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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 사라진 릴리를 찾아서,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4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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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잭 매커보이라는 신문기자,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미키 할러라는 변호사에 이어...이번에도 한 평범한 사람...아니쥐! 절대 평범하지 않다. 세상을 바꿀만큼 혁신적인 분자컴퓨터를 연구하는 회사의 CEO 이자 천재 과학자이니...굉장히 비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새 집에 이사 온 후 새로 받은 전화번호로 자꾸만 걸려오는 잘못된 전화...

그것도 묘령의 아가씨 릴리를 찾는 난잡한 자들...
결국 어릴 적 받은 트라우마와 호기심에 얽혀 그녀를 찾아나서면서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하는데...(줄거리는 여기까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잘못 걸려 온 전화...

이런 소소한 일상다반사에 착안하여 이런 멋진 스릴러로 창작해내다니...
실제로 코넬리가 이사를 한 후 '릴리'가 아닌 '줄리'를 찾는 수십통의 메시지를 받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정말 이게 사실이라면 코넬리에게 있어 소설 쓰기란 모 개그우먼의 남자 꼬시기 보다 더 "차암...쉽죠잉~~~" 이다.

 

마이클 코넬리...
도대체 이 횽아 뇌는 어떻게 생겨먹은건지...어떻게 쓰는 작품마다 이리 재미있는지...
처음 도입부부터 쫘악 끌어댕기는 이 맛...어느 야동싸이트 보다 더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솜씨는 가히 크라임 스릴러의 마스터로 불리우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난 처음에 [Chasing the dime] 이라 하여 내 특유의 막번역으로 [10센트 쫓아댕기기]라고 생각해서...

릴리를 열라 찾아다니는 도중 발견한 하찮은 10센트 동전 하나가 거대한 사건을 해결하거나 또는 아예 사건의 발단이 되는 키포인트로 생각했었다.
아니면 열라 쫒아다녀봤자 남는 것이라곤 쓸데없는 하찮은 동전 한 닢 뿐, 즉 뭐 인생무상, 허무, 비극적인 결말...이런걸 예상했었다.

더욱이 이 책 제목도 [실종] 이전에 [다이얼]이라는 가제가 붙었기에 더더욱 그런줄 알았는데...
아니다...사실은 10센트 동전만한 분자컴퓨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이름이란다. 물론 그 뒤의 숨은 뜻은 후자랑 조금 비슷하긴 하지만...(물론 내 느낌 상...ㅡ.ㅡ)

 

이 책을 보면 코넬리 횽아의 소설이 일반 탐정 소설과의 다른 특징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 있다.

 

'탐정이 아니라 과학자 답게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탐정은 단선적으로 움직인다. 단서들을 차례로 쫓아가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한다. 반면 과학자는 바닥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법. 논리게이트, 즉 모든 선들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낸 다음 문제의 틀을 해체하여 그 구조를 연구한다. 단선적인 사고가 아니라 모든 시각에서 주제에 접근하고 주제를 가루로 갈아서 현미경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게 바로 코넬리만의 소설 쓰는 방식이 아닐지? 다시 정리하자면...

 

1. 여러 개의 단편적인 사건들을 살짝살짝 교차시키면서 결국에는 큰 그림을 만든다.
2. 평범하면서도 매력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을 만들어낸다.
3. 곳곳에 톡톡 튀어나오는 유머와 재치있는 대화를 버무린다.
4. 기자답게 치밀한 취재와 조사 및 연구로 사실적인 묘사에 치중한다.
5. 흥미를 유발시키는 첫 페이지부터 사건이 해결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스릴을 적절히 배치하여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게 만든다.
6.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의 뒤통수를 친다.

 

근디...써놓고 보니 좀 이상하다.
내가 좋아하는 디버, 코벤, 카첸바크, 르헤인 등 모든 스릴러 작가들이 다 이런거 같긴하다. ㅡ.ㅡ
음...이대로 주저 앉을순 없지...ㅜ.ㅜ
아무튼...좀 그렇긴 하지만...그래도 코넬리 횽아 소설의 특징이 이렇다는 얘기다.
다중 복선에선 코벤에게, 반전은 디버에게 다소 뒤질지라도...

