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 - 은근한 차별에 맞서는 생각하는 여자들의 속 시원한 반격
타라-루이제 비트베어 지음, 김지유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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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가장 끔찍한 기억은 낯선 남자가 내가 살던 건물 공동현관을 뚫고 들어왔던 일이었다.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건물에 거의 다다르자 비로소 안심하고 공동현관 비번을 누르고 들어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여기 사세요?”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 보니 웬 남자가 따라들어와 있었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 하니 “저도 여기 살아요.” 라고 했다. 거짓말! 그 건물은 여자만 사는 건물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소름이 끼쳐서 가방 속 아무거나 집어들고 남자와 대치하고 섰다가, 잠시 남자가 한눈 파는 사이를 틈타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때마침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경찰을 불러 그 남자는 경찰에게 끌려갔는데, 나중에 경찰에서 연락이 와서 한다는 말이 ‘자꾸 힐끔거리고 눈이 마주쳐서 같이 술이나 마실까 하고 따라왔다’고 했단다. 내참, 어이가 없어서! 지는 재미로, 흥미로 그랬을지 몰라도 나는 그날부터 몇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야 했고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까지 했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일은 몇 년 뒤 직장 상사와 함께 택시를 타고 외근을 나갈 때 벌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 끔찍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너무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그러니까 더 무섭더라고요. 아무도 못 믿겠고요.” 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상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허우대 멀쩡하면 잘해보지 그랬어~”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구역질이 나는 것 같았다. 웃긴 건 그 상사는 여자였고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였다. 과연 본인이, 딸이 그런 일을 당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의 원제는 ‘드라마 퀸(Drama Queen)’이다. 여성은 감정적이라는 의미인데, 여성들이 느끼는 정당한 감정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차별적인 발언이나 정당하지 못한 대우에 화를 내면 드라마 퀸이라고 놀리는 식이다. 왜 권리를 찾고 내 목소리를 내는 일로 비난받고 놀림받아야 하는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글로벌 인플루언서인 저자 타라-루이제 비트베어는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다양한 여성혐오가 여성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인내를 학습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꼬집는다. 무언가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실제 우리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그것이 사실이라 믿게 되는데,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적 편향’ 또는 ‘인지 왜곡’이라고 부른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자리잡은 여성혐오가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이렇게 만든 셈이다.

저자는 말한다. 가부장제 담론 아래 여성들은 줄곧 억압 속에 살았다고. 여성은 거절할 때도 남성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 조심해야만 했다고. 왜냐하면 최악의 경우 거절의 대가는 목숨이 되기도 하니까. 도대체 이 사회가 여성들에게 어떻게 했길래 우리는 거절하는 행위 그 자체마저도 두려워하게 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저자는 여성 혐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여성에 대한 내러티브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며,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란 역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진정 해결책은 없는 걸까?

책을 읽는 동안 명백하게 드러나는 여성혐오보다 일상 속에서 은연중에 나타나는 여성혐오가 그야말로 ‘수도 없음’에 당황하고 놀라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여성으로 바로 설 수 있는 방법은 사회가 만든 정형화된 여성이 아닌 ‘나’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불편함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는 용기, 부당함에 참지 않는 용기가 모인다면 어쩌면 내 다음 세대쯤에는 이 만연한 여성혐오가 조금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나도 저자처럼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니?’ 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위축되지 않고 계속 피곤하게 살아보려고 한다. 더는 ‘드라마 퀸’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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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정, 클래식 - 기분 따라 듣는 42가지 클래식 이야기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김기홍)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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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였나? 음악 시간에 ‘클래식 음악 듣고 제목 맞히기’로 쪽지시험을 보게 되었다. 한 달 정도 텀이 있었는데 등하교시간을 비롯해 공부할 때, 자기 전까지도 정말 열심히 클래식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비록 반 강제적으로 듣고 외우긴 했지만 그 덕분에 몇몇 곡의 제목은 아주 확실하게 각인되었고 이는 클래식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듣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넘게 흐른 어느 날,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가 시험에 나왔던 바로 그 음악을 다시 만났다. 음악이 주는 힘은 실로 대단해서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열다섯의 나로 돌아가 음악의 바다에서 유영하며 자유롭게 노닐게 되었다. 어떤 음악은 전주만 들어도 그때의 기분과 기온, 냄새까지도 그대로 되살아나는 느낌을 준다. 음악은 힘든 시절 나를 위로해주기도 하고 때론 더욱 당당하게, 때론 더욱 솔직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하다 보니 모두의 삶 속엔 저마다의 BGM이 존재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게도 그랬듯이.

