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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1
다지마 렛토 지음, 박여원 옮김 / 크래커 / 2024년 2월
평점 :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삼촌 집의 ‘빈 방’에 얹혀살기로 한 나오타쓰. 도착한 역에 삼촌 대신 자신을 마중 나온 웬 낯선 여자, 사카키! 나오타쓰는 사카키가 삼촌의 애인인 줄로 착각하는데, 알고 보니 삼촌 집으로 알고 간 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머무는 하숙집 같은 곳이었다. 그 집에는 사카키 외에도 여장한 점술가(이자 같은 반 친구 이즈미야의 오빠), 대학 교수 등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중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드는 정상적인 패턴을 가진 건 나오타쓰와 사카키 뿐이어서 둘은 아침마다 부엌에서 마주치곤 했다. 그러나 평화로울 걸로 예상되던 나오타쓰의 생활은 예상치 못했던 사카키와의 인연이 밝혀지며 조금씩 어그러진다.
다지마 렛토의 두 번째 장편만화이자, 일본에서 2023년 영화화되었던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갈 곳 없던 분노를 차분히 다스리다 급기야 터뜨리고 말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사카키의 감정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며 휘몰아치는 감정을 어찌할 줄 모르고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마음을 꾹 누르는 나오타쓰의 감정선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읽으면서 내가 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1편은 끝이 난다.
스포가 될 수 있어 말을 아껴야 하겠지만, 이런 관계가 난 참 속상하다. 사카키는 나오타쓰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고 했지만, 나오타쓰는 사카키에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모양새. 어찌 보면 모두 피해자인데 왜 피해자끼리 불편하고 피해자끼리 힘들어야 하는지. 정작 가해한 사람은 별다른 죄책감도 없는 듯 느껴지는데. 아, 답답증이 인다. 2, 3편을 어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