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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이 책은 2016년 가까운 미래의 통일대한민국을 배경으로한 소설이다.
책 소개에서는 선 굵은 누와르 장편소설이라는데...그러나 정확히 무슨 소설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누와르(Noir)라는 것은 프랑스어로 검다 즉 'Black' 이라는 뜻으로 보통 사악하고 우울한 비극적인 갱 영화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이런 누와르 영화는 1940년대 발전한 미국영화의 한 유형으로 어둡고 칙칙한 범죄/스릴러 B급 영화에 대해 어두운 영화라는 블랙 필름(Black Film) 즉, 필름 누아르라고 신조어를 붙여주며 미학적인 완성도에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이 영화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원작이 주로 하드보일드 소설인데 레이먼드 챈들러의 [The long Goodbye], [The Big Sleep]이나 대실 헤미트의 [The Maltese Falcon]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누와르 영화나 소설의 특징은 범죄와 폭력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읖조림으로 허무하고 퇴폐적인 인생관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쉬운 예로는 1980년대 한창 주가를 올렸던 홍콩 누와르 영화를 생각하면 되는데 유덕화 주연의 [천장지구]나 오우삼 감독의 그 유명한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도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국가의 사생활]이라는 이 책은 과연 누와르 소설에 들어갈까?
일단 누와르 소설이라니 순수문학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장르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도 아니올시다. 장르문학의 형식은 빌려왔으나 장르문학도 절대 아니다.
스릴도 없고 액션도 없고 긴장감도 없다. 조금 있는 복선도 추리나 미스터리에 축에도 못 낀다. 그렇다고 하드보일드냐? 그도 아니다. 냉장고에 자른 목이나 심장을 넣어두고 꺼내 먹는다고 하드보일드냐? 후후...눈물이 다 난다. 작가도 그리 생각하고 쓴 건 절대 아닐 것이다. 즉, 스릴러도 아니고 추리/미스테리도 아니고 하드보일드나 공포도 아니며 그렇다고 팩션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즉 죽도 밥도 아니다.
단지, 리강이라는 북한 엘리트 군인 출신 깡패와 서일화라는 북한 최고위층 딸이 텐프로 아니 대한민국 일프로(?) 아가씨로 나오고 그 외에 폭력조직, 부패경찰에 살인, 추적, 총질(이건 정말 싸움도 아니고 총질이다), 음모 등 비스므리 갖추어야 할 형식은 챙겨다 놓았다. 후후...그러나 거기 까지다.
상기 작품들과 물론 작품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단순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 체계적인 구도나 긴장감을 유도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건만...이 책은 어설프게 억지로 짜낸듯한, 아니 그냥 짜집기해서 나열하기에 바쁜듯한 느낌이다.
이응준이라는 이 작가는 박사에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시나리오 작가에 영화감독까지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는 지식도 많고 여기저기서 수집한 데이타도 무척 많은 것 같다.(뭐 몇 백권을 참고했다고 하니...) 그러나 그것은 단지 그의 지식이나 데이타에 불과할 뿐 스토리가 되지는 못한다. 그 많은 데이타를 자기 생각 또는 주제에 맞게 이야기로 꾸미고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전 세계에서 딱 한 나라, 바로 우리나라에서나 있을 아주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도 이를 잘 버무릴 줄 모르고 나열하기 급급한 느낌이다. 이런 건 인터넷 연재소설에서나 흥미롭고 유용하지 장편소설로는 영 아니다.
더욱 더 실망스럽고 짜증나기까지 한 것은 별 쓸데 없는 넘들이 갑자기 나와서 한마디로 개고생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특징이나 개성, 행동에 대한 심리나 배경 등을 탄탄하게 구축해 놓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에 대해 그러한 고민과 연구가 없다.
특히, 북한 최고 수재소년 김동철...왜 수재인지 알리는 말도 없이 수재라니??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나중엔 갑자기 미친 넘처럼 느닷없이 전부 쏴죽이고...ㅡ.ㅡ 통일 대한민국의 체재상 천재소년이 갑자기 미쳐가는, 인간성 상실이라도 그리려 했던가? 종종 나오는 장군도령도 그렇다...얘를 통해서 무슨 암시나 복선을 주려한다마는...아~~~증말...ㅡ.ㅡ
거기에 이선우라는 마약상...도대체 넌 누구냐? 고독한 지식인? 의식있는 민중? 내가 보기엔 단지 이선우라는 마약상을 통해 작가가 술자리에서나 할 법한 (실제 책에서도 술 먹고 한 얘기다...ㅡ.ㅡ) 자기 논리를 떠드는 것일뿐...살아있는 개성있는 인물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도 좀 흥미로웠던 것은 진짜 2011년에 통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왔듯이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이 찾아든 평화통일'로 대혼란을 겪는다.
후후...이거 정말 이렇게 되는 거 아냐?
지금부터 2년 후면 아직도 2MB 정권인데...충분히 있을 법한 얘기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