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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V양 사건 ㅣ 초단편 그림소설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고정순 그림, 홍한별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8월
평점 :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외로움만큼 처절한 외로움은 없다고 한다. (43p)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
분주한 도시에서는 사람의 인기척이 없다면 관심을 주지 않는다. 우편함에 쌓어가는 우편물을 보면서도 그곳에 있는 사람의 안부는 묻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삶이 흔적 없이 사라진다.
동네를 돌면서 그 집은 건너뛰고 불쌍한 J양 혹은 V양은 촘촘히 짜인 인간관계의 그물망에서 떨어져 나가고, 모두에게 영영 걸러지는 존재가 되고 만다. (21p)
<불가사의한 V양 사건>
나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의자를 넘어뜨려서라도 아래층에 나의 생존을 알려야 한다고 한다. 요즘은 나의 생존, 존재를 알리기 위해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SNS에 글을 올리는 등의 생존 신고를 하기도 한다. 온라인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데도 외로움은 끝이 없다. 사람을 만나도 만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나는 문도 두드리고 초인종도 누른 다음 인기척이 들리는지 살폈다. (45p)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
나와 관계된 사람들 중에 어느 날 연락이 없다면 찾게 될 것이다. 찾으러 가는 동안 살아있기를 바라기도 할 것이고 별일 없이 잠시 연락이 안 되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할수도 있다.
이제는 나는 영영 다시 그 사람의 그림자를 만나지 못하리라. (47p)
<불가사의한 V양 사건>
인기척 확인을 위해 문에 귀를 가져다 된다. 인기척이 들린다. 오~ 별일이 아니구나라는 마음에 안도를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활동을 해야지 왜 주변 사람들이 살펴 봐줘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가지기도 했다. 스스로 본인의 삶을 동굴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 동굴 속에서 마주한 외로움이 그녀를 주저앉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길 가다 넘어진 사람에게 손만 내밀어도 일어나는 게 수월하다. 외로움으로 넘어진 사람에게 책이라는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는 것은 어떨까,
책에서 '외로움'을 '그림자'에 비유했다고 생각이 든다. "그 그림자를 찾아가서 그녀가 어디에 살고 있으며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45p) 그림자는 우리를 항시 따라다닌다. 내가 집에 있어도 나를 쫓아고 외출할 때도 친구처럼 따라다닌다. 그런 그림자가 사라질 때가 있다. 바로 이 세상에 안녕을 고 할 때 일 것이다.
더운 여름보다 찬바람이 불면 외로움을 더 느껴질 수 있다. 다가오는 가을 외로움과 고독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라 좋았다. 또 그림소설을 읽고 나니 나의 삶에 감사를 하게 되었다. 가까운 지인들의 연락과 SNS의 소식들이 반가워졌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SNS가 안 좋니 뭐니 했는데 고독, 외로움이라는 것에 생각하고 나니 다 나쁜 것은 아닐 수 있겠구나 싶다.
사람 사는 곳에서 외로움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때로는 혼자의 시간을 가지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