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순간 쌉싸름한 맛을 선사하는 초콜렛. 우리네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한 없이 행복한 면을 보여주다가도 그 행복에 취한 우리들에게 어느 순간 인생의 쓴 맛을 여과없이 보여주기도 하지 않던가.

내가 힘든 시기에 있어서 그런 걸까. 왠지 그녀가 해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 깊이 다가왔다. 당신의 사랑을 위해 집착이라는 파수꾼을 세워두진 않았는지, 사랑은 그냥 사랑하는 것이지, 무슨 조건이나 믿음을 내세워서는 안된다던 그녀의 말. 한번 생각해 본다. 믿음이라는 조건을 내세우며 나의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진 않았는지. 내가 조금 더 욕심을 부릴수록 그들은 더 나의 곁에서 힘들어 하는건 아닐지.

그녀의 색다른 발상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그녀의 사랑 관념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내 마음과도 너무나 비슷한, 혹여 내 마음속을 다녀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구절들을 읽으면서 많은 위안을 얻기도 했다. 나만 이런게 아니었구나. 이 세상 사람들도 모두 나와 같은 고민들을 하고 아픔을 안고 있고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살고 있구나 하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많은걸 포용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책 같다. 사랑에는 밝음만 있는것이 아님을, 그 이면에는 아픔이 공존함을 일깨워 주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 녹녹치 않을 것이라는 걸 말해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하고,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발길을 내 딛는다. 상처 받은 자만이 상처 받은 이를 위로할 수 있는 것 처럼, 세상에 뛰어들어 본 사람만이 그 세상과 공존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라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오늘 초콜렛의 쓴맛을 느껴 보았다면 내일은 그 달짝지근함을 맛 볼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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