《오늘의 감정, 클래식》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무의미하지 않은 우리의 감정에 음악을 덧입힌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은 인간의 감정인 칠정-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을 각각 6개의 세부 감정으로 나누어 총 42개의 클래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의 서두에는 유튜브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수록되어 있는데, 찍으면 플레이리스트가 바로 재생돼서 책을 훨씬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기쁘게 들리니 기쁜 음악’ 내지는 ‘슬프게 들리니 슬픈 음악’이라 생각했던 단순한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수록된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란 곡이었다. 사실 나는 이 곡이 굉장히 슬픈 곡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좌절하거나 슬플 때 흘러나왔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알고 보니 이 곡에서의 눈물은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인의 사랑을 얻게 되어 기쁨과 환희에 차서 흐르는 눈물이라고 한다. 전혀 다르게 곡을 알고 있었다는 것도 놀랍고 그 눈물이 그 눈물(?)이 아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또, 클래식 곡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슈만의 <어린이 정경> 가운데 ‘트로이메라이’라는 곡인데, 이 곡이 클라라가 슈만에게 한 말인 "당신은 때로 아이와 같아요" 라는 한 마디 때문에 시작된 곡이라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저자는 삶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고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고민된다면 어린이를 따라가보라고 권한다. 우연히 어느 방명록에서 만난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 감탄해야 할 풍경입니다’란 문장으로 망치에 맞은 듯 충격을 받았고, 그날 <어린이 정경>을 떠올렸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러면서 어린시절의 우리처럼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며 놀이하는 마음으로 삶을 대한다면 고난이 닥쳐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건넨다. 분명 클래식 음악 이야기인데 어쩐지 삶을 응원받는 느낌이 들어 코끝이 찡해졌다.

저자는 삶을 살아간다는 건 각자가 자기 삶의 작곡가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답은 없다고. 중요한 것은 나의 속도대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라고. 매일 느끼는 감정에 맞춰 그날의 클래식을 선곡할 수 있을 거라 단순하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뭔가 삶에 대해서 한수 배운 느낌이다. 클래식의 힘을 빌어 나도 내 삶의 작곡가로서 나만의 속도를 가지고 꾸준히 정진해야겠다. largo든 presto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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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1
다지마 렛토 지음, 박여원 옮김 / 크래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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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삼촌 집의 ‘빈 방’에 얹혀살기로 한 나오타쓰. 도착한 역에 삼촌 대신 자신을 마중 나온 웬 낯선 여자, 사카키! 나오타쓰는 사카키가 삼촌의 애인인 줄로 착각하는데, 알고 보니 삼촌 집으로 알고 간 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머무는 하숙집 같은 곳이었다. 그 집에는 사카키 외에도 여장한 점술가(이자 같은 반 친구 이즈미야의 오빠), 대학 교수 등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중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드는 정상적인 패턴을 가진 건 나오타쓰와 사카키 뿐이어서 둘은 아침마다 부엌에서 마주치곤 했다. 그러나 평화로울 걸로 예상되던 나오타쓰의 생활은 예상치 못했던 사카키와의 인연이 밝혀지며 조금씩 어그러진다.
다지마 렛토의 두 번째 장편만화이자, 일본에서 2023년 영화화되었던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갈 곳 없던 분노를 차분히 다스리다 급기야 터뜨리고 말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사카키의 감정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며 휘몰아치는 감정을 어찌할 줄 모르고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마음을 꾹 누르는 나오타쓰의 감정선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읽으면서 내가 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1편은 끝이 난다.
스포가 될 수 있어 말을 아껴야 하겠지만, 이런 관계가 난 참 속상하다. 사카키는 나오타쓰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고 했지만, 나오타쓰는 사카키에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모양새. 어찌 보면 모두 피해자인데 왜 피해자끼리 불편하고 피해자끼리 힘들어야 하는지. 정작 가해한 사람은 별다른 죄책감도 없는 듯 느껴지는데. 아, 답답증이 인다. 2, 3편을 어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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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 : 상
다지마 렛토 지음, 박여원 옮김 / 크래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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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부의 유일한 2학년 유망주인 여학생 사쿠타. 여느때처럼 수영 연습을 하던 어느날, 옥상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호기심에 옥상으로 뛰어 올라간다. 거기에서 우연처럼 마주친 서예부 남학생 모지! 이들은 마이너한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지게 된다.
