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경제학으로 밝히다
임정덕 지음 / 흔들의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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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도서산간을 제외하곤 택배 배송 만 하루를 넘기지 않고, 4G LTE를 넘어 초고속 5G가 안 터지는 곳이 없는 나라. 대한민국의 힘은 '빨리빨리'에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장 나만 해도 하루에 수십 수백 번은 '빨리빨리'를 중얼거리곤 하니까.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를 읽게 된 건, 이 빨리빨리 문화를 어떻게 경제학으로 풀어낼까 하는 궁금증에서였다.

20세기 세계 최빈곤 후진국에서 30여 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의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경제 전문가인 저자는 책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 경쟁력의 원천이 '빨리 할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밝히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경제학을 비롯 인류학적, 역사적, 비교통계적, 학술적, 실증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해보인다.

발전과 속도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발전과 속도야말로 바늘과 실 같은 존재임을 깨달았다. 발전하기 위해선 혁신이 필요하고 혁신은 타이밍(보다 빨리)이 중요하다는 사실! 읽으면서 어려워 두세 번 읽어야 넘어갔던 부분도 있었지만, 1945년생인 저자가 본인의 인생사를 돌아보면서 그때 당시의 물가와 삶의 모양새를 보여주는 부분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식민지에서 막 벗어난 후진국에서 태어나 산업화 시대의 빠른 변화와 급속한 경제발전을 몸소 겪은 사람이었다. 이런 저자가 시대별로 정리한 자신의 일대기를 통해 대한민국 변화의 속도를 어림 짐작해볼 수 있도록 해준 덕분에 책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현상만을 논하는 것이 아닌 문제점과 해결방안도 함께 제시한다. 현재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이유로는 산업경쟁력의 상대적 약화와 혁신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꼽고 있다. 타이밍을 놓친 새로움은 더이상 새로움이 아니기에 어떻게 하면 경제와 산업 & 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또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억제•저하시키는 제도적인 원인을 알아보고 개선점을 제안한다. 한국인의 '빨리빨리'가 어떻게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고 변화하게 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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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어게인 - 다시 꿈꾸던 그곳으로
이화자 지음 / 책구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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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해외여행지는 태국 방콕이었다. 당시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도 처음, 해외여행도 처음, 비행기 타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러 나가자마자 훅 끼치던 그 더운 공기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무슨 일이 있어도 1년에 두세 번씩은 비행기에 오르곤 했고, 2019년 남편과 오키나와에 다녀오며 "내년엔 이탈리아 가자!"고도 약속했는데...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두 발이 꽁꽁 묶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지난 사랑을 회상하며 한 말이 있다.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아득하고 목울대가 항상 울렁거렸다." 나는 여행을 떠올리면 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여행을 이다지도 사랑하게 됐나 보다. 그 목울대가 울렁거리고 간지러운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서, 다시 꿈꾸던 그곳으로 가보고 싶은 간절함을 담아서 《트래블 어게인》을 펼쳐본다.

《트래블 어게인》에는 100여 개 국가를 여행해본 저자가 '살면서 꼭 한 번은 가보길 추천하는' 여행지 17곳이 담겨 있다. 가본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는 건 불행일까, 행운일까?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라 읽는 내내 마치 별천지처럼 느껴졌다.

어느 하나 설레지 않는 곳이 없었지만 특히 누군가의 인스타에서 보고 감탄했던 사진 속 그곳! 우유니 사막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금 사막과 파란 하늘이 거울처럼 반사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 면적이 서울와 경기도를 합친 것보다 크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자연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마주하며 느껴보고 싶어졌다.

《트래블 어게인》을 읽어보기 전까지는 크게 관심 없던 여행지가 대부분이었는데 읽어보고 난 뒤에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생각조차 안 했다'에서 '가보고 싶어진다'로. 글과 사진이 주는 강력한 힘인 것 같다. 언젠가의 나는 그곳에서 또 어떤 설레는 경험을 하게 될까? 이제 나도 슬슬 '트래블 어게인'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트래블 어게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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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대마왕 반드시 부자 되는 투자의 소신 - 당신을 500억 자산가로 만들어줄 부동산경매
심태승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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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경매에 눈을 뜰 뻔한 적이 있었다. 신혼집을 장만하려고 계속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원하던 단지에 경매 매물이 있었다. 그런데 엄마 포함 주변 어른들이 "남의 눈에 피눈물 쏟게 하는 집은 안 좋다", "골아프게 엮일 수 있다"고 해서 그냥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벌써 10년 전인데, 그때 경매의 맛을 알았다면 지금의 삶이 좀 달라졌을까?

《경매대마왕 반드시 부자 되는 투자의 소신》이 마음에 들었던 건 그저 단순히 경매에 대한 A to Z만 나열한 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저자는 지식이 아닌 부의 마인드를 갖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의 마인드란 곧 객관성인데, 투자를 하게 되면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데 그때마다 객관성을 갖고 선택할 수 있는 자세를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 투자 과정에서 객관성을 놓친다. 이 책에서는 잃지 말아야 할 객관성이 무엇인지 구체화하고 있다.

저자는 부자가 되는 데에는 지식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만약 지식과 부가 관련이 있다면 경제학과 부동산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돈을 제일 많이 벌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지식과 돈은 철저히 별개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부자가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갖춰야 하는 건 '부의 마인드'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경매는 나쁜 짓, 재수없는 짓이 아니라 채무자와 채권자의 불행한 관계를 끝내게 해주는 도움이 되는 행위라는 점을 짚어주니 뭔가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부자의 마인드를 가지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처음에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은 우리가 그동안 읽어 왔던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했던 말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었다. 알고 보면 이미 10년도 훨씬 전부터 말하는대로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진다는 《시크릿》이나 믿는 대로 된다는 《긍정의 힘》같은 메가 베스트셀러에서 항상 말해 왔던 것들이다. 내 스스로도 된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뤄본 경험이 많기에 저자의 말을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었다(내 성공 경험이 신뢰의 바탕이 된 셈이다).

