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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무슨 맛인가요 - 소박한 한 끼가 행복이 되는 푸드 에세이
오연서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6월
평점 :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은 이렇게 말했다. "니가 먹은 음식을 말해주면, 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내가 먹는 음식은 곧 내가 된다. 먹어야 살고, 살아야 먹고, 맛있게 먹기 위해 레시피를 개발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열 시간 넘게 줄을 서기도 한다. 예약은 필수다. 음식과 사람과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존재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누구나 마음 속에 소울푸드 몇 개쯤은 품고 살아간다. 어떤 음식을 떠올리면 추억까지 스르륵 풀려나오는 마법 같은 일. 누군가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래서 더 즐겁고 특별하다. 특히 셰프나 요식업 전문가의 푸드 에세이는 일부러 찾아 읽을 정도로 많이 읽었는데, 일반인의 푸드 에세이는 읽어본 적이 없었다. 주부 15년차의 푸드 에세이는 어떨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당신의 일상은 무슨 맛인가요》는 추억속 나, 엄마인 나, 아내인 나, 작가인 나의 4개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대부분 특별한 음식은 아니고 일상적으로 흔히 만날 수 있는 음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자가 나와 비슷한 또래라 그런지 추억 속 음식을 설명할 때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국물 떡볶이보다는 매콤달콤한 옛날 떡볶이, 밀가루를 튀겨내 설탕을 잔뜩 묻힌 꽈배기, 마카로니 샐러드를 곁들이고 소스를 듬뿍 뿌려 낸 경양식 돈까스까지. 내 추억도 함께 방울방울 샘솟는 느낌이었다.
다만 '이런 음식은 이래서 안 먹는다(혹은 싫다)'라는 말이 꽤 자주 나오는 푸드 에세이라니, 여러모로 놀랍긴 했다. 보통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예찬, 음식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책은 본격 푸드 에세이라기보다는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에 음식 이야기를 곁들인 느낌이랄까. 더 깊숙하고 내밀한 음식 이야기가 궁금한데 챕터마다 글밥이 짧고 음식 이야기는 후루룩 빠르게 넘어가는 느낌이라 살짝 아쉬움도 있었다.
학교 마치면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먹었던 치즈밥, 떡볶이, 탕수육을 팔던 분식집. 그 골목에 같은 메뉴를 파는 분식집이 세 곳이었는데, 아직도 그 동네 사는 친구 말이 두 곳은 없어졌고 이제 한 곳만 남았다고 했다. 지금은 먼 곳으로 이사와 살고 있어 아쉬운 마음에 이 근처 즉석떡볶이집을 수소문해 찾아갔는데, 세상에 맛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반 넘게 남기고 계산을 했다. 그런데 옆 테이블 중고등학생들은 냄비 바닥까지 먹을 기세로 숟가락을 놀리는 게 아닌가! 그때 생각했다. 추억은 항상 그대로 맛있지는 않다고. 추억의 맛이 곁들여져서 특별한 것이라고. 그럼에도 추억 속 그 맛을 한번쯤 다시 느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추억을 떠올리게끔 만들어준 것만 해도 이 책은 제 역할을 충분히 다 한 것이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