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라는 착각 -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
조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나의 죄책감을 씻어주었다.
그 동안 나는 마음은 진보를 향하며 보수의 사회에 진입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했다.
이를테면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하며 대한민국이 몇 개의 대기업으로 이루어진 나라라는 것에, 그 대기업이 흔들리면 대한민국도 함께 흔들린다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한편, 나 또한 그 대기업에 들어가 사회의 주류가 되고 싶었다. 마음과 머리의 충돌. 지금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스스로는 어느 쪽에서든 비겁했다. 그러나 <중산층이라는 착각>의 저자 조준현은 이런 생각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해 주었다.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고.
 

어떤 이들은 취업을 바라는 청년들을 비롯해 우리 국민 모두가 재벌에 대해 이중적이고 모순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재벌을 비난하면서 중소기업보다 재벌기업이 생산한 물건을 더 선호하고 본인이든 자녀든 재벌기업에 취업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얼핏 그럴듯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런 비판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외국으로 이민가라는 말과 똑같다.

우리가 재벌을 비판하는 것은 일부 재벌 오너들의 잘못된 경영 행태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같은 것이다. 많은 재벌 총수들이 탈세나 갖가지 불법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심지어 어떤 기업들은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한 행태를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재벌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개선하여 더욱 발전하라는 뜻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잘 만든 상품을 선호하고 그런 회사에 취업하기를 바라는 것과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p.120-121)

오랜만에 경제 분야의 책을 읽었더니 당연하게도 소설을 읽는 만큼의 속도와 흥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정의 내리는 이 책의 매력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다수가 스스로가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점차 틀린 생각으로 변해가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만큼 양극화에 대한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불편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진실. 양극화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중산층은 급격히 줄어들고 부자와 빈곤자 두 부류로 나뉘게 되는 현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끔찍한 사회의 탈출구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대선출마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시스템적 구조의 문제로 더 이상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경제가 미래의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중국은 우리나라의 과거, 일본은 우리나라의 미래라고 한다. 일본. 지금의 일본이 우리나라의 미래라면 얼마나 끔찍한가. 오를대로 오르고 치솟을대로 치솟고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사회가 이제 추락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의 우리나라는 어둡다...
 

시시포스의 노동에서 가장 절망적인 것은 무엇일까? 힘들고 괴로운 노동의 가혹함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바로 이 노동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양극화 함정에 빠진 대한민국 빈곤층에게는 삶 그 자체가 시시포스의 절망이다. 이런 삶에서 언젠가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조차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빈곤은 불치병일 뿐 아니라 유전병이라고 말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p.229)

책 속의 여러 관련 자료 중 가장 쉽게 마음에 와닿았던 얀 펜의 난쟁이 행렬.

마지막 몇십 초를 남겨놓고는 수십 미터의 초거인들이 등장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60미터고, 대기업 사장은 110센티미터다. 마지막 몇 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키가 너무 커서 얼굴이 구름에 가려있으며, 그들의 키를 재려면 미터가 아니라 킬로미터 단위가 필요하다. 맨 나중에 등장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그 키를 알 수 없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키는 과연 몇 미터인가. 당신이 이 가장행렬에 등장하는 시간은 과연 언제일까. (p.79)

 

우리나라 국민의 99%는 일해서 먹고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p.200)

폐지를 줍는 노인이 훗날 당신일 수도 (p.42)

 

그러나 저자는 그가 분석한 답을 내놓는다. 분명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의지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인식변화를 통해 마침내는 정책 결정권자의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 부디 이번 대선에서 다수의 올바른 선택으로 현명하고 소통 가능한 지도자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한국경제의 미래는 바로 워크셰어링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 말하자면 내 일자리(job)을 나누는 것이 잡셰어링이고, 내 일(work)를 나누는 것이 워크셰어링이다. 임금 삭감과 비정규직 양산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당연히 잡셰어링이다. (p.224-225)

 

그래서 이제는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소비 증가가 생산과 투자의 증가로 이어지고, 투자 증가가 소득과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p.334)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일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 말이다. 안철수 교수가 그런 사람이고, 오지여행가이자 봉사활동가인 한비야도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비야의 글을 읽으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청년을 만났더니 꿈이 7급 공무원이라고 해서 한 대 때려줬다는 것이다. 7급 공무원이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수는 있어도 어떻게 그것이 꿈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비야가 하고자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들의 실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7급 공무원이 어떻게 꿈이냐고? 이룰 수 없으니까 꿈인 것이다. (p.59)

 

 

*오탈자

p.73 / 1번째 줄 /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회계층 간의 이동 가능성도 눈에 띠게 축소되고 있다. ->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회계층 간의 이동 가능성도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다.

p.79 / 7번째 줄 / 마지막 몇십 초를 남겨놓고는 수십 미터의 초거인들이 등장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60미터고, 대기업 사장은 110센티미터. -> 마지막 몇십 초를 남겨놓고는 수십 미터의 초거인들이 등장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60미터고, 대기업 사장은 110미터.

p.231 / 10번째 줄 / 목사라는 직을 가진 어느 양반은 여자들이 출산을 하면 골반이 내력가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면서, ~ -> 목사라는 직을 가진 어느 양반은 여자들이 출산을 하면 골반이 내려가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면서, ~

p.287 / 15번째 줄 / 전세난 등에 따라 쪽방촌 임대로도 올라 소외된 서민들이 거리로 몰리고 있다. -> 전세난 등에 따라 쪽방촌 임대료도 올라 소외된 서민들이 거리로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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