투닥거리면서도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사쿠타와 모지.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모지네 집에 놀러갔던 사쿠타는 우연히 자신이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부적을 발견한다. 그 부적은 오랫동안 만난 적 없는 친아빠가 보내온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던 거였는데, 모지는 그 부적이 ‘신흥 종교의 것’이라고 알려준다. 과연 아빠와 신흥 종교는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고민을 털어놓는 사쿠타에게 모지는 자신의 형이 탐정이니 사건을 의뢰해보자고 제안한다. 그 길로 사쿠타와 모지는 모지의 형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일본 만화대상을 수상했다는 다지마 렛토의 만화 《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 상 권은 싱그러운 청춘 로맨스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전반적으로 유쾌 발랄하고 밝은 느낌이지만 그 속에는 재혼 가정이나 성 소수자 등의 이야기가 가볍지만은 않게 담겨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만화책이 무슨 책이냐’라고 생각했던 1인인데 이 만화책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어 외려 책보다 더 여운이 길게 남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일본에서는 실제로 드라마화도 진행 중이라는데 어떤 배우가 발랄하고 엉뚱한 면이 매력인 사쿠타와 진중하고 애어른같은 면을 지닌 모지의 따뜻함을 그려낼지 궁금해진다! 조만간 하 권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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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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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장 간절한 소원을 이루어 드립니다. 단 뒤처리는 셀프입니다.”
선택적 함구증을 앓던 소원은 16년 전, 빗길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는다. 혼자서도 꿋꿋하게 버텨내며 10년 뒤 자신, 즉 ‘미래의 나’에게 조언을 듣는 앱인 ‘미래나’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여전히 ‘소원이가 친구 한 명만 사귀어도 소원이 없겠다’던 엄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원은 10년 뒤 자신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겠느냐고. 그러자 10년 뒤 소원은 “외롭고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하는 사람 곁에 있어주라”고 답변한다. ‘소원성취 앱’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누군가 자신을 삺주고 자신도 누군가를 살펴주는 일을 하고 싶은 소원의 소망을 담아.
소원에게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이돌 멤버의 팬이자 고객을 잠들게 만드는 마법의 손을 지닌 샴푸 명인 은지, 돈이 없어 추구하던 순수문학 대신 웹소설에 발을 들이지만 오히려 글 쓰는 재미에 빠져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느끼기까지 하는 은보, 가족 대신 고양이를 아들 삼아 살아가는 춘호, 어딜 가나 총무 역할을 떠맡고 사람 잘 챙기는 오지라퍼지만 이제는 조금 쉬고 싶은 도순, 억울하게 동생을 잃은 다정, 기를 쓰고 성공했는데 성공을 채 누리기도 전에 몹쓸 병에 걸린 용대...모두 소박한 소원을 이야기하지만 공통점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소원성취 앱을 쓴다는 점이다. 단순히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든지 성공했으면 좋겠다든지 물질적으로 무언가를 원하는 게 아닌, 진정으로 자신(혹은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소원을 빈다는 것. 좋아하는 아이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부터 나보다 더 불행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말까지, 사실 이들의 소원은 모두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지고픈 일반 사람들의 발버둥 같은 게 아니었을지.
소원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한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그리 거창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자신이 소망하는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동네 배달 음식은 어디가 맛있는지 물어볼 수 있는 사람, 할 일 없고 심심할 때 거울도 안 보고 나가서 만날 수 있는 사람, 별거 아닌 물건을 사러 갈 때 같이 가자고 청할 수 있는 사람, 시시껄렁한 농담을 할 때도 긴장할 필요 없는 사람, 할 이야기를 미리 외워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 별거 아닌 대화 속에 배려를 슬쩍 묻혀주는 사람...소원은 그런 친구를 원했고 이젠 스스로도 그런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그게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 스타일의 힐링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도 분명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소원도 다채롭지만 소원을 이루어주는 방식도 자극적이지 않고 공감 가능한 수준이라 좋았다. 무작정 판타지보다는 어느정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현실적인 판타지를 좋아하는데 딱 그런 스타일이랄까! 정말로 소원을 빌 수 있는 앱이 있다면, 나는 어떤 소원을 빌까? 즐거운 상상을 덧붙이며 읽을 수 있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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