 

마지막으로...인상 깊었던 부분 하나...
'지금까지 살아 온 삶 중에서 가장 절박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 누구에겐가 도움과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라는 헨리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그럼 과연 난 어떤가? 한 명이라도 있는가?
예전에 멋모르고 무서운 거 없었던 시절, 패쌈질로 같이 의리를 맹세했던 시절에는 있다고 믿었던거 같은데...지금 나의 시각과 가치관에서 보면 없다고 봐야할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내 주변엔 친구, 선후배, 직장, 동문, 기타 모임 등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내가 존경하기도, 사랑하기도 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나를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과연 진정 절박한 상황에서 과연 나는 누구를 떠올릴까?
아니...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과연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가끔...나도 실종되고 싶어진다. 그런데 누가 찾기나 할련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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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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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트 클럽]의 작가...척 팔라닉이 쓴 소설"
 
이 책의 표지나 다른 소개글 같은 것을 보면 항상 이런 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만큼 [파이트 클럽]은 대단한 책이다. [파이트 클럽]은 척 팔라닉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으로 책은 물론이고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영화로도 큰 각광을 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파이트 클럽]보다 이 책 [질식]이 끌어당기는 몰입감, 재미, 기발한 상상력 등 여러 면에서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파이트 클럽]은 영화로 먼저 봐서 정작 책을 볼 때 흥미가 좀 떨어져서 그런거지 단순히 섹스 관련이기 때문에 그런건 아니다. 그리고 섹스 코드라고 절대 야하거나 외설적이지 않다.(물론 내 기준으로...^/^)


 

이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내 말 뜻을 다 알거다.

그러니까...[파이트 클럽]이 폭력이라는 코드로 건조하면서도 매섭게 세상을 풍자했다면...

[질식]에서는 섹스라는 코드로 촉촉(?)하면서도 해학적으로 세상을 풍자했다라고 보면 된다.

거봐! 넘 말이 어렵지...암튼, 더 좋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팔라닉의 책이 다 그렇듯이 이 책 또한 그리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챕터가 바뀔 때마다 처음에는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 왜 갑자기 이런 게 나와? 뭔 소리여 이게?' 라는 의아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게 누구 책이냐? 바로 척 팔라닉꺼잖아...에이! 그래, 일단 가보자고...'라고 마음을 다잡고 그냥 읽어 나간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하나하나 상황들이 제자리에 맞혀지며 결국 '아! 이 얘기구나...'라는 큰 줄거리가 머리에 남게 된다.

 

 팔라닉...차암 신기하게 글 쓰는 작가가 아닐 수 없다.

가독성 보다는 묘한 중독성을 가졌다고나 할까?
그리고 되씹으면 되씹을수록 맛이 베어나오는 유머러스한 문장들...
또한 문득...불현듯...툭툭 뱉어지는 그 유머들을 줏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나는 이 팔라닉의 문장이 무척 마음에 든다.(물론 원서가 어케 생겨 먹었는지 잘 모르지만...ㅡ.ㅡ 번역을 잘 해서인가?)

암튼...처음엔 이 무슨 또라이 같은 소린가 싶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웬지 딱 내 스타일다.

 

이 책의 주인공은 빅터 맨시니다. 고급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음식이 목에 걸려 질식하는 척 연기를 하고 누군가 나타나 그의 목숨을 구해주면 그 영웅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사기꾼이다. 거기에 섹스중독자다. 물론 흥미롭고 순수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는 빅터도 아니고, 친구인 데니도...매력적인 페이지도 아니다. 바로 빅터의 어머니 아이더 맨시니이다. 아이더를 보면 [파이트 클럽]의 타일러 더든과 비슷하다. 기발하고 섬뜩하며 무정부적인 성향 또한 닮았다.

