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마크
로저 젤라즈니 지음, 박은진 옮김 / 달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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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마크》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고속도로인 '로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로드는 끝도 없이 이어져 있고, 입구와 출구, 구불구불한 길이나 갈림길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로드를 따라 여행할 수 있다. 그곳이 어떤 곳이든, 어떤 시대이든 간에 말이다. 로드를 통해 먼 과거로 돌아가 이미 멸종된 공룡을 복제해와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상품을 파는 사람도 있다. 로드는 과거와 미래, 존재 여부도 불확실한 시간까지도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셈이다.

하지만 로드의 갈림길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인공인 레드 도라킨 역시 로드에서 길을 잃고 원래 들어왔던 출입구를 찾기 위해 긴 세월을 헤매고 있다. 그러던 중 레드에게 일종의 생존게임인 '블랙 데케이드'가 선언된다. 블랙 데케이드를 선언한 쪽은 적에게 아무런 경고 없이 10번의 살해 시도를 할 수 있는데, 본인이 직접 혹은 대리인을 써도 된다. 공격 시기 역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레드는 로드 위에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대리인들과 싸우며 계속해서 출입구를 찾아다닌다. 그러면서 잃어버렸던 시간 속 진짜 자신의 모습을 퍼즐 맞추듯 점점 찾기 시작한다.

각 장의 제목은 2와 1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1 다음에 2가 아닌 2 다음에 1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1에는 주인공인 레드 도라킨의 이야기를, 2에는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실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땐 등장인물이 계속 바뀌고 이야기도 산발적으로 나와 너무 헷갈려서 노트에 적으면서 읽어야 했는데, 중반 이후부터 읽는 데 서서히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출판사 서평에서 '천 피스짜리 퍼즐을 바닥에 흩뿌려 놓은 듯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는 실험적인 SF 판타지 소설'이라고 했는데 이 표현이 정말 정확하다는 생각을 했다. 뒤로 갈수록 서서히 퍼즐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

처음 책을 펼쳤을 땐 말 그대로 천 피스 퍼즐을 처음 쏟아놓았을 때의 황망함이 느껴졌는데, 뒤로 갈수록 거의 완성되어 제 자리를 찾아가는 희열까지 맛볼 수 있었다. SF 판타지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남들 다 보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도 안 본 1인인데, 이 책은 초반 30% 정도가 조금 어렵게 느껴져서 그렇지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면 앞에서 왜 그랬는지 조각이 맞춰지면서 '아!' 하게 되는 신기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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