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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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장 간절한 소원을 이루어 드립니다. 단 뒤처리는 셀프입니다.”
선택적 함구증을 앓던 소원은 16년 전, 빗길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는다. 혼자서도 꿋꿋하게 버텨내며 10년 뒤 자신, 즉 ‘미래의 나’에게 조언을 듣는 앱인 ‘미래나’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여전히 ‘소원이가 친구 한 명만 사귀어도 소원이 없겠다’던 엄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원은 10년 뒤 자신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겠느냐고. 그러자 10년 뒤 소원은 “외롭고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하는 사람 곁에 있어주라”고 답변한다. ‘소원성취 앱’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누군가 자신을 삺주고 자신도 누군가를 살펴주는 일을 하고 싶은 소원의 소망을 담아.
소원에게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이돌 멤버의 팬이자 고객을 잠들게 만드는 마법의 손을 지닌 샴푸 명인 은지, 돈이 없어 추구하던 순수문학 대신 웹소설에 발을 들이지만 오히려 글 쓰는 재미에 빠져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느끼기까지 하는 은보, 가족 대신 고양이를 아들 삼아 살아가는 춘호, 어딜 가나 총무 역할을 떠맡고 사람 잘 챙기는 오지라퍼지만 이제는 조금 쉬고 싶은 도순, 억울하게 동생을 잃은 다정, 기를 쓰고 성공했는데 성공을 채 누리기도 전에 몹쓸 병에 걸린 용대...모두 소박한 소원을 이야기하지만 공통점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소원성취 앱을 쓴다는 점이다. 단순히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든지 성공했으면 좋겠다든지 물질적으로 무언가를 원하는 게 아닌, 진정으로 자신(혹은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소원을 빈다는 것. 좋아하는 아이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부터 나보다 더 불행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말까지, 사실 이들의 소원은 모두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지고픈 일반 사람들의 발버둥 같은 게 아니었을지.
소원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한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그리 거창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자신이 소망하는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동네 배달 음식은 어디가 맛있는지 물어볼 수 있는 사람, 할 일 없고 심심할 때 거울도 안 보고 나가서 만날 수 있는 사람, 별거 아닌 물건을 사러 갈 때 같이 가자고 청할 수 있는 사람, 시시껄렁한 농담을 할 때도 긴장할 필요 없는 사람, 할 이야기를 미리 외워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 별거 아닌 대화 속에 배려를 슬쩍 묻혀주는 사람...소원은 그런 친구를 원했고 이젠 스스로도 그런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그게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 스타일의 힐링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도 분명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소원도 다채롭지만 소원을 이루어주는 방식도 자극적이지 않고 공감 가능한 수준이라 좋았다. 무작정 판타지보다는 어느정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현실적인 판타지를 좋아하는데 딱 그런 스타일이랄까! 정말로 소원을 빌 수 있는 앱이 있다면, 나는 어떤 소원을 빌까? 즐거운 상상을 덧붙이며 읽을 수 있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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