 

"내 목표는 나 자신을 단순하게 만드는 거야."
"사람들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신경도 안 써. 세상이 설명되거나 이해될 수 없다는 것도 몰라."
"우리가 통과한 유일한 국경은 그 외의 모든 것은 너무 단단하게 꿰메어져 있어. 너무 많은 법에 갇혀 있어."

 

이 책에서 팔라닉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아이더의 입을 통해 배출된게 아닐까?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빡빡하고 찌들린 삶을 살고 있는 남자들에겐 이 팔라닉의 책들이 하나의 로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의 책은 일단 한번 보면 팬이 되어 버린다.

왜 사람들은 팔라닉의 책에 열광하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ㅎㅎ
직접 읽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아무리 내가 좋다고 지껄인다고 당신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으니...


책 뒤에 이런 문구가 있다.

 

"질식의 독자는 오직 두 부류다. 사랑하거나, 질색하거나."

 

맞는 말이다.

나도 앞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은 넘이 있으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할란다.


 

이 책을 보고도 열광하지 않는다면...

나랑 친구되긴 글러먹은 넘이다. 그냥 아는 사이로만 지내자고...


 

만약, 사랑한다면...

와우~~나에게 오라! 나도 당신을 빡빡히 사랑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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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위대한 도전
임진국 지음 / 북오션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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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야구! 뚝심의 야구! 끈기의 야구!
인화가 모토인 덕장! 재활용 공장장! 국민감독!


이는 전부 김인식 감독을 표현하는 말이다. 김인식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모 감독처럼 패했을 경우 선수들을 탓하거나 쓸만한 선수가 없다느니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는다. 또한 조그만 실수도 용서치 않으며 크게 이기고 있는 경기 후반에도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이 도루나 번트는 물론이고 잦은 투수 교체를 하는 모 감독과는 달리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인간미가 넘치고 때론 유머러스한 감독이기도 하다.

 

나는 ID에서도 나타나듯이 오비 즉 두산팬이다. 그것도 아주 광팬이다. 직장인이 다 그렇듯 나도 월요병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에겐 그 의미가 좀 남다르다. 휴일로 푹 쉰 후 직장에 가기 싫은게 아니라 야구경기가 없는 월요일이 싫다. 내겐 야구가 생활 그 자체로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 베어스가 경기에 진 날은 다음날 경기 전까지 기분이 완전 다운이다. 그런데 이게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니 미치긴 단단히 미쳤나보다.

 

그러다보니 베어스 승리를 위한 징크스도 무지 많다.
내가 뭘 하든 베어스 승리랑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물론...안다! 상관없다는거...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한데 어쩔것인가...내가 생각해도 차암...ㅡ.ㅡ


여러 징크스 중 몇가지를 소개하면...먼저 팬티 징크스...

난 연승하는 날에는 그 날 입은 팬티를 계속 입는다. 반대로 지면 바로 갈아 입는다. 예전에는 베어스가 4, 5연승은 정도는 기본이고 그 이상할 때도 많았는데...그래도 벗지 않았다. 몇일이든지...그러나 요즘은 한 팀과 3연전에서만 이 룰을 적용한다. 그러면 길어야 3일이니 참을만 하다.(그래도 좀 찝찌름하긴 하다만...ㅡ.ㅡ)
그리고 연패(보통 3연패 이상)에 빠진 경우 비장의 빨간팬티를 꺼내 입는다. ㅎㅎ
와이프는 미쳤다고 하지만...확실히 효과가 있다!!
믿지 못한다면 직접 입어 봐라...아! 참고로 여성분은 남자용 사각팬티를 입으면 된다. ^/^

 

또 다른 징크스는 길을 걸을 때 절대 선을 밟지 않는다. 이건 선수들도 많이 하는 것으로 경기장 선을 밟지 않는다. 잘 보시라...선수 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도 그런다. 그래서 나도 예전에는 길에서 흰선도 밟지 않았지만 이건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 타협한 것이 노란선만 밟지 않는 것이다.

