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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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없는 나는 과연 어떤 상태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빈자리,공허감을 훨씬 넘어서

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질것이다. 마르탱과 가브리엘 사랑이야기에 더해서 경찰인 마르탱과 명화를 절도하는 범죄

자 아키볼드의 쫓고 좇기는 관계에서 서정적인 시에서 서사적인 긴박함으로 넘어가는 그 넘나

듦이 글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스무살의 가브리엘과 스물한살의 마르탱의 사랑, 마르탱에게서 온 편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는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 공백기간동안에 여러가지 다양한 일들이 전개됨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왜 만나지 않고 헤어질 수 밖에 없는가는 나 역시 의문으로

남아있다. 사람의 감정이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것인지 아니면 극적인 묘미를 위해서인지

는 알 수 없지만 글에서는 그렇게 묘사된다. 이들의 사랑방정식의 패러다임이 처음에 시작은

여자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음으로 사랑이 틀어지게 되지만 나중에 이들이 만났을 때는 오

히려 당기는 사랑의 방향이 여자쪽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가브리엘을 중심으로 일종의 삼각구도이다. 가브리엘이 사랑하는 남자 마르탱, 그리고 가브리

엘의 아버지 아키볼드,그 아버지를 쫓는 마르탱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긴장감과 극적인

스릴은 사랑이라는 부드러움이 가미되면서 동적이었다가 정적인 이야기로 전환된다.
'사람의 영혼 안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집착하는 것들이 있다. 집착하는 것 없이 산다는

사람은 실패할까봐 혹은 고통스러울까봐 그것을 손에 넣는것을 하루 하루 미루고 있는 것일

뿐이다.'-가브리엘이 마르탱을 사랑했던 한 순간도 아마 이 집착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사람에게 집착이 없다면 누구를 사랑할 수있을까? 사랑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을 드러내고 있지

만 그 속에는 집착이라는 가면이 숨어 있는것을....
마르탱이 아키볼드와 닮은 꼴이라는 사실은 한 여자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이라고 . 이루

지 못한 사랑 때문에 오랜 세월을 괴로워 하며 살아 왔다는 점에서 이들은 똑같은 아픔을 간

직하고 살아온 셈이다.
마르탱이 아키볼드를 쫓는 수사과정을 통해서 이루지 못한 자신의 사랑을 치료 받고 싶었는지

도 모른다.
자신의 과거,깊숙한 곳에 숨져신 자아와 두려움을 직접 대면하는 것.(p189)
아픈 사랑이 자신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자아로 치유되지는 않는다. 밖으로 나와  또 다른 사

랑으로서만 치료될 수 있다.
마음의 깊은 수렁과 수치는 드러내 놓고 또 다른 사랑에 용해되어야 비로소 가라앉을 수 있게

된다.
 
13년만에 다시 재회한 마르탱과 가브리엘,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 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훔쳤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냉정하게 돌아서야 했을까? 사랑이

이렇게 쉽게 변하는 것일까? 13년의 세월의 차이는 지독한 사랑에 어떤 식으로 흠집을 낸 것

일까? 사랑은 이해가 앞서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감정과 이해가 서로 교차되는 지점에서 무

언가 또 다른것이 끼어드는것 같다. 그래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던가? 가장

쉽게 부패할 수 있는 음식 같은것.
거기에 방부제 역할로 이해가 좀 더 많이 가미 되어야 사랑이 오래 지속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여자는 심지어 자신이 버림받은 남

자라도 잊지 못하고 끌리고 마음을 끓이는 반면에 남자는 단칼에 무우 자르듯 사랑을 그렇게

쉽게 내동댕이 칠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이 받았던 배신의 고통을 돌려 주고 싶어서 가브리엘의 아버지를 그렇게 끈질기게 추적했

던 남자라면 뒤돌아 보지 않고 돌아서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고통을 되돌려 준다해도 그것

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또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일일텐데
말이다. 착한 사람도 치유되지 않은 고통 앞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이

경우에서 보듯이.
사랑이 변하면 사람도 변하게 되고 사람이 변하면 사랑도 변하게 마련이니까  무엇이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 앞에서 여자는 감정적으로 더 오랜시간 마음을 끓어

오르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항상 일정부분 비운 마음으로 들여다 보아야 한다. 빛을 잃은 사

랑, 더 이상 기댈것도 없는 사랑 앞에서 더 머무를 것인가, 떠날것인가를 두고  여기서 얼마

나 많은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방황하게 되는지...
 
"내게 심장을 준 사람은 나의 아버지였지만 그 심장을 뛰게 만든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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