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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말들
박이문 지음 / 민음사 / 2010년 1월
평점 :
언어를 시로 요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인마다의 개성이 녹아있고 아픔과 고뇌를 함께 들
여다 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것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시에서는 한층 더 성숙된 글맛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픔이 내공이 되어
절절히 맺힌 어떤 한이 서려있는 듯, 날선 검 같은 글들은 빼곡히 박혀 시선을 끌어 당긴다.
철학자의 글도 예외는 아니다. 박이문교수의 시들은 철학자다운 깊은 맛이 우러나 있다. 그러나 본인 자신은 철학이기 보다도 시인으로도 불려지기를 원하고 있는것 같다.
철학자여서인지 철학과 논리에 관련된 시가 종종 눈에 보이고 아주 특이한 시도 있다
'하루 일과표'라는 시- 마치 우리가 방학숙제중에 제일 첫번째로 해야 하는 '하루 일과표'처
럼 그런 내용과 똑같다. 이것을 시라고 말을 해야 하나? 그러나 본인이 시로 썼다면 시인 것
이다.아주 철학자 다운 발상이다.
교실의 논리학 수업을 듣는 풍경을 시로 표현하는 그는 우연적 필연,필연적 우연을 논하며 시
와 철학의 끈을 이어 놓는다. <생각하고 깜빡이고 깨지기 쉬운 마음으로 세상을 밝히는것 이
것이 마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온 것처럼 다시 존재하지 않
는 그 어딘가로 각자의 자신으로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이 내용 자체가 시의 성격이 아닐까
?
그 누군가의 존재하지 않는 상념으로 부터 시작된 말들이 어디선가 모여 들었다가 다시 뿔뿔
이 흩어지며 생각을 헤쳐 놓는 것. 다시 그 흩어진 생각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것. 그래
서 시를 쓰는 작업은 고된 노동이다.
겨울나무에서 삶의 고뇌를 찾고,존재와 무 그 사이에서 빨리 지나는 삶을 발견하고,진실과 사
랑은 마음 아프게 하는 것임을 듣는다.
유독 반어법과 도치법이 많이 눈에 띤다. 철학자의 사고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럴까 의문이 간
다.<난 눈을 뜨지. 만물을 닫기 위하여. 보이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하여>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는 말한다.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 간에 그것은 시가 된다. 시를 쓴다는 것은 대단한게 아
니다. 그것은 마음의 그림일 뿐. 모든것은 잠재적인 시다. 그것들은 아름답다고. 그래서였을
까 이 시집에서는 특이한 제목의 제목의 시도 발견되고 내용도 특이한 것들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듯이 뭐라고 하든 그것은 그대로 시가 된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 왜? 시는 대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의 풍경 하나 하나가
모두 시로서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생각을 모으는 시집 같다. 삶과 철학과 인생을 모두 결합한것.
내 안의 잠재된 나를 끄집어 내어 갈고 닦고 빛나게 하는것 그리고 나와 너 사이의 감정의 그
물에 걸린 것들을 다시 일일이 걷어 내어 빛에 말려 보는것 그것을 다시 너에게 비추어 보면
서 이 세상을 밝게 하는것 그래서 시는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