 

자꾸 얘기가 옆길로 새는데...다시 김인식 감독님 얘기로 돌아와서...
내가 비록 두산팬이고 현재 김인식 감독님은 한화 감독이지만 김감독님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1982년 원년 우승팀이지만 80년대 후반부터 94년까지 처참하리만치 헤메던 팀...게다가 1994년에는 윤동균 감독의 체벌에 항명하여 선수단 집단 이탈사건 등 어수선한 분위기로 7위를 했던 암흑기의 OB 베어스를 1995년에 부임하자마자 우승시킨 김감독님!


베어스 9년 재임기간(1995년 ~ 2003년) 동안 한국시리즈 2번 우승(95년, 2001년)과 2000년 준우승 등 5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김감독님!


미러클 두산! 뚝심의 베어스! 라는 지금의 두산 야구 스타일을 정착시키고 선수단 전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으신 김감독님!


현재 김경문 감독의 야구도 김인식 감독 시절 코치를 하면서 배우고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더우기 온 국민을 야구팬으로 만든 WBC 준우승...
특히,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WBC 감독직을 "왜 또 나야? 우쉬...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거 아니냐"며 기꺼이 수락한 김인식 감독.


베이징 올림픽 우승 이후 성적에 대한 부담감과 이승엽, 김동주, 박찬호 등도 다 빠져 최약체로 평가되는 대표팀을 이끌고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내신 김인식 감독은 이제 그냥 명감독이 아니라 국민감독의 반열에까지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 준 믿음, 겸손, 인내, 배려, 매너, 판단력, 임기응변 등에 어눌하지만 화려한 말솜씨까지...ㅎㅎ

 

이 책 [김인식의 위대한 도전]은 야구광인 내게 경기 뒷 얘기를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특히 베어스 얘기가 많이 나와 더 좋았다. 두산 선수들 팔아서 돈 번 얘기나 2군 코치 5명 옷 벗긴 사연 등등...

 

그러나, 오타나 오기가 너무 많다. WBC 열풍 이후 조급하게 쓰여져 나온 티가 너무 난다. 특히 소재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꾸 같은 얘기가 반복되어 나온다. 나중에는 정말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냥 WBC 열풍에 묻어가는, 흥미 위주로 가볍게 한번 훑어 볼만한 책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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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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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6년 가까운 미래의 통일대한민국을 배경으로한 소설이다.

책 소개에서는 선 굵은 누와르 장편소설이라는데...그러나 정확히 무슨 소설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누와르(Noir)라는 것은 프랑스어로 검다 즉 'Black' 이라는 뜻으로 보통 사악하고 우울한 비극적인 갱 영화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이런 누와르 영화는 1940년대 발전한 미국영화의 한 유형으로 어둡고 칙칙한 범죄/스릴러 B급 영화에 대해 어두운 영화라는 블랙 필름(Black Film) 즉, 필름 누아르라고 신조어를 붙여주며 미학적인 완성도에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이 영화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원작이 주로 하드보일드 소설인데 레이먼드 챈들러의 [The long Goodbye], [The Big Sleep]이나 대실 헤미트의 [The Maltese Falcon]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누와르 영화나 소설의 특징은 범죄와 폭력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읖조림으로 허무하고 퇴폐적인 인생관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쉬운 예로는 1980년대 한창 주가를 올렸던 홍콩 누와르 영화를 생각하면 되는데 유덕화 주연의 [천장지구]나 오우삼 감독의 그 유명한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도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국가의 사생활]이라는 이 책은 과연 누와르 소설에 들어갈까?
일단 누와르 소설이라니 순수문학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장르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도 아니올시다. 장르문학의 형식은 빌려왔으나 장르문학도 절대 아니다.

 

스릴도 없고 액션도 없고 긴장감도 없다. 조금 있는 복선도 추리나 미스터리에 축에도 못 낀다. 그렇다고 하드보일드냐? 그도 아니다. 냉장고에 자른 목이나 심장을 넣어두고 꺼내 먹는다고 하드보일드냐? 후후...눈물이 다 난다. 작가도 그리 생각하고 쓴 건 절대 아닐 것이다. 즉, 스릴러도 아니고 추리/미스테리도 아니고 하드보일드나 공포도 아니며 그렇다고 팩션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즉 죽도 밥도 아니다.

