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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볼가강의 영혼 ㅣ 클래식 클라우드 27
정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이 책 <차이콥스키> Prologue의 제목은 '러시아의 모차르트'이다. 모차르트를 존경하여 따르려고 했던 차이콥스키는 모차르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세계 각국을 다니며 세계인으로서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가 차이콥스키에 대해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에 비해 잘 모르고, 알고 있는 음악도 유명한 피아노협주곡 1번이나 바이올린협주곡 정도로 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해당 부분을 읽을 때 내심 상당히 마음의 동요가 있었다. 인스타그램 주소로 쓸 정도로 그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좋아하지만, 나의 클래식 편식으로 인해 더 많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듣지는 않았었다. 차이콥스키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의 다른 음악들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차이콥스키의 생애를 따라 그의 음악 작업과 그의 일상의 삶, 사랑과 가족과의 관계 등에 대해 다루는 말 그대로 차이콥스키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그에 관한 이슈들이 조금은 놀라게 하였다. 또한, 그가 어째서 세계 곳곳을 다니는 삶을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더 러시아적인 인물로 여겨지는 것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기도 하였다.
서두에 밝혔듯이 러시아와 모차르트, 차이콥스키의 수식어로 사용된 두가 지에 대해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대학시절 꽤 감명 깊게 봤던 영화 중에 '러브 오브 시베리아'라는 영화가 있었다. 드넓은 자작나무 숲을 사이로 지나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멋진 풍경과 함께 모차르트의 음악이 나온다. 그런데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영화에서 본 장면들이 절로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러시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영상들을 통해 본 동토의 땅, 전나무 숲이 우거진 광활한 땅의 모습으로 강하게 기억된 러시아의 모습이다. 특히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 1악장에서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면서 받게 되는 강렬한 인상이 그런 마음을 갖게 한 것 같다.
차이콥스키는 우랄 지역을 떠나기 전 이미 소년 시절에 대부분의 유행하는 곡을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었고, 선생님보다 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그런 차이콥스키의 재능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 그를 법률학교에 진학시킨다. 그 학교에서 만난 이탈리아 성악 교사에 의해 독일 음악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과 이탈리아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영향받았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를 접하면서 그런 편향은 사라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재능이 뛰어나도 그 재능을 알아봐 줄 사람과 그 스스로의 열정이 없었다면 그 뛰어난 음악들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음악에 대한 재능이 없지만 우연히 본 바이올린 협주곡에 반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던 사람으로 안타까움과 불편한 시기의 마음이 떠오른다.
동성애에 가혹했던 시대를 살았기에 스스로 밝히지 않았던 것인지, 실제로는 동성애자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우리가 추측하기에는 그 스스로 많은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까 싶다. 그런 문제 때문인지 충동적으로 결혼했던 밀류코바와의 짧은 결혼생활은 지옥 같은 시간으로 남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 이후에 차이콥스키는 스스로에게 정신적 자유를 줬던 것 같다. 1893년 그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서도 콜레라인지 다른 이유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한다. 음악만 들었을 때는 몰랐던 그의 삶에는 이렇게 성공과 환희의 순간만큼이나 고난과 어려움이 함께했던 것 같다. 결국 그런 과정에서 삶이나 다른 이에게서 얻은 모티브가 그의 음악으로 환원되었던 것을 시간이 흐른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지만, 결론적으로 그의 삶과 관련한 이야기를 떠나서 그저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을 때면 격동되는 마음이 느껴지는 그 감각이 너무 좋다.