돈을 벌어본 사람들은 확신이 있다. 확신은 조급함을 쫓고 여유를 부른다. 부동산 시장에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부동산은 급한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라는. 나도 아파트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줄다리기를 겪어봤지만, 급한 사람이 돈을 깎아주거나 더 주고 사게 되어 있다. 느긋하지 않아도 느긋하게 구는 마인드 콘트롤이 필요한 것이다. 경매에서도 마찬가지로 방향성,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한다. 장기투자를 하며 꾸준히 배우고 노력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거다.

책을 읽어보니 어렵게만 여겼던 경매 역시 부동산 매매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또 부자가 되기 위해 지녀야 할 마인드에서는 크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꽤 있었다. 적은 돈을 버는 투자자가 될 것인가, 큰 돈을 버는 부자가 될 것인가! 이 책을 통해 경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도전하게 된다면 끈기있게 기다려 꼭 성공의 경험을 맛보고 싶다. 가능하면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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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가의 노래 - 혼자서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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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끝나갈 무렵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도 엄마처럼 매일 걸어볼까?" 남편은 흔쾌히 그러자 했다. 그날부터 우리의 걷기는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5천 보도 겨우 걸었다. 다리가 붓고 발이 아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걸었다. 5천 보에서 6천 보로, 7천 보로...이렇게 천천히 늘려서 지금은 거의 매일 1만 보를 걷게 되었다. 허리가 아파 파워 워킹은 못 하고, 천천히 산책하듯 여유롭게 걷는다. 매일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동네 산책가 부부'가 된 셈이다.

찬찬히 걷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소복하게 쌓인 눈 사이로 종종거리며 지나간 강아지 발자국, 비 오는 날 흙 사이를 돌아다니는 지렁이, 푸릇하게 돋아난 새싹, 나뭇가지 위에 쪼록 돋은 새순,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푼 꽃봉우리, 매일이 다르게 피어나는 꽃들까지...우리 동네가 이렇게 예뻤나? 싶게 매일 매일이 새로웠다. "오늘은 꽃이 더 피었네?" "어제 피었던 꽃, 햇볕에 탔나 봐." 남편과 나의 대화는 걷기로 산책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화가이자 산책가인 저자가 산책하며 만난 작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산책가의 노래》. 표지에 적힌 말처럼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를, 나도 매일 받곤 했다. 힘겹게 피어나는 꽃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하던지. 작고 예쁜 것들을 만날 때마다 사진으로 담아두었더니 한동안 휴대폰 갤러리가 전부 꽃밭이었다. 그냥 지나쳐버릴 땐 있는지도 모르는 것들이었는데, 걸음 내딛을 때마다 마주치니 자꾸만 보고 싶은 소중함이 되더라.

책을 읽으며 작은 것들과 함께한 찬란했던 지난 봄날이 떠올랐다. 짧은 산문과 그림을 함께 보니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산책길 맡았던 풀냄새, 꽃향기, 호숫가의 새벽 안개의 촉감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느낌! 음악이, 향기가 나를 그때 그 장소로 데려가는 경험은 여러 번 했지만 책이 그런 경험을 준 건 처음인 것 같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아름다운 것을 그리고 싶어진다는 저자의 말이 참 좋았다. 산책길 휴식이 필요할 때 잠시 꺼내 읽어도 좋을, 따뜻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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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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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말했다. '언제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라고 물었을 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시절 최선을 다했기에 더 이상 후회가 없는 삶이라고. 정말 그렇다. 돌아보니 내 20대는 안간힘의 시기였고, 다시 그렇게 하라 해도 못할만큼 24시간을 36시간처럼 쪼개며 살았드랬다.

20대가 안간힘이었다면 30대의 절반은 무기력이었다. 한번을 크게 앓고 나니 모든 것이 부질없다 싶고 무력감이 찾아왔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동동거렸을까? 내 자신이 너무 안쓰럽고 아까워 미칠 것 같은 나날이었다. 뭐라도 하고 싶은데 손가락 끝 하나 움직이는 것도 괴로울 만큼 아팠다. 예전처럼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데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으니 화가 났다. 그때 내가 이 책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를 받아들고, 길 잃고 헤매다 비로소 믿을 만한 어른을 만난 어린애처럼 자꾸만 눈물이 났다.

책을 열어 목차부터 찬찬히 살펴본다. 그래도 괜찮아 / 너무 애쓰지 마라 / 지금도 좋아 / 천천히 가자...소제목 하나 하나가 너무 따뜻해서 손가락으로 글자를 괜히 한 번 쓸어본다. 착각이겠지만 어쩐지 따스함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시인의 시에는 저마다 투박한 듯 소박한 듯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책 제목과 같은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도 좋았고, <그 아이>라는 시는 너무 좋아 열 번도 넘게 읽고 따로 적어 벽에 붙여두기까지 했다.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울컥하면서 읽었다. '통통통 뛰어가는 작은 새 발걸음,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주길' 바라는 시인의 마음처럼 나 역시 너무 잘 하려는 강박은 내려놓고 가볍게, 그러나 시인처럼 사람을 보는 시선만은 따스함을 유지하면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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