 

단지, 리강이라는 북한 엘리트 군인 출신 깡패와 서일화라는 북한 최고위층 딸이 텐프로 아니 대한민국 일프로(?) 아가씨로 나오고 그 외에 폭력조직, 부패경찰에 살인, 추적, 총질(이건 정말 싸움도 아니고 총질이다), 음모 등 비스므리 갖추어야 할 형식은 챙겨다 놓았다. 후후...그러나 거기 까지다.

 

상기 작품들과 물론 작품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단순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 체계적인 구도나 긴장감을 유도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건만...이 책은 어설프게 억지로 짜낸듯한, 아니 그냥 짜집기해서 나열하기에 바쁜듯한 느낌이다.

 

이응준이라는 이 작가는 박사에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시나리오 작가에 영화감독까지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는 지식도 많고 여기저기서 수집한 데이타도 무척 많은 것 같다.(뭐 몇 백권을 참고했다고 하니...) 그러나 그것은 단지 그의 지식이나 데이타에 불과할 뿐 스토리가 되지는 못한다. 그 많은 데이타를 자기 생각 또는 주제에 맞게 이야기로 꾸미고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전 세계에서 딱 한 나라, 바로 우리나라에서나 있을 아주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도 이를 잘 버무릴 줄 모르고 나열하기 급급한 느낌이다. 이런 건 인터넷 연재소설에서나 흥미롭고 유용하지 장편소설로는 영 아니다.

 

더욱 더 실망스럽고 짜증나기까지 한 것은 별 쓸데 없는 넘들이 갑자기 나와서 한마디로 개고생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특징이나 개성, 행동에 대한 심리나 배경 등을 탄탄하게 구축해 놓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에 대해 그러한 고민과 연구가 없다.

 

특히, 북한 최고 수재소년 김동철...왜 수재인지 알리는 말도 없이 수재라니??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나중엔 갑자기 미친 넘처럼 느닷없이 전부 쏴죽이고...ㅡ.ㅡ 통일 대한민국의 체재상 천재소년이 갑자기 미쳐가는, 인간성 상실이라도 그리려 했던가? 종종 나오는 장군도령도 그렇다...얘를 통해서 무슨 암시나 복선을 주려한다마는...아~~~증말...ㅡ.ㅡ

 

거기에 이선우라는 마약상...도대체 넌 누구냐? 고독한 지식인? 의식있는 민중? 내가 보기엔 단지 이선우라는 마약상을 통해 작가가 술자리에서나 할 법한 (실제 책에서도 술 먹고 한 얘기다...ㅡ.ㅡ) 자기 논리를 떠드는 것일뿐...살아있는 개성있는 인물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도 좀 흥미로웠던 것은 진짜 2011년에 통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왔듯이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이 찾아든 평화통일'로 대혼란을 겪는다.

후후...이거 정말 이렇게 되는 거 아냐?

지금부터 2년 후면 아직도 2MB 정권인데...충분히 있을 법한 얘기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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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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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책을 가려 읽는다. 양서(良書)를 가려 읽는다는 뜻이 아니라 좋아하는 책만 골라 읽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좋아하는 책이 전부 장르문학(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환상, 공포 등...) 쪽이다. 최근 몇 년간 특히 그렇다. 예전에는 경영, 경제 및 자기계발 서적도 많이 읽었으나 이젠 아예 장르 쪽만 읽는 편협한 책읽기에서 벗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어쩌랴? 이렇게 일과 술로 지친 나를 그나마 채워주고 풀어주는 것이 이 넘들인 것을...


 

이렇게 편협적인 책읽기를 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여러 종류의 책을 돌아가며 읽는다. 물론 장르문학 중에서만...ㅡ.ㅡ 예를 들면, 이번에 스릴러를 보면 다음에는 추리소설을...영미권 책을 보았다면 다음에는 일본 것을...그리고 본격물을 봤다면 다음에는 심리나 사회파를...뭐 이런 식으로 돌려 본다는 얘기다. 그래야 식상하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또한 그 책에 대한 새로운 맛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하긴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가재나 게나, 5공이나 6공이나 그게 그거일테지만...)

 

이렇게 잡다하게 서론이 긴 이유는...한 마디로 이 책이 그 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스릴러를 2주 연속 3권이나 봤음에도 이 책의 매력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물론 그 때 본 [시인], [추적자] 등도 아주 좋았다. 그러나 이 책은 좀 더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심플 플랜]이란 제목부터도 그렇지만...스릴러 치고는 아주 단순한 플롯에 등장인물도 그리 많지 않다.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나 액션, 또는 뛰어난 경찰이나 잔인무도하고 치밀한 범죄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추리나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없다. 하지만 너무나도 나약하고 어리석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묘사는 이 작품 끝까지 팽팽하게 유지되어 잠시도 한눈을 팔 틈을 주지 않으며 그 어떤 스릴러보다도 긴장감을 갖게 만든다.

 

특히 다른 어떤 책보다도 독자를 마치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느끼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이건 행크(이 책 주인공인데...솔직히 보자마자 행크 아론 밖에 생각 안났지만...)에게 감정이입 정도가 아니라 딱 '나'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희안한 마력을 가진 책이다. 점점 행크의 계획과 행동에 동조하고 동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정말 자기 행동에 대한 합리화와 변명뿐인데...거기에 불행으로 끝날 줄 뻔히 알면서도 계속 행크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이 드는 것도 평범한 보통사람의 잠재된 욕망과 폭력성, 이기심과 두려움에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인듯 하다. 더욱이 행크가 보여주는 제이콥과 루에 대한 얄팍한 우월의식과 무시는 나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현금 440만 달러...그것도 돈 세탁이 된 듯한 낡은 지폐를 본다면 누구든 갈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돈벼락 한번 맞아서 직장을 놀러 다니듯이 다니거나 아예 때려치고 강남에 빌딩 몇 채 사서 임대수입으로만 먹고 살고 싶기도 하다. 또는 돈으로 자리 하나 사서 내 맘대로 세상을 주무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일개 환상일뿐 그런 돈이 생겨도 행크처럼 그리 녹녹치는 않을 것이다. 하긴 대통령도 저러는 판에 어디 세상이 내 생각대로만 되겠는가...ㅡ.ㅡ 

이 책에 나온대로 '모든 것이 결국에는 균형을 맞춘다.'라는 말처럼...내가 흘린 땀과 노력 없이 갑자기 다가운 행운은 그 만큼의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잘못된 일을 저지름으로써 그 모든 일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선택에 정말 안타까울 뿐이었다. '탐욕 때문에 죽인 것만은 아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다.'라는 행크의 말이 자꾸 가슴에 맺히는 것은 왜일까?

 

이 책의 작가 스콧 스미스는 1993년에 이 [심플 플랜]을 데뷔작으로 내놨다. 그 후 13년이라는 긴 공백을 갖고 [폐허]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도 물론 밀리언셀러다. 13년...이게 어디짧은 기간인가? 정말 대단한 데뷔작을 냈기에 그 후속작에 대한 부담도 몇 배로 컸을 것이다.(아니면 대박으로 충분히 먹고 살만큼 벌었던가...ㅡ.ㅡ) 나도 [폐허]라는 책은 사둔 지 거의 1년이 다되가지만, 평이 좀 별로라 자꾸 읽는 순위가 밀렸는데 그 순위를 좀 앞당겨야 할 것 같다. 이런 책을 쓴 작가가 13년만에 낸 책인데...아무리 뭣 같아도 중간 이상은 할 것이 확실하다.

 

아! 스콧 스미스가 기존 스릴러 작가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것들아~~~ 스릴러란 이렇게 쓰는거야!
나, 밀리언셀러 아니면 안쓰는거 몰라? 웬만한건 안써...영원히~~~"

 
물론...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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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2009-05-16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 스콧 스미스의 말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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